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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의 낭만파 박호성 선생 서강대 박호성 선생은 1949년생이니 올해 환갑이다. 그 분이 젊었을 적, 다시 말해 오래전에 한겨레 신문 같은 데 연재했던 칼럼들을 간간히 읽었으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 지난주 두터운 책 한권이 나왔다. 이름하여 '공동체론'. 표지를 비롯한 책의 외양은 상당히 '교과서적'인 풍모를 자랑했다. 그런데 서문이 상당히 감칠맛을 풍겼다. 노 교수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 대신 자유롭고자 하는 지식인의 느낌이 배어나왔다. 결국 지난 2일 박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서강대로 향했다. 서문에 산사를 자주 찾는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연구실엔 향(제사를 지낼 때 쓰는 향이 아닌)을 피워놓은 채 기다리고 었었다. 오랜만에 젊은 기자를 만나서일까 상당히 다변이었다. 한겨레 신문에서 객원 논설위원을 한 경험이.. 더보기
여전히 목마른 문맹의 씨앗들 남미 콜롬비아에는 ‘당나귀 도서관’이란 게 있다. 소리아노란 이름의 사내가 당나귀 두 마리에 책을 가득 싣고 평소에 책을 접할 수 없는 산골 오지 마을 어린이들을 찾아 다닌다. 비가 와서 책이 젖을까 마음을 졸이고 가끔 게릴라나 강도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소리아노는 산길을 헉헉대며 올라간다. 가난하게 자랐던 그는 지금도 가난하지만 가난이 대물림되는 것을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막아보려고 10년째 홀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텔레비전에 방영됐던 내용이다. 민간과 지자체가 협력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무상으로 선물하고 지역의 도서관이나 보건소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북스타트’ 운동은 규모와 방식은 다르지만 본질에 있어선 당나귀 도서관과 다르지 않다. 신종플루 때문에 무기한 연기되긴 했지만 북.. 더보기
곰 같은 사람, 이태수 선생 평소 생태 세밀화 그림책을 받아볼 때마다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선 '세밀화'라는 명칭이 그러하듯 동식물을 세세하게 그려낸 데 대한 감탄이 밀려온다. 그리고 나선 사진과 다른 따뜻함이 감동을 준다. 이태수 선생은 이메일 주소나 블로그 주소가 영문으로 '곰'(gom)으로 시작한다. 여쭤보진 않았으나 별명이 곰인 모양이다. 이태수 선생의 책을 세권째 낸 다섯수레 출판사 관계자분의 말씀인즉 "요즘 그런 사람 없"단다. 본인이 직접 눈으로 보지 않은 것은 절대 그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명이 곰인 모양이다. 이러다보니 작업이 더디고 작품집이 띄엄띄엄 나오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외모도 털털한게 시골농부 인상인데다 말씀도 느리고 꾸밈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취재하고 있는 곤충들에 대해.. 더보기
<서평>광우병 논쟁(김기흥 지음/해나무) 얼마전 주말에 가족 나들이를 다녀왔더니 집안 어르신들이 고기를 굽고 계셨다. 집근처 고깃집에서 사온 쇠고기라는데 아주 싸고 맛도 괜찮다고 한점 들라고 권하셨다. 우리는 어차피 밖에서 식사를 하고 왔기 때문에 배가 불러 고기를 먹을 처지도 아니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젓가락을 들지 않았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지난해 대한민국을 온통 촛불의 바다로 만들었던 불씨. 그 불씨가 벌건 색깔의 고기로 육화돼 내 눈 앞에서 지글거리고 있었다. 한 여성 탤런트가 지난해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가지고 미국산 쇠고기 업체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하는데-뉴~ 라이트라나 뭐라나 하는 분들은 이 소송을 열심히 응원하고 계신다-물론 미국산 쇠고기가 곧바로 청산가리가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나는 미국산 쇠고기를.. 더보기
<서평>언어의 진화(크리스틴 케닐리 지음/전소영 옮김/알마) 언어는 인간이라는 종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사회를 유지하고 예술활동을 한다. 그래서 언어의 기원은 고래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해온 대상이었다. 책에도 나오지만 현대 언어학에 노암 촘스키가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언어학=촘스키'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다. 촘스키는 진보적 지식인으로서의 명성도 상당하다. 그러나 비전문가가 촘스키의 이론이 어떤 내용이며 왜 각광을 받게 됐는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상당 부분이 촘스키 이론에 대한 다른 전문가들의 반박 노력에 할애됐다. 그만큼 촘스키의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방증이다. 현대 언어학의 최전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래 서평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연구자나 책들 가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