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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책동네산책

[책동네 산책]‘책 읽어주기’ 일석삼조의 선물

ㅈ팀장님께. 출산휴가에 들어가신다는 얘기를 들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딸을 낳으셨더군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 아이보다 한 살 많은 아이를 둔 제 친구는 아이가 갓난아기 시절 모성애를 바닷물에 빗댄 적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부성애는 물방울에 불과한 것 같다고요. 삐딱한 소릴 곧잘 하던 친구가 제법 진지하게 말하기에 꽤나 감동을 받았구나 생각했는데, 저 역시 아이를 낳(는 것을 돕)고 키워가면서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제 엄마가 되신 팀장님도 오래 기다렸다 만난 아이를 바다처럼 넓고 깊은 정성으로 매만지고 계시겠지요.


어린이책을 만들고 계신 팀장님을 만날 때마다 궁금한 것이 많아 제가 이것저것 여쭈었지요. 그런데 오늘은 핀잔 듣는 것을 무릅쓰고 제 아이의 독서이력을 바탕으로 ‘주름’을 한번 잡아보려 합니다. 어린이책에 관한 이론은 제가 팀장님보다 약하겠지만, 7년차 아빠인 제가 ‘실전경험’은 한 수 위 아니겠습니까.


요즈음 부모들이 자녀의 책 읽기에 많은 관심을 쏟는다는 건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팀장님도 단단히 결심하고 계시겠지요. 최근 들어 주춤하긴 하지만 그간 어린이책, 특히 어린이책 단행본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도 이런 추측의 방증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제가 관찰한 바로는 부모들이 아이의 책 ‘읽기’에 기울이는 관심에 비해 책 ‘읽어주기’에 쏟는 정성은 상대적으로 덜한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됩니다. 아이가 책을 읽게 만들기 전 단계에서 책을 읽어주려면 그만큼 부모가 시간을 들여야 하니까요. 저희 부부의 경우 아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잠들기 전 책을 읽어주었는데 처음엔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습니다. ‘물방울’에 불과한 저는 이런저런 핑계로 책 읽어주기를 ‘바다’인 아이의 엄마에게 미룬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어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게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결국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는 아이에게, 그리고 부모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제 경험입니다. 엄마·아빠가 책을 펼치고 읽어주면 아이는 귀로 소리를 들으면서 눈으로 책 속의 그림을 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의 눈과 귀, 그리고 뇌가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는 것이지요. 또한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책을 매개로 부모와 아이가 대화를 나누는 것에 다름없습니다.


영문학자이자 언어학자인 일본의 도야마 시케히코가 쓴 에세이집에서 이런 구절이 눈에 띕니다. “인간은 태어나서 바깥 세계를 귀로 먼저 체험한다. 눈은 아직 초점도 맞지 않는 상태지만 귀는 확실히 들리기 때문에 지극히 초기단계에서도 사람의 말을 구분한다. 결국 귀의 발육은 자연에 맡겨두고 ‘교육’하는 걸 잊어버린다. 눈은 자연에 맡겨두다가 학교에 들어가면 글자를 배워야 한다며 소란을 떤다. 대부분의 교육은 눈에 치우치게 된다. 학교에서 소리를 듣고 구분할 수 있는 귀를 만드는 훈련을 너무 늦게 시작한다.” <망각의 힘>(북바이북). ‘귀 훈련’을 강조한 것인데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는 귀 훈련인 동시에 눈 훈련이요, 부모와 교감하기에 일석삼조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