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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병아리 기자 시절 지금의 나보다 연조가 더 높았던 어떤 선배가 말했다. "낙엽이 하나 떨어졌을 때 '가을이 다가왔다'고 쓰는게 기사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가을이 왔다'고 쓰는건 기사가 아니다"라고. 남보다 한발 앞서서 흐름을 감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이 말에는 의미가 하나 더 숨겨져 있는 것 같다. 흐름을 앞서서 잡아낸다는 것은 달리 보면 흐름을 만들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얘기다.
 
어떤 분이 패션에 관한 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다. 봄에 하는 패션쇼인데 사진을 설명하면서 '모델들이 올가을 유행할 ○○○를 선보이고 있다'고 쓰는건 코미디 아니냐는 것이었다. 유행이라는 말은 많은 사람들이 선택함으로써 하나의 현상이 된다는 뜻인데, 아직 시점이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말하는 것은 형용모순이라는 취지였다. 이말을 듣고 다른 분이 웃으면서 설명했다. 패션계에서 '유행'에 관한 관행은 그렇다고. 즉, 유명 디자이너 혹은 브랜드가 올 가을에는 이런 것을 내놓겠다고 예고하면 그게 유행이 되는 것이라는 뜻이었다.

신간 트렌드 또는 출판계 트렌드 기사를 쓰면서 들었던 상념이다. 개인적으로 당대의 베스트셀러의 성공요인을 논하는 건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제 논에 물대기로 흐르지 않으리라는 자신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흐름을 짚어내는 기사를 쓰는건 재미난 작업이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50만부를 넘었다는 기사를 쓴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60만부를 앞두고 있단다. 놀랍다는 표현밖에 더할게 없다. 이런 식이라면 밀리언셀러도 가능해 보인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출간 7일째인 어제 6만부가 나갔다고 한다. 역시 무서운 속도다. 그래서 나는 <정의란 무엇인가>의 바통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가 이어받고 있다는 식으로 물을 대 보았다. 그런데 오늘자 중앙일보를 보니 <정의란 무엇인가>와 <공감의 시대>를 주목하면서 물을 댄 기사가 올라왔다. 여하튼, 낙엽이 한두개 떨어지더니 이제 우수수 사태를 이루는 상황이 된 것 같다.

                                 (독일 남부 프라이부르크 부근 '티티제'의 가을 풍경.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출장 자투리. ^^)


인문사회 서적 열기, 가을 서점가 달군다
-장하준 교수의 ‘그들이 말하지…’ ‘정의란…’ 이어 베스트셀러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10점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부키
정의란 무엇인가 - 10점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김영사

인문서 <정의란 무엇인가>에 열광했던 독자들이 묵직한 주제의 책들에 계속 눈길을 주면서 인문·사회 단행본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연말이 다가오면 소설·에세이 등 감성을 자극하는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예년의 추세에서 벗어난 현상이다. 심화되는 한국 사회의 각종 모순들이 독자들로 하여금 사회와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주제들을 고민하게 만들었고, 이런 문제들에 천착하는 책들이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는 흐름이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출판인회의가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 등 9곳을 통해 파악한 11월 첫째주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정의란 무엇인가>가 여전히 1위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개별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종합하면 10주 넘게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점차 수그러드는 추세다. 출판인회의의 베스트셀러 목록은 여러 서점의 데이터를 종합하기 때문에 현장의 추세가 3~4주가량 늦게 반영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대신 개별 서점에선 2~3주 전부터 조정래의 신작소설 <허수아비춤>이 1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곧 이어 나온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브리다>가 추격을 하고 있었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3~5위로 내려 앉은 가운데 샌델의 다른 신간 <왜 도덕인가>가 베스트셀러 목록에 진입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바통을 이어받을 주자로 등장한 책은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의 신간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예스24·인터파크·알라딘 등 대형 인터넷 서점의 실시간 베스트셀러 목록 1위로 올랐다. 교보문고의 지난주 집계에서는 2위였다.

장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거나 무심코 받아들이는 경제문제 23가지의 이면을 파헤쳤다. 자본가들과 주류 경제학자, 정부 관료들이 말하는 자유시장경제의 허와 실을 조목조목 비판한 이 책은 경제·경영서로 분류되지만 내용상 사회과학서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방부가 ‘불온도서’로 지목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탄 장 교수의 전작 <나쁜 사마리아인들>도 새롭게 관심을 끌면서 급상승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가을은 소설·에세이가 강세를 보이는 계절이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지난 몇년간 11월 첫째주의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도서가 소설·에세이가 아닌 경우는 없었다”면서 “인문·사회 분야의 묵직한 주제와 문제의식을 담은 책들이 베스트셀러 목록 상위에 여러권 오른 것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2010.11.9)

중앙일보 '정의냐 공감이냐' 기사


Posted by 까만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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