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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밑줄긋기

[20 UP 투애니업]문제는 '딴짓'을 너무 안하는 것이었다 텔레비전과 담을 쌓고 사는 나에게도 귀에 익숙한 걸 보면 매우 유명한 게 분명한 ‘씨엘’의 아빠 이기진 교수가 쓰고 그린 [20 UP 투애니업]을 읽었다. 밝은 노란색 표지에 예쁜 일러스트가 곁들여진 이 책은 ‘시엘 아빠, 이기진 교수의 일러스트 에세이/청춘을 건너는 5가지 기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책을 만든 사람들이 읽기를 희망하는 대상을 ‘청년’으로 명시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 아들내미에게 해줄 공부와 꿈, 사랑, 인생, 행복에 대한 근사한 조언에 관한 아이디어를 좀 얻을 수 있으려나’하는 편한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힘을 빼고 ‘쿨’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저자의 모습은 내게 큰 울림을 안겨주었다. 이 책은 ‘청춘’을 겨냥하고 만들어진 것은 맞지만 중년의 .. 더보기
[김대식의 인간 vs 기계]...인류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증명하라 올 봄 치러진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능력이 이토록 높은 단계에 와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인간 중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둔다는 이세돌 9단을 기계가 저토록 손쉽게 이길 수 있다면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도 기계가 훨씬 더 잘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을 갖게 됐다. 그간 수많은 공상과학(SF) 소설과 만화, 영화에서 '인간 대 기계'의 대결이 그려지고, 인간이 기계의 지배를 받거나 기계에 의해 멸종되는 어두운 시나리오가 상상됐음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던 인류는 어쩌면 처음으로 기계에 의한 지배 또는 기계에 의한 멸종을 진지하게 두려워하기 시작한 것일지 모른다. 인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천재들이 매달려서 만들고 있는 인공지능은 .. 더보기
[검색, 사전을 삼키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될까? 이태 전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출근해 점심을 먹을 때 빠르게 바뀌고 있는 우리 장례 문화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선배가 “내가 신문사 들어오고 얼마 안됐을 때 매장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몇십년 뒤 전국이 산소로 변할 것이라는 기획기사를 쓴 적이 있는데 그런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화장문화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민족의 문화에서 가장 느리게 바뀌는 것 가운데 하나가 장례문화라고 하는데 한세대 안에 장례문화가 급속하게 바뀌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어디 장례문화뿐이랴. 인터넷과 디지털의 등장은 수십, 수백년 간 존재하던 것들의 모습을 재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자가용마다 뒷자석 한자리를 차지하던 ‘운전용 도로교통지도’는 사라진지 오래이며, ‘종이사전’은 아직 서점에서 한 코너를 차지하고 .. 더보기
[뉴스의 시대](알랭 드 보통) [뉴스의 시대](알랭 드 보통) 반쯤은 실용적 필요에 의해 읽은 책. 번역서 제목인 [뉴스의 시대: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보다는 원서 제목인 [The News: A User‘s Manual]이 좀 더 잘 들어맞는 것 같다. '홍수'라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 뉴스와 언론사, 기자의 속성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은 꿰뚫고 있다. 매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그 경쟁의 이유와 목표, 결과가 아주 임의적이고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나 자신이 뉴스매체에 근무하지만 한발 떨어져서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많이 안겨준다. 우리가 뉴스와 얽힌 정도에 비하면 안타깝게도 많은 언론기관 내부에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사실’ 보도가 가장 품격 있는 저.. 더보기
휘파람 부는 사람(메리 올리버) 하얀 입김이 호호 나오지만 너무 춥지 않고, 눈이 내렸지만 건조해서 바람이 불 때 마른 나뭇가지에서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들리는 아침과 같은 청명한 느낌을 주는 책을 만났다.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이다. 이 시인이 자연과 사물을 대하는 자세가, 한글자 한글자가 깊은 울림을 준다. 휘파람 부는 사람 -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마음산책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우리가 자연을 사랑하는 자세는 올바른가. 이명박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낙마한 박은경씨 같은 경우 땅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한다"라는 어록을 남기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유용, 확용의 대상으로 대하는 게 사실이다. 또한 우리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