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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구워진 글

다윈은 20년 동안 진화론을 숨겼다

<다윈 평전> 출간과 관련해 <종의 기원> 관련 글을 준비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다윈 평전>은 <종의 기원> 첫 출간일을 1859년 11월22일로 적었는데, 최재천 교수 등이 쓴 <21세기 다윈 혁명>은 1859년 11월 24일로 적고 있었다. 둘중 하나가 잘못 알고 있거나 혼동이 있는 이유가 있을 터였다.

<다윈 평전>을 출간한 뿌리와이파리 출판사 편집자에게 문의를 했더니 자료를 하나 찾아서 보내왔다. Darwin Online이라는 웹사이트에 올라온 자료인데 R. B. Freeman이라고 다윈 관련 책을 쓴 사람이 올린 것이란다.

Darwin received a copy early in November; Peckham says that Murray sent it on Wednesday 2nd. The overseas presentation copies were sent out before Friday 11th, and the home ones must have gone out at about the same time because he received a letter of thanks from Sir John Lubbock on Tuesday 15th, or earlier. Twenty-three author's presentation copies are recorded, but there were probably more; the twelve which I have seen are all inscribed by one of Murray's clerks and I know of no record of one inscribed by Darwin himself. It was offered to the trade at Murray's autumn sale a week later, on 22nd; most sources say that 1,500 were taken up, others 1,493. Only 1,250 had however been printed of which 1,192 were available for sale, the rest being twelve for the author, forty-one for review and five for Stationers' Hall copyright. As Darwin took at least another twenty for presentation, the final number available for the trade was about 1! ,170. These facts are at variance with the often-printed statement tha t all the 1,250 copies were sold to the public on publication day, Thursday 24th; indeed once copies had reached the bookshops, up and down the country, how could anyone know whether they were sold or not. The origin of this mistake is in Darwin's diary '1250 copies printed. The first edition was published on November 24th, and all copies sold first day.' And in a letter to Huxley on November 24th "I have heard from Murray today that he sold the whole edition of my book the first day."



위의 글을 보면 출판업자 머리(Murray)의 발언과 다윈의 발언이 다르다. 여기에서 혼란이 생긴 것 같다는 것이 편집자의 말이었다. 요약하자면 머리는 11월22일에 <종의 기원> 판매를 시작했는데, 다윈은 일기에 11월 24일에 출간되었고 첫날 모두 팔렸다고 적었다. 여하튼 다윈의 나라 영국에선 11월22일을 <종의 기원> 출간일이라고 알고 있다고 한다.

그나저나 다윈 온라인이라는 사이트는 처음 알았는데, 다윈에 관한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듯 하다. 관심 있는 분들은 방문해 보시길...

다윈은 20년 동안 진화론을 숨겼다
탄생 200주년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 서적 봇물

"악마의 사제가 아니면 누가, 이런 꼴사납고 소모적이며 실수를 연발하는, 저속하고 끔찍할 정도로 잔혹한 자연의 소행들에 대한 책을 쓸 수 있겠는가."(<종의 기원> 집필을 시작할 무렵인 1856년에 찰스 다윈이 쓴 글, <다윈 평전>에서 인용)
2009년은 진화론으로 인류의 생명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찰스 다윈(1809~82)의 탄생 200주년이다. 또 오는 22일은 자연선택설이라는 진화론의 핵심 주장을 담은 그의 저서 <종의 기원>이 첫 출간된 지 150주년 되는 날이다. 한국엔 24일이 출간일로 알려져 있는 경우도 있는데 <종의 기원>을 펴낸 출판업자 머레이는 판매를 시작한 22일 모든 책이 팔렸다는 기록을 남겼기 때문에 영국에선 22일이 <종의 기원> 출간일로 공인받고 있다.
국내 출판계는 '다윈의 해'를 맞아 다윈과 진화론을 다양한 각도에서 재조명한 책들을 쏟아냈다. 교보문고와 인터넷 서점 YES24에 따르면 올해 다윈 혹은 진화론을 키워드로 발간된 신간들은 어린이·청소년 대상을 제외하고도 20종이 넘는다. 판매량도 과거에 비해 대폭 늘었다. 다윈과 진화론, 다윈 이론의 현대적 변용을 입체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여러 개의 창이 마련된 셈이다.


다윈 평전 - 10점
에이드리언 데스먼드 외 지음, 김명주 옮김/뿌리와이파리

다윈 관련 책의 결정판은 최근 출간된 <다윈 평전>(뿌리와이파리·사진)이다. 1350여쪽에 이르는 이 책은 영국의 과학사가 에이드리언 데스먼드와 제임스 무어가 공동 집필했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다윈의 삶을 시간 순서로 조명한 평전은 '고뇌하는 진화론자의 초상'이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젊은 시절 성직자가 되려 했으나 유물론자가 돼버린 다윈의 인간적 고뇌와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윈은 서른살 무렵 창조설을 깡그리 뒤엎는 진화의 비밀을 깨우쳤지만 비밀 공책에 적어뒀을 뿐 20년 동안 묻어뒀다. 실제로 다윈은 과학계의 주류가 활동하는 런던을 피해 시골에 칩거했음에도, 자신이 발견한 진화론의 함의들을 고심한 탓에 평생을 편두통과 구토에 시달려야 했고 두려움 때문에 몸져 눕기도 했다는 것이다. 다윈은 '종이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지인에게 털어놓으면서 "이것은 살인을 고백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데스먼드·무어의 <다윈 평전>과 함께 다윈 전기의 쌍벽을 이루는 것이 자넷 브라운의 책이다. 브라운은 비글호를 타고 다윈이 세계일주를 하는 시기를 앞뒤로 나눠 2권으로 다윈 전기를 묶었는데, 다윈이 진화론을 발견하고 사회에 발표하는 후반부 책이 김영사에서 12월 중 나올 예정이다. 브라운의 다윈 전기는 천재적인 자연사학자로서의 면모보다는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 산물로써의 다윈, 즉 혁명을 바라던 지식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다윈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데스먼드·무어의 <다윈 평전>과 차별성을 보인다. 최근 출간된 <다윈은 세상에서 무엇을 보았을까?>(피터 매시니스|부키) 역시 다윈 자체보다는 <종의 기원>이 발간되던 1859년 언저리의 사회상과 과학·기술적 발견들을 조명하고 있어 다윈을 이해하기 위한 간접 자료로 가치가 있다.
지난 1월 출간된 <다윈 이후: 다윈주의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말하다>(사이언스 북스)는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다윈주의의 쌍벽을 이루며 논쟁을 벌인 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으로 주목받는다. 굴드는 77년 처음 출간된 이 책에서 다윈의 사상이 어떻게 왜곡·확산됐으며,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고찰하고 진화론을 남용해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불러온 생물학적 결정론을 비판했다.

21세기 다윈혁명 - 10점
최재천 외 18인 지음/사이언스북스

국내 저자의 책으로는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비롯한 19명의 연구자가 철학·법학·심리학·정치학·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 다윈 사상이 끼친 영향을 고찰한 <21세기 다윈 혁명>(사이언스 북스)이 호평을 받고 있다. 최 교수는 젊은 연구자들과 함께 '다윈포럼'을 만들어 활동 중인데 <종의 기원> <인간의 유래> <인간과 동물의 감정 표현> 등 다윈의 대표 저서도 새롭게 번역하고 있다.
생물학자이자 과학도서 평론가인 김명남씨는 "일반인들은 진화론을 이미 완성된 이론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유전학 발전에 따라 진화론도 생동감 있게 발전하면서 경제학·심리학 등 영향력의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2009.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