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이라면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열성이라는 한국인들이지만, 요즘 한국의 상황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만 하는 정도이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자녀가 학교에 다니는 부모는 누구나 다 안다. 한국의 교육 현실은 불합리와 비이성, 몰상식의 극치라는 것을. 그러면서 외친다. "이건 미친 짓이야." 그렇지만 상황에 끌려간다. 이것이야말도 또다른 미친 짓이다. 핀란드식 교육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사실 그대로 적용하기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인구 규모(핀란드는 530만명이라고 한다)도 다르고 사회문화적, 역사적 배경도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초반에 개혁에 시동을 걸어 20년이 되기 전에 성과를 거뒀다는 핀란드의 사례에 부모들이, 교육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교육 상황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방증일 것이다.
출판계 ‘핀란드’ 바람… ‘공교육 성과’ 학부모에 인기
노키아 휴대폰과 자일리톨 껌, 사우나의 원산지 정도로만 알려져 있던 핀란드에 대한 출판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핵심고리는 핀란드의 교육제도와 공부법, 자녀 교육법이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핀란드’를 입력하면 27권 정도가 검색된다. 2008년부터 최근까지 나온 책이 절반에 가까운데 핀란드의 교육에 대해 다룬 것이 대부분이다. 2008년 이전에 나온 책들은 핀란드 여행서가 주종을 이뤘다.
일본 여대생이 1년간 핀란드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겪은 경험을 쓴 <핀란드 공부법>(문학동네), 일본의 핀란드 교육 전문가 후쿠다 세이지의 <핀란드 교실 혁명>(비아북) 등 지난해에 나온 책들은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바 있다. 이 책들은 최근까지도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인문·교양서 출판에서 ‘마의 벽’처럼 여겨지는 판매량 1만부 고지를 향하고 있다. 2010년 들어서도 39명의 한국 교육 전문가들이 핀란드 교육현장을 탐방한 결과를 수록한 <핀란드 교육혁명>(살림터), 핀란드 교사 양성 및 교수법을 다룬 번역서 <핀란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시대의창) 등이 나와 핀란드 교육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고 있다.
핀란드 교육이 주목받는 것은 먼저 훌륭한 성과에서 출발한다. 핀란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 학업성취도 비교 평가(PISA)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과만으로는 많은 교육 전문가와 학부모가 핀란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우수한 성과를 낳기까지의 핀란드 교육이 보여준 ‘과정’ 역시 최악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한국 교육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한다.
사실 핀란드 교육에 대한 관심은 일본이 먼저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최악의 사교육 의존 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준 비아북 대표는 “일본의 큰 서점에 가보면 핀란드 교육 관련 서가가 따로 마련돼 있다”면서 “핀란드의 교과서까지 일본어로 번역돼 나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에 소개된 핀란드 교육서의 상당수가 일본 책 번역서인 배경이다.
핀란드 관련 책들이 소개하는 핀란드 교육은 ‘단 한 명의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까지 모든 학비가 무료인 데다 자기주도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꿈을 찾고 현실화시킬 수 있도록 교육제도가 완비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마디로 수월성과 평등성을 동시에 성취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핀란드는 수월성을 우선시하는 보수 교육계와 평등성을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진보 교육계 모두에게 주목을 받을 요소가 충분하다. 핀란드 학생들이 보여준 성과는 학부모들에게도 어필하고 있다. <핀란드 교실 혁명>을 번역한 박재원 비상교육공부연구소 소장은 “핀란드는 철저히 공교육만으로 성과를 이뤄냈다”면서 “한국에서 논란 중인 학교별 학력차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의 차이에 따른 학력차이 등을 극복하고 완전히 평준화됐다는 점에서 꿈의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0.2.17>
핀란드 공부법 - 지쓰카와 마유 외 지음, 송태욱 옮김/문학동네 |
핀란드 교실 혁명 - 후쿠타 세이지 지음, 박재원.윤지은 옮김/비아북 |
핀란드 교육혁명 - 한국교육연구네트워크 총서기획팀 엮음/살림터 |
핀란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 - 마스다 유리야 지음. 최광렬 옮김/시대의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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