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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동화책 보는 아빠

정성어린 직업 탐색 시리즈

이 직업탐색 시리즈는 추가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다. 꼼꼼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글과 그림, 아이들이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직업을 우선 선택한 점 등이 모두 마음에 든다. 두어달 어린이를 위한 직업탐색 테마파크란 곳을 애와 함께 다녀왔는데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테마파크란 곳이 원래 상업적으로 만들어진 놀이시설이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여러 직업들이, 해당 부스를 차린 대기업으로 상징됐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정비공은 어느 대형 자동차 정비업체 직원이 되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아이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원이 된다는 것은 일반적인 의미를 갖기 보다 특정한 은행에 들어가는 것을 뜻하고, 피자 요리사가 된다는 것 역시 유명한 피자 체인의 직원이 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처럼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마음이 찜찜하던 차에 나온 이 책은 참 보기 좋았다. 한가지 웃긴 것은 기사에도 썼지만 애들에게 보여주려면 자장면, 탕수육 사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우리 애한테 읽힐 때마다 아이가 '아빠, 탕수육 먹고 싶어요' '아빠 자장면 먹고 싶어요'를 연발한다는거다. 이번 주말에도 탕수육을 먹기로 약속을 했다.

고소한 맛과 情을 나누는, 이웃의 귀중한 직업
짜장면 더 주세요 - 10점
이혜란 글.그림/사계절출판사
딩동딩동 편지 왔어요 - 10점
정소영 지음/사계절출판사


한국직업사전에는 1만가지가 넘는 직업들이 수록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 역시 사전에나 나오는 말이다. 어린 자녀가 장래에 자장면 요리사가 되고 싶다거나,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부가 되고 싶다고 말할 때 기꺼이 등을 두드려 주는 부모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가 대기업 회사원이 되거나 ‘사’로 끝나는 직업을 갖기를 희망한다. 전문직에 대해 알려주는 어린이 직업책이 많은 이유다.
하지만 ‘사’자로 끝나는 직업이 인기 있는 이유는 그 직업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두가 ‘사’자로 끝나는 직업만 갖는다면 그 사회는 유지될 수도 없다. 누군가는 음식을 만들고 배달해야 하고, 물건을 팔아야 하며, 쓰레기를 대신 치워주고, 농사를 짓거나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접하는 어른들의 직업은 대부분 이런 것들이다.
사계절 출판사가 20권을 목표로 새롭게 시작한 어린이용 직업책 ‘일과 사람’ 시리즈는 아이들이 사족을 못쓰는 자장면 만드는 사람, 길거리에서 종종 마주치는 우편집배원부터 시작했다는 점에서 친근감을 준다.

특히 <짜장면 더 주세요!>를 지은 이혜란씨는 아버지가 중국집 주방장이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중국집에 달린 살림방에서 생활하고 부모님의 일손을 도운 경험을 되살려 ‘중국집 요리사’의 생활을 정겹게 그려냈다. 책에 등장하는 음식들이 너무 먹음직스러워 보이므로 아이에게 이 책을 읽히려는 부모들은 자장면이나 탕수육 몇 그릇쯤은 사줘야 한다는 각오를 먼저 해야 할 것 같다.
<딩동댕동 편지 왔어요> 역시 현직 ‘처녀 집배원’을 꼼꼼하게 취재했다는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날이 좋으나 궂으나, 길이 고우나 험하나 물건과 소식을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우편집배원이라는 직업의 귀중함이 배어난다. 201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