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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책과 사람

백낙청 "이유가 어떠하든 北의 연평도 포격 비난받아 마땅"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최근 북한의 3대세습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묻는 사설에 대해 민주노동당 측이 강하게 반발하자 어느 글에서 '기자는 허락받고 물어보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10년 넘게 기자로 일하다가 잠깐 사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어느 방송사 기자는 "물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권력인지 깨달았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기자로 일하던 시절 자기는 언제 어디서나 거리낌 없이 상대방에게 물어볼 수 있었는데 사장 비서는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의무만 있을뿐 물어볼 권리는 없더란 얘기였다.

어제(24일) 계간 '창작과 비평' 통권 150호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는 약간의 긴장이 흘렀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모르지만 연평도 사건 다음날이었기 때문이다. 백낙청 선생은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라는 경력이 말해주듯 통일운동을 펼쳐온 분이라 연평도 사건은 곤혹스런 사건일 수 밖에 없을 터였다.

상대방이 곤혹스러워 한다고 해서 안물어볼 수 없는 노릇. 그게 기자의 특권이자 의무이다. 질문이 너댓개 나왔지만 연평도 사건에 관한 것은 없었다. 궁금한 사람이 직접 물어볼 수 밖에. "기자간담회 나오실 때 이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셨겠죠?"라고 운을 떼며 백낙청 선생의 의견을 물었다. 당신도 "오늘 간담회를 나오면서 그에 대한 질문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번째인가, 다선번째인가에 이 질문이 나온 것을 보면 여기 오신 가자분들이 참을성이 있으시거나, 역시 문화부 기자분들이라 문화적 소양이 있으시기 때문 아닌가 한다"고 농담섞일 말로 운을 뗐다. 질문을 던진 사람으로서 백 선생의 답변은 그리 명쾌하게 들리지 않았다. 추가로 질문을 할까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피차가 겪을 심리적 부담이 귀찮기도 했고 에둘러 말하기로 작정한 분과 말싸움 하듯 할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간담회 자리가 연평도 사건에 관한 백 선생의 견해를 듣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는 배려심도 작용했다.
 
그렇지만 독자를 위한다면 그래선 안됐다. 나는 아직도 야성이 많이 부족하다.

참, 이날 간담회의 주제였던 계간 '창작과 비평' 통권 150호 발간 기사는 다음주 화요일자에 실릴 예정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72·사진)는 24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이유와 경위가 어떠하든 북측이 자신들도 인정하는 남쪽 영토에 포격을 하고, 민간인의 신체와 재산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이날 자신이 편집인으로 있는 계간지 ‘창작과 비평’이 1966년 창간된 이래 44년 만에 통권 150호를 발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연평도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지낸 바 있는 백 교수는 “먼저 희생된 해병대원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당한 분들이 하루빨리 쾌유하시길 빈다”며 말문을 열었다. 백 교수는 “길게 보면 이런 일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며 정부의 ‘한반도 평화관리’ 책임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백 교수는 “한반도 평화관리를 소홀하게 해 대통령의 기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못한다면 정부로서의 직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한반도 평화를 안정되게 관리할 수 있는 평화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만 있자니 체면이 상하고, 응징하려면 새로 사건을 일으켜야 하는데, 그것이 전쟁으로 갈 수 있다”며 “정부가 당장의 상황에 매몰되지 말고 좀 더 거시적인 방안을 세워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또 “북측으로서도 이로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라며 “일시적으로 자기들이 이겼다고 선전할지 모르지만 경제적으로도, 어떤 면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백 교수는 북한의 3대세습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이 펼쳐온 ‘분단체제론’에 입각한 설명을 내놓았다. 자유화·민주화를 상당히 성취한 남한과 달리 여전히 분단체제의 억압을 강하게 받고 있는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북한이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냐에 대해 극히 일부를 빼놓고는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며 “세습은 사회주의에서 점점 멀어지고 왕조적인 성격이 강화돼온 흐름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3대세습이 발표됐다고 해서 갑자기 새로운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 흥분하기보다는 북한의 비정상성, 왕조적인 성격이 한 단계 더 드러났구나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며 “북측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한 이후 남북대화와 6자회담 복귀 의사 등 여러 제안을 했지만 우리의 태도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북측이) 무너질 것이라며 ‘전략적 인내’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0.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