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박호성 선생은 1949년생이니 올해 환갑이다. 그 분이 젊었을 적, 다시 말해 오래전에 한겨레 신문 같은 데 연재했던 칼럼들을 간간히 읽었으나 책을 읽어본 적은 없었는데 지난주 두터운 책 한권이 나왔다. 이름하여 '공동체론'. 표지를 비롯한 책의 외양은 상당히 '교과서적'인 풍모를 자랑했다. 그런데 서문이 상당히 감칠맛을 풍겼다. 노 교수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 대신 자유롭고자 하는 지식인의 느낌이 배어나왔다.
결국 지난 2일 박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서강대로 향했다. 서문에 산사를 자주 찾는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연구실엔 향(제사를 지낼 때 쓰는 향이 아닌)을 피워놓은 채 기다리고 었었다. 오랜만에 젊은 기자를 만나서일까 상당히 다변이었다. 한겨레 신문에서 객원 논설위원을 한 경험이며, 90년대에 <사회평론>이라는 잡지 창간을 주도했다가 빚잔치를 했던 일 등을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아마도 늦은 오후쯤에 만났다면 "시간 있으신가? 한잔 하면서 얘기하실까?"라고 제안할 듯한 분위기.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기 전 당신이 쓰신 수상록 <바람을 비추는 등불처럼>(나남출판)을 한권 주시는데 고은 시인이 쓴 추천사에서 박 선생께서 상당한 애주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술 하면 내로라 하는 고은 시인이 두손을 들 정도로. 헤어지면서 "이제 이렇게 인연을 맺었으니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겁니다. 언제 소주 한잔 합시다" 하셨는데...
낭만파는 나이를 먹어도 낭만파다. 한 사람을, 더구나 나의 아버지뻘 되는 분을 짧게 만나고 나서 함부로 말해선 안되겠지만 박호성 선생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어쩔 수 없이 들었던 생각이다.
박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로버트 오웬까지 2000년 넘게 이어진 서구의 공동체 사상과 한국의 전통적 공동체 의식을 고찰하고 21세기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공동체상을 제시했다. 전작인 <평등론>(1994년), <휴머니즘론>(2007년)에 이어 정치철학에서 오래된 거대주제에 또다시 도전한 것이다.
결국 지난 2일 박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서강대로 향했다. 서문에 산사를 자주 찾는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연구실엔 향(제사를 지낼 때 쓰는 향이 아닌)을 피워놓은 채 기다리고 었었다. 오랜만에 젊은 기자를 만나서일까 상당히 다변이었다. 한겨레 신문에서 객원 논설위원을 한 경험이며, 90년대에 <사회평론>이라는 잡지 창간을 주도했다가 빚잔치를 했던 일 등을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아마도 늦은 오후쯤에 만났다면 "시간 있으신가? 한잔 하면서 얘기하실까?"라고 제안할 듯한 분위기.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기 전 당신이 쓰신 수상록 <바람을 비추는 등불처럼>(나남출판)을 한권 주시는데 고은 시인이 쓴 추천사에서 박 선생께서 상당한 애주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술 하면 내로라 하는 고은 시인이 두손을 들 정도로. 헤어지면서 "이제 이렇게 인연을 맺었으니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겁니다. 언제 소주 한잔 합시다" 하셨는데...
낭만파는 나이를 먹어도 낭만파다. 한 사람을, 더구나 나의 아버지뻘 되는 분을 짧게 만나고 나서 함부로 말해선 안되겠지만 박호성 선생을 만나고 돌아오면서 어쩔 수 없이 들었던 생각이다.
"한국사회 인간적·자연적 공생 하려면 '인연 공동체' 필요"
-전통의식 고찰 '공동체론' 낸 서강대 박호성 교수
-전통의식 고찰 '공동체론' 낸 서강대 박호성 교수
"어떻게 하면 사회 내부의 위계질서와 불평등 구조를 극복하고 모든 국민이 이웃사촌처럼 수평적으로 연대해 서로 손잡고 공생해 나갈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수 있겠는가? 이게 과연 가능한가? 이런 문제가 나를 고문했습니다. 그래서 서문에 '책상이 고문대처럼 보였다'고 썼지요."
한국 사회의 계급갈등과 민족갈등 문제에 매달려온 박호성 서강대 정외과 교수(60)가 <공동체론-화해와 통합의 사회·정치적 기초>(효형출판)를 출간했다. 지난 1년 동안 안식년을 맞아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혼자 걷고, 혼자 밥해먹고, 혼자 응시하며" 쓴 책이다.
공동체론 - 박호성 지음/효형출판 |
박 교수는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로버트 오웬까지 2000년 넘게 이어진 서구의 공동체 사상과 한국의 전통적 공동체 의식을 고찰하고 21세기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공동체상을 제시했다. 전작인 <평등론>(1994년), <휴머니즘론>(2007년)에 이어 정치철학에서 오래된 거대주제에 또다시 도전한 것이다.
"우리 사회가 단 하루도 빠짐없이 공동체적 문제와 직결된 삶을 사는데도 공동체의 본질이나 역사, 문제점 등을 체계적·총체적으로 다룬 국내의 연구업적이 거의 없더군요. '공동체'라고 하면 보수적·복고적이고 구태의연하다는 인식 때문에 아예 학문적 연구대상에서 탈락된 것 아닌가 합니다."
박 교수는 현대 사회, 특히 한국 사회가 인간적 위기와 자연적 위기라는 이중의 위기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들은 '거인들의 자유'만을 구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인들의 자유만 추종하는 약육강식의 논리는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시대가 되면서 더욱 심화됐습니다. 이럴 때 사회적으로 소외당하고 무시당하는 약자들, 즉 '조무래기'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관념론이 강한 독일에서 유학한 박 교수는 '경험론의 나라' 영국에서 지적 균형을 맞춰보기 위해 안식년을 보낼 곳으로 옥스퍼드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절묘하게도 개인주의적 사상이 발달했던 영국에서 극단에 빠진 개인주의의 병폐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보기에 영국은 "타인에 대한 배려를 참으로 찾아보기 힘든 사회였고, 국민적 무기력과 나태에 빠진 나라"였기 때문이다. "서구는 개인주의로 인해 흥했지만, 아마도 이 개인주의로 말미암아 다시 몰락할지도 모른다는 영감이 뇌리를 스쳐가곤 했습니다." 이런 관찰은 "21세기는 황인종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과감한 전망으로 나아갔다. 동양은 공동체 문화에 대한 전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화적 전통에 내재한 합리적 공동체 정신이 현대에 제대로 구현되려면 물론 혈연, 학연, 지연 등 고질적 병폐를 배태하고 있는 '끼리끼리 공동체'의 부정적 면모가 일신되어야 한다. 박 교수는 이를 위해 공생주의(복지 확대)·공화주의(시민참여)·공영주의(민족통일)라는 '3공주의'를 구체적 내용으로 하는 '인연 공동체' 개념을 내세웠다. 이것은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쟁취하면서도 이 바탕 위에 집단적 연대를 동시에 구축해 나가는 '이중적 회복운동'"이다.
"진보적 '이론주의자'가 제 글을 보면 '복고적 반동분자'라고 하고, 보수적 '현실주의자'는 '혁신적 난동분자'라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올바른 연대와 공동체 구축을 위한 근본적 토대가 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전통주의적 진보주의' 이념을 제창하겠습니다." <200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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