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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산, 들, 바다

잘 가라! 2014년 가을.

가을과 겨울의 경계는 어디일까? 10월까지는 가을이라는데 모두 동의할 것이다. 그럼 11월은 어떨까? 11월의 어느 시점이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순간이 되지 않을가 싶다. 그런데 11월 들어 수능 시험 즈음에 꽤 날씨가 쌀쌀하더니 11월 말엔 무척 포근했다. '겨울'이라고 부르기 애매했던 것이다. 그런데 12월의 첫날인 어제 꽤 많은 눈이 내렸다. 11월의 어느날 새벽 서울에 살짝 첫눈이 왔다고는 하지만 쌓이지도 않아 첫눈 취급을 못받았다. 어제도 눈은 많이 쌓이진 않았으나 워낙 풍성한 눈송이였고 응달진 곳엔 잔설이 좀 남았기에 '첫눈' 대접을 받을만 했다. 제법 풍성한 첫눈까지 내렸고, 기온마저 코끝이 싸할 정도로 추워졌으니 이제 정말 가을은 떠난 것 같다.


전에 어느 기사에서도 언급했는데 시간의 흐름은 어떤 매듭이나 마디가 없다. 그러나 인간은 날과 달과 해, 절기와 계절을 나눠 구분을 한다. 곡식과 계절이 익는 풍성한 가을 뒤에 찾아오는 겨울, 그리고 연말은 한 해를 마감하는 느낌을 자연스레 갖게 한다. 농부는 곳간에 쌓인 곡식을 보며 흐뭇해 하고, 마라토너는 한 해 동안 쉼없이 달려온 길을 돌아보며 회상에 잠길 것이다. 소시민들은 쥐꼬리를 잘라 모은 적금통장과 손가락 몇마디만큼 자란 자식의 키를 보며 느껴지는 뿌듯함으로 늘어난 자신의 새치머리가 주는 씁쓸함을 위로할 것이다.


지난 가을 동네와 회사 주변을 걸으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담았던 '2014년 가을'을 이제 진짜로 보내야겠다.





※홍제천변에 조신하게 서 있는 억새들과 홍제천 너머로 마포구청 쪽으로 보이는 붉은 단풍, 메타세콰이어 나무들.







※가을의 마지막 날을 기념하기라도 하듯 2014년 11월30일 오후 북한산 상공에 완벽한 아치를 그리는 무지개가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