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책과 사람

유럽을 여행중인 강풀

강풀의 작품은 서너개 정도 웹툰으로 읽은 것 같다. 새로 단행본이 나와 주변에 물어보니 강풀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었다. 개인적으론 초창기의 '일쌍다반사' 시리즈를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유럽을 여행중이라 이메일로 인터뷰를 했는데 아무래도 이메일 인터뷰는 밀도가 성에 차지 않는다. 즉문즉답이 아니다보니 긴장이 좀 떨어진다. 메일 말미에 '돌아오시면 소주 한잔 할 수 있을까요?'라고 했더니, 답신에 소주도 한잔 하고 당구도 한게임 하잔다. 흑, 당구라니. 큐대 놓은지 한 10년은 됐는데...

만화가 강풀 “작품이 재미없으면 독자가 외면할 것”
어게인 1 - 10점
강풀 글 그림/문학세계사
어게인 2 - 10점
강풀 글 그림/문학세계사
어게인 3 - 10점
강풀 글 그림/문학세계사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같은 순정물과 <아파트> <타이밍> <이웃 사람> 등 미스터리물을 번갈아 발표하고 있는 만화가 강풀씨(36·본명 강도영)는 ‘최고의 이야기꾼’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주무대인 인터넷에 웹툰 연재를 시작하면 조회수가 수천만 건에 달하고, 연재가 끝나면 영화·연극으로 제작된다. 중도하차하긴 했지만 한때 <괴물2>의 시나리오 작업을 담당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인터넷에 ‘미스터리심리썰렁물(미심썰)’ 시즌4 <어게인>을 연재했던 강씨는 최근 이 작품을 3권의 단행본으로 묶어냈다. 그는 단행본 출간 직전 아내와 함께 오랫동안 꿈꿔오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다. 영국을 거쳐 현재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강씨를 e메일로 만나봤다.
<어게인>은 곧 태어날 아기의 생명을 빼앗아 운명과 시간을 거스르며 불사신이 되고자 하는 자들과 이를 막기 위해 몸을 내던진 ‘시간초능력자’들의 사투를 그렸다. <어게인>은 앞서 발표된 ‘미심썰’과 마찬가지로 등장인물들의 삶과 죽음, 영혼과 운명이 얽히고 설키면서 숨가쁘게 진행된다. 앞선 시리즈에서 주인공이었던 양 형사를 비롯해 미래를 볼 수 있거나 시간을 멈추고 되돌리는 등의 ‘시간초능력자’들이 대거 등장한다. 기괴한 초능력들이 난무하지만 가장 강력한 사건 해결의 실마리는 ‘염원’과 ‘믿음’이다. 강씨는 “어느덧 올해로 만화를 그린 지 10년차가 됐다”면서 “<어게인>을 통해 내가 그간 만화 속에서 창조한 세계관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어게인>은 앞으로도 계속 그릴 ‘미심썰’ 시리즈의 징검다리이자 연결고리라는 것이다.
작품 연재를 시작하면 하루 20시간 가까이 작업에만 몰두한다는 강씨는 자신의 작품이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로 ‘재미’를 꼽았다. 그는 “내가 봐도 재미가 없으면 독자들이 봤을 때는 더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등장인물과 배경을 어둡게 그릴 수밖에 없는 미스터리물보다는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같은 순정물의 그림체가 더 편하고 좋다”고 말하는 강씨의 다음 작품은 순정물이다.
“극한의 상황에서 아름다운 사랑을 하는 좀 엉뚱한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볼 생각입니다.”
강씨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 반대 촛불집회를 비롯해 대형 시국사건이 벌어지면 이에 관한 만화를 틈틈이 그렸고,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자녀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26년>)을 연재하기도 했다. 그는 “압력을 받거나 위축감을 느낄 정도로 사회참여를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면서도 “ ‘행복해도 되는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20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