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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책과 사람

말놀이 동시집 5권 완간한 시인 최승호씨

지난주에 썼던 기사인데 한참 지난 뒤에야 갈무리를 한다. 최승호 시인은 시인으로서 매우 널리 알려진 분인데 동시집 출간을 계기로 간담회가 있었다. 교수로 계셔서 그런지 무척 달변이었다. 어릴 적 동시짓기는 무척 어려운 숙제였던 것 같다. 도대체 시라는게 뭔지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준 기억이 없다. 대충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 가지고 수업을 한 다음에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니 괴로울 수 밖에. 매번 교과서에 나오는 동시들 보고 대충 비슷하게 짜맞춰 갔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 당시 왜 시들은 모두 '~네'라고 끝나는지 궁금해 했던 것 같다.

이제는 동시는 커녕 시 조차도 읽어본지 까마득 하다. 하지만 내 새끼도 비슷한 난감함을 겪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기사 외에 간담회에서 최 시인이 했던 말들을 함께 갈무리 했다. 아이들에게 시를 읽히고 싶어하는 부모들에겐 참고가 될만할 것 같아서다.

"딸에게 작품 읽혀서 어렵다고 하면 뺐죠"
'도롱뇽'
도롱뇽 노래를 만들었어요
도레미파솔라시도
들어 보세요
도롱뇽
레롱뇽
미롱뇽
파롱뇽
솔롱뇽
라롱뇽
시롱뇽
도롱뇽
시집 <대설주의보>의 시인 최승호씨(56·숭실대 문예창작과 교수)의 말놀이 동시 '도롱뇽'이다. 최씨는 이처럼 우리말의 소리와 음악성을 살린 동시 371편으로 구성된 말놀이 동시집 5권(모음편, 동물편, 자음편, 비유편, 리듬편)을 비룡소 출판사에서 완간했다. "그동안 동시들이 너무 의미에 치중하다 보니 오히려 어린이들을 억압한 측면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말놀이 동시집을 통해 소리글자인 우리말의 맛과 멋을 어린이들이 제대로 맛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최씨의 말놀이 동시들은 특정단어의 머리글자(두운), 끝글자(각운)를 되풀이함으로써 리듬감을 살리고 상상력을 북돋워주는 것이 특징이다.
'귀뚜라미'
라미 라미
맨드라미
라미 라미
쓰르라미
맨드라미 지고
귀뚜라미 우네
가을이라고
가을이 왔다고 우네
라미 라미
동그라미
동그란
보름달
최씨는 "한시, 영시 등은 모두 운문시(두운과 각운 등을 맞춘 시) 전통에서 출발하는데 우리는 한글을 가지고 운문시를 쓴 전통이 별로 없어 전부터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면서 "말놀이 동시는 언어감각과 상상력을 키워주기 위한 훌륭한 교재"라고 말했다. 말놀이 동시집은 2005년 1권이 나온 이후 12만부가 팔렸다. 동시집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시집의 경우에도 1만부가 팔리면 '대박'으로 평가받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판매량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활동했던 최씨는 "딸아이가 올해 중학교 1학년인데 모든 작품을 아이에게 읽혀서 어렵다고 하면 뺐다"면서 "실제 강연에서 어린이들에게 말놀이 동시를 읽히면 바로 노래로 만들어 부른다"고 했다. 또 "말놀이 동시는 소리내 읽어야 하고 시의 의미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면서 "아이들이 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배울 수 있으려면 부모들이 먼저 의미에서 해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0.1.13>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 5 - 10점
최승호 지음, 윤정주 그림/비룡소

**최승호 시인 간담회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