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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구워진 글

[리뷰]레논 평전

오늘은 존 레논이 죽은지 30년째 되는 날이다. 오늘자 여러 신문에, 그리고 지난 며칠간 여러 지면에 이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공교롭게도 눈이 많이 내릴 것이란 오늘은 리영희 선생의 영결식이 열린 날이기도 하다.

시인이자 대중음악평론가인 성기완은 <레논 평전> 추천사에서 레논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그날을 떠올렸다. 중학생이었던 그는 냉랭한 운동장에서 조회를 서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친구로부터 “존 레논이 총에 맞아 죽었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성기완은 “1980년이었고 한국에서도 까딱하다간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는 시절이었다. 나의 차려 자세는 더욱 뻣뻣해졌다. 그 간극을 똑똑히 기억한다. 조회와 차려 자세와 훈시말씀과 존 레논 사이의 거리를”이라고 회상했다.

<레논 평전>의 저자 신현준은 레논이 살아있었다면 올해로 70살이 됐을 것이면서 그가 만약 살아있더라도 왕년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적었다. 동료였던 폴 메카트니, 또는 밥 딜런, 믹 재거가 70살이 가까워 오지만 누리고 있는 인기에 못미쳤을 것이란 얘기다. 레논이 ‘모든 사람에게 원만하게 사랑받는 음악을 만들고 연주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대화와 소통에 무한한 영감 ‘레논의 위대성’

레논평전 - 10점
신현준 지음/리더스하우스

정식으로 데뷔하자마자 세계적인 스타로 뛰어오른 비틀스는 1963년 11월 영국 여왕과 공주가 참석한 ‘로열 버라이어티 쇼’에 나갔다. 존 레논은 마지막 곡인 ‘트위스트 앤드 샤우트’를 소개하면서 “싼 좌석에 앉으신 분들은 모두 손으로 박자를 맞춰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로열박스를 향해 꾸벅 인사한 뒤 “그 밖의 분들은 몸에 차고 계신 보석을 짤랑짤랑 흔들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이날의 해프닝은 노동계급 출신의 신예 록 스타가 날린 삐딱한 농담 정도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레논의 의식세계가 이날처럼 주류계급에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는 정도에 머물렀다면 이후 그의 삶은 평탄했을지 모른다. 레논은 자신의 내면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 사이에서 끊임없이 불화를 겪으면서도 ‘이상’을 향한 꿈을 놓지 않았다. 이런 갈등을 여느 대중스타들처럼 적당히 숨기지 않고 작품 속에 그대로 투영했다.

레논은 80년 12월8일 총격으로 사망했다. 2010년은 그가 사망한 지 30주기가 되는 해이자, 그가 살았다면 고희가 되는 해이다. ‘신화’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레논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도 많다. 그러나 ‘빽판 키드’를 자처하는 신현준 성공회대 교수가 써내려간 <레논 평전>은 ‘진실’에 방점을 찍고 있다.

반체제·반종교·반자본주의 메시지가 강하게 담긴 레논의 노래 ‘이매진’이 TV 상업광고의 단골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지은이는 “레논의 삶에서 추출할 수 있는 대화와 소통의 소재들은 상업적 스타덤으로부터 아방가르드 예술, 혁명적 좌파 정치를 거쳐 페미니즘적 일상생활까지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논의 위대성은 그가 시공을 초월하는 음악을 창조했기 때문이 아니라 다종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음악과 인생을 통해 각자의 상상을 만들어내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에 있다는 것이다. (2010.12.4)

**존 레논 30주기를 음미할 수 있는 문화상품 관련 경향신문 기사(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