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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책과 사람

<만화 김대중>의 작가 백무현 화백

곁에서 김용민 화백과 박순찬 화백을 가끔 보거니와 시사만화가는 여간해선 견뎌내기 힘든 직업이다. 그림 실력이 우선 되어야 하겠지만 그림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 컷의 그림에 말그대로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실어야 하니 어찌 아니 어렵겠는가. 더구나 하루도 쉴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시사만화는 적당한 비약과 풍자가 어우러져야 제맛이다. 장문의 기사보다 시사만화 한 컷이 대중에게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압축과 단순화, 그리고 풍자와 비꼼이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한국의 시사만화가들은 대체로 반골 기질이 강하다. 그들이 하는 작업이 원래 그런 기질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그들이 전투적인 투사란 것은 아니다.

백무현 화백은 <서울신문>에서 만평을 그리고 있는데 소시적부터 한국 현대사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관심은 전작 <만화 박정희>(이건 백무현 화백이 글을 쓰고 박순찬 화백이 그림을 그렸다), <만화 전두환>으로 이어졌다.

<만화 김대중>은 3년전부터 준비했는데 압축하느라 혼났다고 한다. 인간 김대중, 정치인 김대중의 삶이 너무 드라마틱하기에 5권에 모두 담기엔 너무 벅찼다는 것이다. 전작인 <만화 박정희>와 <만화 전두환>은 각각 2권씩으로 이뤄졌는데 이 역시 너무 짧다는 독자들의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만화 박정희>와 <만화 전두환>은 시대의 창 출판사에게 효자 상품이다. 주요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으면서 어렵던 출판사 살림살이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한다.

"DJ에 덧씌워진 색안경 벗기고 싶었다"
-3년간 '만화 김대중' 그린 백무현 화백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 등 한국 현대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평전을 만화로 그려온 백무현 화백(46)이 이번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 도전했다. 1998년 서울신문에 입사, 11년째 시사만평을 그리고 있는 백 화백은 5권으로 기획된 <만화 김대중>(시대의창) 가운데 1, 2권을 출간했다. 지난 3년간의 결실이다. 나머지 3권은 10월에 나온다.
백 화백은 8일 <만화 김대중>을 기획하게 된 문제의식이자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가 '빨갱이의 눈물'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았지만 지난달 18일 그가 서거했을 때 인터넷에 '빨갱이 잘 죽었다'란 댓글이 올라올 정도로 평생을 '빨갱이'라는 굴레 속에서 살아야 했다.
"김 전 대통령이 빨갱이인가, 아닌가가 이 책의 핵심입니다. 김 전 대통령은 여러 차례 펑펑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국가를 부정하고 무시무시한 폭력을 일삼는 자'를 뜻하는 '빨갱이'에게 눈물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 아닙니까." 백 화백은 "그가 서거하자 정부는 마지못해 '국부'라고 분칠했지만 결국 누명을 벗지 못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야기는 김 전 대통령이 태어난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300여년 동안 벌어진 농민들의 농지탈환운동에서부터 시작한다. 이처럼 시대의 모순에 끊임없이 저항해온 사람들 틈에서 태어난 김대중이 정계 입문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이 1권에 담겼고, 2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암살되기까지 김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을 그렸다. 그림은 스케치 선을 살려둔 채로 색을 입혔으며 간간이 기록사진도 동원했다. 출간 예정인 3권은 서울의 봄부터 미국 망명까지, 4권은 6월항쟁부터 정권교체까지, 5권은 대통령 취임 이후의 삶을 그렸다.
백 화백은 서문에서 자신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지지자였음을 솔직하게 밝혔다. 백 화백이 평전을 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전 대통령이 그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비서진을 통해 여러 차례 전했다고 한다. 백 화백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자칫 대상 인물에 너무 몰입돼 평전이 아닌 위인전으로 흐르게 될까봐 망설였고, 그러던 차에 김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김 전 대통령은 만화의 가능성, 만화의 장점도 깊이 이해했던 분이었습니다. 돌아가시기 전 맨 마지막에 보셨던 책이 만화인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휴머니스트) 세종편이었다고 들었습니다." <2009.9.9>

만화 김대중 1 - 10점
백무현 글 그림/시대의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