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네팔의) 말레 마을에 와서 다큐를 제작하며 우리는 늘 예기치 못한 상황과 맞닥뜨리곤 했다. 사람 사는 세상에 다 이야기가 있게 마련이지만 말레 마을이 좀 더 특별했던 이유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커피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했다는 것이다. 이쏘리가 기도하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그가 어린 커피나무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두 손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카메라 뷰파인더로 바라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커피 농부를 본 듯했다. … 새로운 묘목, 새로운 희망이 가져온 변화. 커피는 이렇게 희망의 향기를 말레 마을에 퍼트리고 있었다.” -이주 노동, 아동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정무역 커피’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히말라야 커피로드>(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김영사) 중에서.
**이 책의 필자 가운데 한명, 그러니까 E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희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가운데 한명이 김영미 프리랜서 프로듀서다. 그는 나와 얼추 나이가 비슷한 것으로 안다. 요즘은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지 않기 때문에 '재능기부' 방식으로 제작됐다는 '희말라야 커피로드'는 당연히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을 말하면 아는 체 하는 사람들이 많다. TV로 이 다큐를 시청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김영미 프로듀서는 이른바 분쟁지역 전문 프로듀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지도자를 인터뷰하기도 했고, 소말리아 해적이 한국 선원들을 납치,억류하자 그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아가기도 했다. 찌질한 소시민 범주에 속하는 나로선 부럽기도 하지만 어쩐지 외로워 보이는 직업이다. 물론 그를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다. 이 책을 숙독하지 않았고, 다큐 프로그램을 보진 않았기에 이들이 네팔 오지의 빈한한 농민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부지불식간에 우리를 감염시키고 마는 '오리엔탈리즘'에서 얼마나 멀찍이 떨어져 있는지 말이다. 다만 우리와는 피부 색부터 얼굴 생김새까지 다르지만 고지대의 맑디맑은 공기처럼 해맑은 그들의 표정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문득 이른바 '문명'에 가까울수록 우리가 지어보이는 얼굴표정에도 무슨 덮개가 씌워진 듯 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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