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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책과 사람

[인터뷰]전국역사교사모임

국어, 역사, 사회, 과학 등 각 교과목별로 교사모임이 있다. 이 모임이 설립된 시기는 대체로 전교조가 설립되던 즈음이다. 처음엔 전교조 산하로 출발해 지금은 별도의 모임으로 독립한 것으로 안다. 각 교과별 교사모임은 아동학습서 분야에선 ‘파워 라이터’ 그룹에 속한다. 직접 책을 내기도 하고 감수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교사로서 일선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따로 책을 낸다는 것은 아무리 자기 전공 과목이라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인터뷰에 응한 김육훈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노가다’, 오세운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가정의 평화를 깨는 주범’이다. 그런데 이분들이 가정생활과 주말을 반납하면서까지 책을 쓰는 것은 열정 때문일 것이다.

인세는 어떻게 받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동안은 소위 말하는 ‘매절’ 개념으로 집필진에게 일정액을 주고 인세는 역사교사모임이 만든 연구소가 수령해 다음 책을 위한 자본으로 쓴다고 했다. 너무 고생스러워서 이번엔 인세 개념을 약간 적용했다고 한다. 김육훈 선생님은 인터뷰 하던날 첫째 따님이 수시 면접이 있었던 날이라 거기에 다녀 왔다면서 따님이 같이 나왔다. 그런데 둘째 따님도 인터뷰 장소에 나왔다. 둘째 따님의 장래 희망이 기자라서 부르셨단다. 인터뷰가 끝난 뒤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옆자리에 앉았는데 “출판인을 하지 뭣하러 기자를 하려고 하느냐”는 웃기지도 않는 농담만 던지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했다. 내내 마음에 걸린다.

"무엇보다 연령에 맞는 교재와 교수법이 필요하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국·영문판 출간한 전국역사교사모임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한국어판) - 10점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휴머니스트
A Korean History for International Readers (영어판) - 10점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휴머니스트
"교사가 쓰는 역사책은 장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교사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죠.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를 알고 있고, 알기 쉽게 대화하는 방법도 알고 있습니다. 교사들이야말로 외국 독자들에게도 우리 역사를 알기 쉽게 풀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 동북공정 등 한국사 문제로 이웃 나라들과 싸움이 벌어지면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아래로는 건달까지 대한민국은 온통 들끓는다. 인터넷 게시판은 ‘○바리’ ‘○놈’ 같은 날선 욕설로 넘친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는다. 그리고 서양인이 한국 역사를 잘 모르는 건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반복돼왔다.

학교에서 매일 학생들과 부대끼며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국·영문판을 동시 출간한 배경도 그것이다. 김육훈 교사(49·서울 신현고)는 “이기백 선생의 <한국사 신론>을 비롯한 몇 권이 영어로 번역돼 있긴 하지만 모두 전문 학술서인 데다 외국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쓰인 것”이라면서 “외국의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쓰인 한국사책은 없었다”고 말했다. 2002~2006년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를 역임한 김 교사는 신용균 경남 거창고 교사와 함께 이 책을 대표집필했다. 대표집필자 외에 편찬위원 9명, 검토위원 12명이 참여했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고찰한 통사다. 김 교사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쓰기 시작해 이듬해 초에 1차 초고가 나왔다”면서 “1차 초고를 편찬위원·검토위원들이 돌려 읽으며 역사인식, 서술방식 등에 대해 지적하면 다시 쓰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모두 현직 교사들이므로 책을 쓰고, 검토하는 것은 가욋일이다. 김 교사는 “주말과 방학을 온통 반납한 것은 그렇다고 치고 비용 자체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자료비, 회의 진행비, 검토수고료, 번역료 등 민간에서 감당하기 벅찰 정도였지만 앞서 출간한 책들의 인세와 역사교사모임 재정 등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이 책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책이라고 해서 자화자찬이나 일방적인 홍보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외국인이 읽을 책이므로 세계사적인 관점이 녹아있고, 중국·일본 등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 등을 설명하는 데 신경을 썼다. 지도와 그래픽, 사진 등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교과서로 쓰기에도 손색없어 보인다. 영문판은 이강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감수해 영어로 쓰인 용어 등의 신뢰도를 높였다.

2000여명의 교사가 회원으로 가입한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2권), <살아 있는 세계사 교과서>(2권), <마주보는 한일사>(2권), <행복한 한국사 초등학교>(10권) 등 역사책을 꾸준히 출간해 왔다. 2010년부터는 ‘처음 읽는 각국사’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내고 있다. 이미 <터키사>와 <미국사>가 나왔으며 중국·일본·인도·프랑스·영국 등의 역사가 단행본으로 나올 예정이다.

역사교사모임은 저술가 그룹이기 이전에 교사들의 모임이다. 학생들과 역사 교육이 1차적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의 편찬위원이기도 한 오세운 역사교사모임 대표(46·서울 용산고 교사)는 “연령에 맞는 교재와 교수법이 필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초등생을 위한 역사 교육의 경우 이야기 방식 등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데, 중·고교 방식의 축소형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신기한 것은 나이 서른이 넘으면 다들 역사를 좋아한다”면서 “이건 학교에서 역사를 교육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역사교사모임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2010.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