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지리산에 다녀왔다. 가을 지리산은 처음이었다. 가을산의 대명사는 아무래도 설악산일텐데 가을 지리산은 설악산 못지 않게 맑은 하늘, 청명한 공기, 수려한 단풍 등 무척 감동적이었다.
꼽아보니 어렸을 적 부모님 따라 뱀사골에 물놀이 가고 했던 것을 빼면 그간 지리산엘 대여섯번 갔던 것 같다. 마지막은 아들 녀석이 갓난아기이던 시절 아내와 함께 다녀온 것이니 벌서 8년 가량 시간이 지난 것 같다. 계절로도 모두 여름 산행이었고 한번은 겨울산행이었다.
특히 이번 산행은 경남 산청의 지리산 깊은 골짜기에서 나고 자란 분의 인도를 받아 단체로 산행을 했는데 단순히 높은 산을 오르고 걷는 데에 그치는 게 아니라 지리산 골짜기 골짜기에 얽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산행코스는 대원사 위쪽으로 올라가 치밭목 산장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써리봉, 중봉, 천왕봉을 거쳐 세석까지 갔다. 셋째날은 세석에서 하산해 거림으로 내려왔다. 지리산의 가을을 혼자만 즐기기엔 아까워 사진 몇장 올려본다.
계골 옆으로 산죽밭은 헤치며 올라가다 인도하시는 분이 안내하는대로 빨치산 경남도당 아지트가 있던 곳을 가보았다. 얼마쯤 가다보니 안내판이 설치돼 있긴 했지만 그곳 지리에 밝은 사람이 아니면 결코 접근하지 쉽지 않은 곳이었다.
지리산 주능선에서 천왕봉에서 동족으로 내려가다 중턱에 있는 '치밭목산장'은 개인산장이다. 지리산의 산장들은 대부분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하는 대피소로 전환됐는데 치밭목산장은 여전이 개인이 운영하는 산장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치밭목'이라는 이름은 얼핏 들어선 발음을 잘 따라하기 쉽지 않은데 한번 들으면 잘 까먹지 않을 정도로 발음이 강렬하다. '목'은 길목을 뜻하는데 '치밭'이라는 말의 뜻은 이번에 처음 알게됐다. 원래는 '취밭'이란다. 그러고보니 이곳으로 올라가는 길에 정말 취나물을 많이 보았다. 이제 온도가 제법 쌀쌀해져 시들어가고 있기는 했지만. 여튼 '취나물이 밭처럼 많이 나는 길목' 정도가 될 터이다.
치밭목 산장에서 본 해너미. 그리고 다음날 천왕봉으로 올라가는 길에 본 지리산 일대 고산준령들.
사람 사진은 안찍고 풍경이나 꽃, 풀, 나무 사진만 연신 찍어대는 모습을 보더니 지인이 한말씀 하신다. "당신도 이제 보니 늙었네"라고. 무슨 말인지 여쭈니 사람 사진 안찍고 자연이 좋아지면 그게 늙은 표시란다. 그런지도 모르겠다.
갈라진 바위틈 사이에 자리잡은 저 나무도 세상 참 힘들게 산다는 생각이 들어 한장 찍어봤다. 저 나무가 바위를 갈라지게 했을까, 아니면 갈라진 바위틈에 나무가 자리를 잡았을까.
역시 지리산을 잘 아는 분과 함께 가다보니 전에 갔던 길인데도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된다. 세석에서 거림으로 내려가는 길에 의신, 청학동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갈라진다. 이 갈림길에서 10분쯤 내려가면 '음양수'라는 샘이 있었다. '음'과 '양'의 의미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음양수가 있다는 곳에 갔더니 집채만한 바위가 있었고 그 바위 위에 돌로 제단이 마련돼 있었다. 제단의 모양은 야릇한 모양이었다.
아래가 바로 음양수이다. 바위틈에서 흘러나온 물이 웅덩이에 고여 있었다. 안내하시는 분이 물을 먹을 수 있는 정도인지 자신없어 했으나 한모금 마셔보더니 괜찮아 보인다고 해서 다들 한모금씩 마셔보았다. 물이 차갑다거나 상쾌하진 않았지만 무척 달다는 느낌이었다.
음양수 바위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남부능선, 동쪽으로 보이는 왕시루봉이다.
나머지는 지리산에서 만난 식물들.
이번에 이름을 알게된 식물. 천남성. 뿌리가 약재로도 쓰인다는데 사약의 원료로도 쓰였단다.
아래는 용담. 보랏빛 꽃이 범상치 않아 보였는데 시들기 시작해 많이 바랬다.
아래 두가지는 모르겠고.
구절초 같은데 맞는지 자신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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