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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책 속의 풍경

호두알? 아닙니다. 들어보셨나요? 가래알!


서울과 춘천을 오가며 생태운동을 하고 있는 소설가 최성각 선생이 지난해 <날아라 새들아>(산책자)라는 에세이집을 냈을 때였다. 책이 담긴 서류봉투에 책 말고 뭔가가 들어서 중간이 불룩했다. 가끔 책에 초콜릿 같은 것을 애교로 넣어서 보내는 출판사가 있어서 그런가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흔히 호두알로 잘못 알고 있는 가래알, 즉 가래나무 열매 2개가 들어있었다. 춘천에 있는 연구소 앞마당에 있는 나무에서 직접 따서 말린 것이라는 쪽지가 함께 들어있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가래알은 손에 넣고 오도독, 오도독 소리를 내면서 굴린다. 호두알로 그러기도 하는데 호두알은 껍질이 가래알보다 물러서 힘을 주면 깨지기 십상이다. 가래알을 굴리면 소리도 경쾌하거니와 손운동이 되고, 지압의 효과도 있다. 그래서 들고 다니곤 했는데 어느날 한알을 잃어버렸다. 손때가 좀 묻어서 길이 막 들려던 참이었는데 참 아쉬웠다.

그런데 최근 기사 때문에 조언을 받으려고 최성각 선생과 통화를 하게 됐고, 이메일을 주고 받았다. 그 이메일에 작년에 받았던 가래알 이야기를 적었더니 최 선생은 무척 기뻐하면서 올해 수확하면 꼭 보내주겠노라고 하셨다. 그런가보다 했는데 며칠전 최 선생이 보낸 서류봉투 하나가 도착했다. 열어보니 가래알 여러개가 쏟아진다. 지난해에 수확해서 남은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주위 사람들과 나누라는 당부가 곁들여졌다. 최성각 선생은 책으로밖에 뵙지 못했는데 꽤나 급한 성격이신가보다. ^^

부원들에게 나누고, 어제 저녁에는 생일을 맞은 출판사 사장님 축하자리에도 몇개 들고가 나눠줬다. 어번에 잃어버리지 않고 오래 간직해야겠다. 최 선생님, 고맙습니다!!!

P.S. 예전에 판화가 이철수 선생님 사모님으로부터 가래알을 선물받았다는 내 옆자리 선배는 가래알을 돌릴 때는 오도독, 오도독 소리가 나게 하는게 아니라 소리 없이 돌여야 한단다. 오래 돌리면 손에서 나온 기름이 묻어 귀한 암석의 종류인 호박처럼 변한단다. 그래도 기분 좋을 땐 오도독, 오도독 소리가 나는게 경쾌해서 좋다.

날아라 새들아 - 10점
최성각 지음/산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