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의 청소년 문학상은 지난해로 3회째 밖에 되지 않았는데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기사에서 나오지만 <완득이>와 <위저드 베이커리>가 워낙 히트를 했고, 창비 출판사의 인지도가 높기 때문이다. 배미주 작가는 태어난 곳이 부산은 아니지만 부산에서 오래 살았다고 한다. 그래서 경상도 사투리가 나온다.
기사를 쓰기 위해 <싱커>를 후다닥 읽었는데, 지난주 일본 출장을 떠나는 길에 챙겨갔던 것이 김탁환, 정재승의 <눈먼 시계공>이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둘 다 미래를 소재로 한 SF물이다. 싱커는 메시지에 좀 더 무게를 둔 작품이라면 <눈먼 시계공>은 뇌과학을 바탕으로 테크놀로지에 좀 더 치중한 느낌이 들었다.
여하튼 미래를 다루는 SF물은 거의 대부분 암울하다.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기자가 배 작가에서 왜 한국의 SF물은 계급격차가 더 커진 암울한 사회만을 그리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질문은 좋게 해석하면 한국의 어린이, 청소년 문학 작가들이 여전이 주지주의에 빠져 있다는 의미가 되겠지만, 나쁘게 해석하면 어린이, 청소년물은 반드시 밝아야 한다는 편견의 발로일 수 있다.
<싱커>는 분량이 적어 아쉽다는 느낌이 들지만 SF라는 장르를 본격 도입한 청소년 소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창비 청소년 문학상은 계속 파격적인 작품들을 선정하고 있다.
22세기 중엽 지하도시 시안. 지하 깊숙한 인공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인류는 소빙하기를 맞아 얼어붙은 지상과 단절된 채 과학문명이 제공하는 편의를 누리며 200살 이상까지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극심한 빈부격차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만들어낸다. 하층계급에 속하는 소녀 미마는 신분 상승을 위한 유일한 통로인 성적향상을 위해 ‘스마트약’을 구하러 암시장에 숨어든다. 미마는 그곳에서 난생 처음 인간 이외의 살아있는 동물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미마는 암시장 사람들로부터 신종게임 ‘싱커’의 테스터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받는데, 싱커는 인공 정글인 ‘신아마존’에 사는 동물의 의식에 접속(싱크)해 그 동물의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는 게임이다. 미마와 친구들은 싱커 게임을 통해 지하도시 시안 밖의 세계를 처음 경험하게 되지만 알 수 없는 검은 세력이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기사를 쓰기 위해 <싱커>를 후다닥 읽었는데, 지난주 일본 출장을 떠나는 길에 챙겨갔던 것이 김탁환, 정재승의 <눈먼 시계공>이었다.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둘 다 미래를 소재로 한 SF물이다. 싱커는 메시지에 좀 더 무게를 둔 작품이라면 <눈먼 시계공>은 뇌과학을 바탕으로 테크놀로지에 좀 더 치중한 느낌이 들었다.
여하튼 미래를 다루는 SF물은 거의 대부분 암울하다.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기자가 배 작가에서 왜 한국의 SF물은 계급격차가 더 커진 암울한 사회만을 그리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질문은 좋게 해석하면 한국의 어린이, 청소년 문학 작가들이 여전이 주지주의에 빠져 있다는 의미가 되겠지만, 나쁘게 해석하면 어린이, 청소년물은 반드시 밝아야 한다는 편견의 발로일 수 있다.
<싱커>는 분량이 적어 아쉽다는 느낌이 들지만 SF라는 장르를 본격 도입한 청소년 소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창비 청소년 문학상은 계속 파격적인 작품들을 선정하고 있다.
“청소년이여, 현실 벗어나 상상하세요”
싱커 (양장) - 배미주 지음/창비(창작과비평사) |
22세기 중엽 지하도시 시안. 지하 깊숙한 인공의 도시에서 살아가는 인류는 소빙하기를 맞아 얼어붙은 지상과 단절된 채 과학문명이 제공하는 편의를 누리며 200살 이상까지 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극심한 빈부격차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계급을 만들어낸다. 하층계급에 속하는 소녀 미마는 신분 상승을 위한 유일한 통로인 성적향상을 위해 ‘스마트약’을 구하러 암시장에 숨어든다. 미마는 그곳에서 난생 처음 인간 이외의 살아있는 동물을 보고 큰 충격을 받는다. 미마는 암시장 사람들로부터 신종게임 ‘싱커’의 테스터가 되어 달라는 제안을 받는데, 싱커는 인공 정글인 ‘신아마존’에 사는 동물의 의식에 접속(싱크)해 그 동물의 감각을 고스란히 느끼는 게임이다. 미마와 친구들은 싱커 게임을 통해 지하도시 시안 밖의 세계를 처음 경험하게 되지만 알 수 없는 검은 세력이 그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제3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싱커>의 줄거리다. <완득이>(김려령), <위저드 베이커리>(구병모) 등의 작품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계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창비 청소년문학상은 3회째 당선작으로 미래소설을 골랐다. 73편의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이 작품이 선택됐다.
창비는 최근 이 작품을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판형으로 각각 출판했다. 동화집 <웅녀의 시간 여행>, <천둥 치던 날>(공저) 등 동화작품을 주로 썼던 배미주(41)가 청소년 소설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씨는 “욕심을 부리다 보니 분량에 비해 너무 많은 메시지가 담긴 것 같다”면서 “이 소설의 독자가 될 청소년에게 자기가 속한 세계와 현실을 벗어나 의심하고 상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0살과 8살 된 딸과 아들을 둔 배씨는 “인터넷에서 젊은이들을 보면 참 똑똑하고 창의적이지만 그들과 조금만 다른 생각이 등장하면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면서 “‘다층적 의식’이랄까, 다양성을 포용하는 자세가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성인 대상이든, 청소년 대상이든 공상과학(SF) 장르의 소설은 그리 많지 않다. 배씨는 “저에게도 생소한 장르라 받아들여질까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SF라고는 하지만 최대한 과학적 근거로 뒷받침하기 위해 공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사람이 동물에게 접속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싱커>의 줄거리는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 개봉한 영화 <아바타>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심사위원인 소설가 전성태씨는 “마치 <아바타>가 이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면서 놀라워 했다. 배씨는 “영화가 나오기 전 작품을 구상하고 탈고했다”면서 “가상현실에서 아바타끼리 접촉한다는 설정은 SF소설에서 일반화된 기법”이라고 말했다.
배씨는 “<싱커>를 쓸 때 너무 힘들어서 앞으로 SF는 안써야겠다고 했는데 다음 작품으로 떠오르는 것은 역시 SF적인 요소가 많다”면서 “당분간 판타지 등 장르소설을 자주 쓰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20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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