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나 신문에 내가 다녀왔던 관광지나 여행지가 나오면 반갑기 그지 없다. 특히 내가 그곳을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았고, 그곳에서 좋은 추억을 안고 돌아왔다면 반가움은 몇배로 늘어난다.
지난주말 가족과 함께 춘천 금병산엘 다녀왔다. 2년전 5월에 내가 종종 참석하는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갔었는데 느낌이 좋아 가족을 데리고 함께 간 것이다. 날씨가 궂어서 구름이 끼고 많지는 않지만 비도 내내 내렸다. 그래도 봄의 싱그러움을 만끽하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같은 날 우리 회사의 여행전문 선배도 같은 곳을 찾았던 모양이다. 이번주 여행면의 한페이지를 금병산과 금병산이 품고 있는 실레마을 이야기로 꾸몄다. 참 친한 선배인데 당시 같은 곳에 있었다는 걸 전혀 몰랐지만 너무도 반가웠다.
사실 금병산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곳이다. 높은 장소를 싫어하는 아내는 나이가 먹어갈수록 바위나 벼랑 같은 곳을 무서워하고, 산엘 한번 다녀오면 무릎도 좋지 않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아내는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도 과거와 달리 가기를 주저한다.
금병산은 그런 아내에게 제격인 산이다. 금병산이 육산이라 산행 내내 바윗길이 거의 없다. 그리고 능선을 올라타기까지는 제법 경사가 심한 길이어서 땀이 나게 하지만 그리 길지는 않고, 능선을 올라타면 산책하듯 완만한 경사를 오르내릴 수 있다.
나무와 수풀도 무성하다. 산 아래쪽엔 숲을 빼곡하게 채운 잣나무 숲이 일품이고, 능선까지 오르는 길엔 잡목이 무성하다. 능선에 올라타면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들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또하나의 매력은 이곳이 소설가 김유정 선생의 고향이라는 점이다. 링크한 기사에서 풍부하게 소개되고 있거니와 '봄봄', '동백꽃' 등 다수의 김유정 소설이 이곳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난 주말은 기대했던 것만큼 꽃과 새싹이 만발하진 않았지만, 겨우내 응축시킨 봄의 기운을 가지 끝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 아내가 5월이나 6월에 다시 한번 금병산을 가자고 하는 걸 보면 꽤나 마음에 들었나 보다.
현장에 가보면 대번에 느끼게 되는데 실레마을은 마을 뒤를 오목하게 감싸고 있는 금병산 덕분에 상당히 안온한 느낌을 준다. 금병산을 오르려면 오른쪽 금병초등학교쪽 마을을 들머리로 해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걷는 것이 좋다. 어느 쪽으로 시작하든 초반에 다소 경사가 급한 길을 올라야 하는데 왼쪽은 경사도가 더 급하다. 오른쪽에서 시작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 다음 내려와 김유정 문학촌을 감상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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