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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동화책 보는 아빠

[리뷰]내가 좋아하는 갯벌

생태 세밀화가 이태수 선생을 작년에 인터뷰 한 이래로 세밀화 책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생겼다. 세밀화 책은 언제 나와도 대환영. 아무리 총천연색의 영상이 난무하는 시대라 하더라도 서양에서 박물학이 크게 발전하던 시절부터 각광을 받았던 세밀화는 생명체의 특징을 전달하는데 탁월한 효과를 지닌다. 호박꽃 출판사는 웅진출판사의 임프린트인데 세밀화 시리즈를 연이어 내고 있다. 앞으로의 출간 예정 리스트로 꽤 길다. 세밀화 작업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지 들었기에 출판사의 노고에 경의를 보낸다.

지난해엔 생태 세밀화 책이 여러권 나왔는데 생각해보니 올해는 아직까지 한손에 꼽을 정도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덮친 출판불황이 출판사들로 하여금 시간 오래 걸리는 세밀화 작업을 주저하게 만든 때문일 것이다.

맛조개·짱뚱어·꼬막… 세밀화로 만난 갯벌 생물
내가 좋아하는 갯벌 - 10점
유현미 지음, 김준영 그림/호박꽃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훌륭한 갯벌을 가지고 있다. 물 빠진 갯벌에 가보면 여러 가지 생명체가 이리저리 움직이고 무수히 많은 작은 구멍이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갯벌체험은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즐기는 생태학습이자 놀이로 자리잡았다.
이 책은 화려한 원색의 사진보다도 대상의 특징을 잘 전달해주는 세밀화를 통해 갯벌에 사는 생물 64종을 설명했다. 책을 펼치면 짭조름한 바닷바람이 불고 비릿한 갯벌의 냄새가 풍겨오는 듯하다. 머리 꼭대기에 툭 튀어나온 두 눈 때문에 웃음을 자아내는 짱뚱어, 어쩜 그렇게 별 모양과 똑같이 생겼는지 신기한 불가사리, 한쪽 집게발이 자기 몸집만한 ‘주먹대장’ 농게, 작고 동글동글한 모래콩알을 만들어내는 엽낭게, 구멍에 소금을 뿌려놓으면 슬그머니 고개를 내미는 맛조개, 겉은 우둘투둘하지만 삶아놓으면 쫄깃하고 짭짤한 맛이 일품인 꼬막 등 갯벌의 생물들은 정겹기만 하다.

짤막하게 붙은 설명글은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말하듯 편안한 말투다. “성게는 온몸이 날카로운 가시로 덮여 있어. 영락없는 밤송이야. ‘물밤’이라고도 해. 가시 길이는 똑같지 않고 들쭉날쭉해. 몸통 위쪽에 똥구멍이 있고 입은 아래쪽에 있어.”(성게)
세밀화 그림책은 제작기간이 1~2년 걸리는 것은 보통이다. 생명체의 한살이를 꼼꼼히 관찰한 다음 그려야 하기 때문에 품이 많이 든다. 이 책을 그린 작가 역시 2년간 전국의 갯벌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갯고랑에 허리까지 빠져 혼쭐이 나기도 하고 한여름 땡볕에서 숨죽이고 앉아 농게가 구멍에서 나오기를 한 시간 넘도록 기다린 적도 있다고 한다. 이런 고생이 현장감 있는 그림을 만들어냈다. 2010.5.15

<이 책이 나오기 바로 전주에 나왔던 다른 출판사의 세밀화 책이다>

소금쟁이가 들려주는 물속 생물 이야기 - 10점
노정임 글, 안경자 그림, 바람하늘지기, 김성수 감수/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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