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동화책 보는 아빠

[리뷰]훈이 석이

매우 유쾌한 내용의 이 책에 대해 출판사는 '현덕 동화의 맥을 잇는 현대판 놀이 동화'라고 소개했다. 흐음. 현덕? 어린이 책에 대한 '무식'이 드러나는 순간. 역시 출판사에 따르면 '현덕은 1930년대 아이들의 놀이 세계를 문학작품으로 옮겨놓았다. 주인공 노마가 동무들과 펼치는 놀이 이야기는 지금 읽어도 흥미진진하다'고 한다. 일단 현덕에 대해선 다음에 배우기로 하고, 여하튼 <훈이 석이>는 재밌다. 편모에 넉넉치 않은 집안 아이들이지만 구김살이 없다. 그래서 이 짧은 기사에서도 한줄 걸쳤다. 그래서 '판타지적'이라고.

개구쟁이 단짝, 내일은 뭐하고 놀까요

훈이 석이 - 10점
오시은 지음, 박정섭 그림/문학동네어린이

초등학교 1학년 훈이와 석이는 궁전빌라 2층에 산다. 훈이는 뚱뚱한 몸에 호빵처럼 둥글넓적한 얼굴, 석이는 호리호리한 몸에 얼굴이 가래떡처럼 길다. 생김새는 다르지만 개구쟁이짓은 찰떡궁합이다. 놀잇감 사냥에 나선 훈이와 석이의 눈에 요구르트 배달 수레가 들어온다. 훈이 엄마의 수레다. 훈이는 “저기 기관차가 있다”고 소리치며 돌진한다. 어느새 수레는 전쟁터에 있는 군인에게 식량을 전달하는 기차가 돼 칙칙폭폭 앞으로 나간다. 그 순간 적군, 아니 훈이 엄마가 나타나고 둘의 머리엔 혹이 하나씩 달린다. 다음은 석이 엄마의 미용실. 석이 엄마가 할머니 머리를 만지고 있다. 또다시 놀이를 생각해낸 악동들은 적군(석이 엄마)에게 점잖은 목소리로 “아이스크림 사 먹게 1000원만 주시오”라고 말했다가 머리에 두번째 혹만 달고 나온다.

날마다 사이가 좋은 건 아니다. 양동이 하나씩 들고 개천에 나간 날, 훈이는 해오라기 주둥이가 되고 석이는 해오라기 다리가 돼서 물고기를 잡으려 한다. 땀만 삐질삐질 흘리다 송사리 한 마리 잡지 못한 아이들은 서로에게 짜증을 내고 다툰다.

훈이와 석이는 둘 다 넉넉지 못한 형편의 한부모가정 외동이들이지만 밝고 당당하게 놀잇감을 찾아내고, 투닥투닥 싸웠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화해한다. 이 작품은 판타지적 요소는 없지만 판타지 동화보다 더 흥미롭게 어린이들의 세계를 보여준다. 오히려 요즘 초등학생치고 이처럼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아이들을 찾아볼 수 있을까 싶다는 점에서 판타지스럽다고 해야 할까? (2010.8.21)



'~2010 > 동화책 보는 아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소년과 바다  (0) 2010.10.22
[리뷰]풀이 좋아  (0) 2010.08.27
[리뷰]호랑이가 예끼놈  (0) 2010.08.27
[리뷰]한자는 즐겁다  (0) 2010.08.26
[리뷰]투명인간이 되다  (2) 2010.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