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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책과 사람

[인터뷰]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 대표를 알게 된 것은 6~7년쯤 되지 않았나 싶다. 평화네트워크가 1999년 창립됐고 그가 활발하게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그보다 전이지만 취재활동을 하면서 인사를 나눈 것이 그쯤 됐다는 것이다. 한번은 예비군 훈련장에서 만난 적도 있다. 취재를 위해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하면서 한국 남성들의 마무리 인사인 '언제 소주 한잔 합시다'를 항상 하곤 했는데 한번도 그러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신문 칼럼란과 텔레비전 토론에서 그의 얼굴을 보는 것이 뜸해졌는데 1년에 한두권의 책은 꼬박꼬박 내고 있다. 역시 이번 인터뷰를 마치면서도 같은 인사를 했다.

이번 책은 칼 폴라니의 <거대한 변환>을 새롭게 번역한 홍기빈 박사가 소장으로 새로 만든 연구소인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차원에서 나올 책들의 첫번째 책이다. 홍기빈 박사가 무슨 연구소를 만들었다는 얘길 들은 것은 좀 됐는데 이것이구나 싶었다. 아직 정식 출범한 것은 아니고 가을쯤 정식 출범을 한단다. 교육평론가로 유명한 이범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데 기획위원으로 몸을 담은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역시 정치적으로 진보신당쪽에 가까운 40대 초반의 활동가, 연구자들이 주축이다.

연구소 이름처럼 글로벌한 차원에서 정치경제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자는 취지인데, 가을부터 연구서들이 속속 나올 예정이란다.

<글로벌 아마겟돈>은 핵무기 개발의 역사, 핵무기의 정당성을 역설하는 억지이론, NPT 등등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시각이 새롭다기 보다는 지루하거나 복잡하게 여겨질 수 있는 사안을 평이하게 정리했다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뒷부분에 관심이 갔다. 인터뷰 제목도 그것으로 뽑혔지만 이른바 '3박자 비핵화론'이다.

당장 현실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정 대표를 "2009년의 정치적 환경의 변화는 이와 같은 회의론이 고정 관념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317쪽)면서 이에 관한 내용을 밝혀두었다. 의도와 진정성이 아무리 의심받고 있다 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의 집권층으로부터 핵무기 감축에 관한 의지가 발현되고 있고 현실에서도 더디지만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의 비전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일 것이다. 하지만 꽉 막힌 현실을 돌파하는데 있어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같은 소리에 귀를 막은 전쟁광들에겐 필요없는 말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한반도-동북아-세계 잇는 3박자 비핵화 필요"

글로벌 아마겟돈 - 10점
정욱식 지음/책세상

정욱식(37)은 시민운동계에서도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동세대 시민운동가들이 학생운동을 거쳐 시민단체 상근자로 활동하며 단체 내에서 직급을 올려가는 것이 일반적인데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댓바람에 시민단체부터 만들었고 줄곧 대표를 맡아왔다. 1999년 창립된 ‘평화네트워크’다. 10년이 넘는 활동을 거치며 그는 전문가주의가 공고한 국제관계 및 안보분야에서 ‘박사 자격증’ 없이도 박사들과 본격 논쟁을 할 수 있는 현장형 분석가이자 이론가로 성장했다.
정욱식은 신간 <글로벌 아마겟돈>(책세상)에서 다시 핵무기 문제에 천착했다. 그는 책에서 핵에 의한 평화를 주장하는 이론의 허와 실, 지난 3월5일로 발효 40주년이 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의 공로와 모순, 각국의 핵무기 전략 및 북핵문제, 이란 핵문제 등을 촘촘하게 정리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그가 노린 것은 핵무기 문제에 관한 한국인의 인식 및 발상의 전환이다. 한반도와 동북아, 세계를 잇는 ‘3박자 비핵화론’이 그것이다. 한반도-동북아-세계 비핵화 사이의 교집합을 찾아내 이를 바탕으로 비핵화를 위한 선순환 구도와 긍정적 확산효과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3박자 비핵화론은 한반도 비핵화가 동북아 핵문제, 글로벌 핵문제 해결 없이 될 수 있느냐는 반문에서 출발합니다.”
비전은 훌륭하지만 진전 기미를 찾기 어려운 북핵문제의 현실에서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 얘기일까. 정욱식은 “어떻게든 정치적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면서 “진정성에 대한 의심은 있지만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언명은 러시아와의 핵무기 감축협정 등 현실로 드러나고 있으며, 일본 역시 비핵지대화를 공약으로 내건 민주당이 정권을 교체했다”고 말했다.
그가 우크라이나 모델, 리비아 모델 등 성공적으로 비핵화를 실현한 사례에 주목한 것도 발상의 전환을 위해서다. “언론이나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 모델, 리비아 모델을 말하지만 막연하게 말할 뿐 구체적으로 뭔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북핵을 바라보기 위해선 현미경 못지않게 망원경도 필요합니다. 지구적 차원에서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중요한 교훈들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요즘 단체를 처음 만들 시절 세운 최소한의 목표를 자주 생각한다고 했다. “그 목표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겠죠. 더 욕심을 내자면 안보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천안함 사태에서 봤듯 사람들은 안보를 군사의 문제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 헌법에도 나오지만 안보는 외교와 국방을 두 축으로 하거든요.” (201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