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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반죽글

다층적 '주인-대리인 문제'의 극치 저축은행사태  부산저축은행을 비롯해 고객들이 맡긴 돈으로 흥청망청 돈잔치를 벌이다 영업정지를 당한 저축은행들의 황당한 짓거리들이 연일 드러나고 있다. 저축은행에 크든 작든 돈이 묶인 사람들은 말 그대로 피가 마르는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 저축은행을 감독해야 할 권한과 의무가 있는 금감원 직원들이 저축은행과 짬짜미가 되서 뇌물을 받아먹거나 비위 행위를 눈감아 줬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 저축은행과 상관 없는 일반인들의 공분까지 자아내고 있다. 금감원을 해체하고 완전히 판을 새로 짜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간 금융감독기구의 문제점이 숫하게 제기돼 왔지만 한번 권력을 잡은 기관은 자신에 대한 비판론까지 잠재우면서 악착같이 권력을 유지한다. 권력의 달콤함을 너무도 잘 알기에 모든 조직원이 권력을 지키기 위해 똘똘.. 더보기
치커리 싹이 돋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차장 한켠의 화단에 텃밭을 일군다. 4월 초에 계분 퇴비를 2포대 사다가 뿌리고 갈아엎어 놓았다. 큰 삽이 없어 꽃삽으로 하다보니 손에 물집이 살짝 잡히기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 묵힌 다음 상추씨앗과 치커리 씨앗을 구해 뿌렸다. 씨앗을 뿌린게 4월16일. 그런데 일요일인 17일 출근했다가 밤늦게 돌아와보니 속상한 일이 발생했다. 두둑을 만들어 포근하게 만든다음 씨를 뿌렸는데 그 자리를 어느 놈의 예쁜 발자국이 장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속은 상했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발자국이 깊숙이 박힌 자국을 그대로 두었다. 나중에 그 자리에서 싹이 올라오지 않으면 씨앗을 새로 뿌려줄 생각이었다. 씨를 뿌리고 일주일이 지나는 사이 비가 두어차례 내렸다. 씨가 뿌려지면 필요한 것이 높은 온도.. 더보기
맹모와 호랑이 엄마, 서남표, 그리고 우리 내 나이 아직 마흔이 되지 않았으니 대충 계산하면 "내 인생의 절반을 '학생'으로 살았다"는 명제가 아직도 가능하다. 달리 말하면 몇년만 지나면 내 인생에서 학생이 아닌 신분으로 살았던 시간이 절반 이상이 된다는 얘긴데, 몇년 후를 기다려 의미를 새롭게 부여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올해부터 나는 새로운 계층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나는 자동적으로 '학부모'가 됐다. 학부모 또는 학부형이라는 호칭이 아직은 낯설게 다가온다. 갗난 아이의 부모, 유치원생 아이의 부모와는 다른, 새롭고도 중요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지난해부터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이의 나이가 화제에 오르면 "운명의 날이 다가온다"고 농담삼아 말하곤 했는데 이 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온.. 더보기
3개월 만에 다시 바뀐 출입처 날씨가 오락가락이다. 좀 풀리나 싶더니 다시 추워졌다. 그나마 지난주말처럼 지독한 황사가 오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날씨가 좋으나 나쁘나 일요일에 출근해야 하는 신세는 변함이 없지만. 지난주부터 바뀐 출입처로 출근하고 있다. 문화부에서 근무하다가 정치부로 발령이 나서 2년여만에 재회한 '여의도 사람들'과 인사를 해나가고 있었는데 3개월만에 다시 인사가 났다. 이번엔 사회부다. 사회부는 2004년 가을 떠난 이후로 처음이다. 기자생활 11년차가 되다보니 어느 부서가 갔다 놓아도 별로 두려운 것은 없지만 조금 낯선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여러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다보니 긴장된다. 예기치 않은 인사발령이지만, 강요된 '새로운 시작'이 그리 기분 나쁘진 않다. 사진은 까만주름 주니어가 작년 유치원 .. 더보기
'고맙습니다'의 힘 지난 주말 아이와 함께 무리에 섞여 북한산엘 다녀왔다. 아내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텐데 밀린 일 때문에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가고 방안퉁수 스타일의 아이를 회유반 협박반 설득해 집을 나섰다. 집에선 삐죽거렸던 아이가 지하철 역 가는 길에 금새 밝아졌고 김밥을 사서 약속장소로 향했다. 6호선 독바위역에서 시작해 삼천사 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는데 나로선 처음 걸어보는 코스였다. 아이도 마찬가지. 움직이는 것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약간 강압적으로 데리고 나오긴 했는데 내심 걱정이 되기도 했다. 속으론 너무 힘들어하면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가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아이는 처음 등산을 해보는 것 치고는 제법이었다. 경사가 있는 바위를 오를 때도 자세를 갖추고 잘 올랐다. 그러고보니 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