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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맛있는 식품법 혁명 예전에 책동네 산책을 쓰면서 "왜 우리는 청바지 한 벌에 숨어 있는 저개발국 목화 노동자들의 착취당한 노동, 환경파괴, 다국적 기업의 위선을 폭로한 탐사물은 흥미롭게 읽으면서 용산참사가 왜 벌어졌고, 당시 현장에서 정확히 어떤 일들이 생겼는지를 밝힌 책은 외면하는 것일까"라고 투덜댄 적이 있다.([책동네 산책]르포물 '가뭄'에 가물가물해지는 우리의 기억) 그 글에서 '제3세계 인신매매에서부터 다국적 기업의 착취구조까지, 나치와 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이라크전까지' 일주일이 멀다하고 번역물이 소개된다고 말했다. 그런 종료의 책들은 현장성이 살아있기에 대체로 흥미를 끈다. 나도 그런 책들을 여러권 소개했다. 한국 출판계가 이런 시도를 안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국내 저작 가운데는 제대로 된 르포물, 탐사물을 보.. 더보기
[흐름]'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로... 햇병아리 기자 시절 지금의 나보다 연조가 더 높았던 어떤 선배가 말했다. "낙엽이 하나 떨어졌을 때 '가을이 다가왔다'고 쓰는게 기사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가을이 왔다'고 쓰는건 기사가 아니다"라고. 남보다 한발 앞서서 흐름을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이 말에는 의미가 하나 더 숨겨져 있는 것 같다. 흐름을 앞서서 잡아낸다는 것은 달리 보면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어떤 분이 패션에 관한 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봄에 하는 패션쇼인데 사진을 설명하면서 '모델들이 올가을 유행할 ○○○를 선보이고 있다'고 쓰는건 코미디 아니냐는 것이었다. 유행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함으로써 하나의 현상이 된다는 뜻인데, 아직 시점이 돌아오지도.. 더보기
[어린이책 리뷰]신기한 독 재일 조선인인 홍영우 작가는 연세가 꽤 많은 분이다. 그런데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아 한국을 오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보리 출판사와 함께 많은 작품을 했다. 민속도감을 그리기도 했고, 여러 이야기책을 냈다. 얼마전엔 청소년판 열하일기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이 꽤 마음에 든다. 이야기는 가난하지만 성실한 주인공이 받은 복을 욕심 많고 음흉한 인물이 뺏으려 한다는 '흥부놀부'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또하나의 구조가 겹쳐진다. 마을 원님이라는 지배자, 권력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앞서 나오는 농사꾼 대 부자 영감의 대결구도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간다면 부자 영감이 골탕을 먹고 농사꾼이 복을 누린다는 해피엔딩이었을 테지만 원님이 등장하면서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 더보기
[어린이책 리뷰]무릎딱지 출판사 분이 이 책을 들고 찾아왔었다.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이 책을 건네받았다. 출판사 분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가운데 이 책의 표지를 넘겼다.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휘리릭 페이지를 빨리 넘겼다. 눈동자에 습기가 차는 것을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좀 딴 얘기지만 책을 들고 와서 소개를 하다가 눈물을 찔끔한 분이 한분 있었다. 이라는 책을 낸 상상의 숲 출판사 대표였는데 그 책의 원고가 너무나 감동스럽다고, 처음 원고를 받아보고는 눈물을 흘렸다고 말하면서 그 당시가 다시 떠올랐는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여하튼 남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게 그리 아름답게 여겨지지 않는 문화에서, 어린이 책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건 쑥스러운 일이다... 더보기
무시무시한 경고와 저주 "가져가면 죽는다" + a 트레블과 팝음악, 영화 등을 담당하는 우리 후배. 나와 기럭지 사이즈가 같은, 여자로서는 겅중한 녀석이지만 엉뚱하고 귀여운 구석이 많다. 그 후배는 아까 초저녁에 퇴근했는데 기지개를 켜다가 그 녀석 책상에서 기절초풍할 광경을 목도. 음반사나 기획사 등에서 새 앨범이 나오면 홍보용으로 들고온다. 보도자료는 종이로만 돼 있는게 아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음반은 보도자료가 음반이다. 그런데 책도 마찬가지지만 가끔씩 밤손님이 다녀가시는 경우가 있다. 보도를 위해 챙겨둔 자료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일이 생기면 짜증이 만발이다. 후배는 얼마전 음반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투덜대더니만, 위와 같이 써서 음반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경고문구만으로는 효험이 없었는지 새로운 장치를 더했다. 보이시는가? 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