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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반죽글

2009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하지 않았던 일들

-군 기무사 요원이 쌍용차 파업 현장에서 비디오 카메라로 쌍용차 파업 지지 집회를 채증하다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에게 붙잡힌 사건. 그가 채증한 카메라에는 다른 사람들을 찍은 화면도 있었음. 민주노동당을 비롯해 '일부' 언론에서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했지만 기무사는 "휴가장병이 집회에 참여하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정상적인 활동"이라고 발뼘함.

-구속된 국세청 안원구 국장이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게 3억원 상납요구를 받았으며, 포스코 세무조사 때 도곡동 땅이 이명박 대통령 소유임을 증명하는 전표를 봤다고 주장한 사건.

이상의 사건은 2009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하지 않았다. 이른바 '조중동'이라 불리는 신문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왜냐하면 이 신문들은 이 사건을 한줄도 쓰지 않거나 단편적으로 코딱지만하게 다루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학문적으로 신문의 기능을 뭐라 정의하든 신문사에서 일하는 나는 신문의 기능을 속보성과 기록성에 두고 있다. 즉 새로운 소식, 알려진 소식의 이면 등 '뉴스'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논평을 하는 것이 속보성이며, 이러저러한 사건이 있었음을 인쇄물로 남김으로써 역사 서술의 재료를 제공하는 것이 기록성이다.

실제로 근현대사에 대한 연구는 신문자료를 참고자료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뉴스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건이 당연히 지면에 실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기록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들도 신문에 실리게 되는 이유다.

그런데 만약 이땅에 다른 종이신문 자료들이 모두 사라지고 주류언론의 자료만 남게된다면 위의 사건은 2009년 대한민국에서 발생하지 않게 된다.

종합지라 이름 붙은 신문은 자신의 논조에 맞지 않더라도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만한 사건은 적어도 '논란'이라는 뉘앙스로라도 쓰게 마련인데 그들은 쓰지 않았다. 그럴수록 위의 사건은 논란 이상의 뭔가가 이면에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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