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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구워진 글

[흐름]'좌충우돌' 친환경생활 체험기 러시

과거 '정치사회적 진보'가 젊은이라면 당연히 공유했던 가치였다면 21세기 한반도의 젊은이들에게서 그런 공통분모를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기야 70~80년대 군부독재 치하의 모든 젊은이들이 모두 '민주화'에 동의했는가에 대해서도 이견이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기준으로 봤을 때 민주화의 세례를 받은 요즘 젊은이들에게선 과거만큼 혁명이니 진보니 하는 것에 대한 뜨거운 열정 같은 것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젊은이들이 현실의 모순을 좀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어떤 이상을 가슴에 품고 있는, 혹은 있어야 하는 집단이라고 규정된다면 그들은 오늘날 지구의 당면 위기로 임박한 환경 문제에 대해 과거의 젊은이들보다 좀 더 민감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그들이 반응하는 방식은 귀농, 자연주의로 곧바로 직행하기 보다는 에너지 문제에 공감하면서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끊는 것은 감히 상상하지 못하는 등 과거와 달라져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자연주의자들의 헌신을 존경하고 그들의 주장을 가슴 먹먹할 정도로 공감하는 편이다. 환경 위기, 지구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문명에 중독된 생활양식을 급진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런데 가끔 이상과 현실의 괴리랄까, 아니면 나의 수양이 아직 덜 되었다고 할까, 그들에게 공감하면서도 당장 내가 따라가기에 버겁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떤 통로 혹은 계간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투정이 나온다.

여기 소개한 책들은 그간 내 나름대로 '발랄한 에코'라고 이름 지었던 것들인데, 최성각 선생이 이런 부류의 책들을 '에코 어드벤처'라고 한다고 말해 주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에코 어드벤처'는 이런 정의 보다는 투어리즘쪽에서 먼저 도입된 용어로 보인다. 자연에서 모험, 탐험을 즐기는 프로그램 말이다. 자신이 정한 환경적 기준에 따라 생활해보는 것까지 '에코 어드벤처'라고 불리는 추세인 것 같다. 물론 '친환경' 생활이 무슨 취미나 서바이벌 게임처럼 비춰지는 측면도 있다. 자연주의자들은 그런 면 때문에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여하튼 내가 본 것들은 다 번역물인데, 이제 국내에서도 이런 기획이 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나 한다. 이런 책들이 자주 번역된다는 것은 해외에서 이런 시도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고, 출판사들들이 이런 책들을 국내에 소개할 생각을 한 것은 국내에서 수요가 있다고 판단한 때문일 것이다.
 
기사에 코멘트가 인용된 최성각 선생은 춘천에 '풀꽃평화연구소'란 것을 차려놓고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달려라 냇물아>와 <날아라 새들아>란 에세이집을 내기도 했다. 내가 훑어본 것은 후자였는데 이 책이 내가 본 국내 저자의 책 가운데 '에코 어드벤처'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 선생의 '구라'도 만만치 않다.

여하튼 편집자들과 만날 기회가 생기면 이런 이야기들을 하곤 했는데, 역시 관건은 친환경으로 '착하게' 산다는 것 자체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힘빼고 발랄하게 쓸 수 있는 필자를 찾아내는 일일 것이다.

전기 끊고… 돈 안쓰고 1년 버티기…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사는 마크 보일은 “돈은 사랑과 비슷한 면이 있다. 평생 돈을 쫓아 살지만 돈이 무엇인지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돈에 대해 궁리했던 것은 아니다. 출발점은 노동착취 공장과 환경파괴, 공장식 농장, 자원전쟁과 같은 ‘세계가 직면한 중요한 이슈들’이었다.

그가 보기에 이런 문제들은 “우리 모두가 자신이 소비하는 물건으로부터 단절돼 있다는 사실”에서 시작됐다. 각자가 식량을 구해야 한다면 음식을 낭비하는 일이 없을 테고, 무장군인의 감시 아래 청바지와 운동화를 만드는 어린이들의 얼굴 표정을 본다면 이런 물건을 거리낌 없이 사기는 힘들 것이란 얘기다. 마찬가지로 식수를 직접 정수해 마셔야 한다면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행위도 줄어들 것이다.

그런데 소비와 생산을 분리시켜준 주역이 누구인가. 바로 ‘돈’이다. 보일은 모든 문제의 핵심에 돈이 있음을 깨닫고는 결심한다. 현금이든 신용카드든 돈을 한푼도 쓰지 않고 1년간 살아보기로. 물론 돈 쓰지 않는 삶에 대비하기 위해 얼마간의 돈을 사용한다. 집으로 사용할 캠핑카를 운좋게 공짜로 얻었지만 태양열 집광판을 돈 주고 살 수밖에 없었다. 화석연료 사용이 금지되고 식량을 비롯해 필요한 모든 물품은 자연에서 채취하거나, 재배하거나,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물물교환으로 구해야 한다. 돈 안 쓰는 삶은 2008년 11월28일에 시작돼 꼬박 1년을 채웠다. 하지만 보일은 ‘정상’의 삶으로 돌아오지 않기로 한다.

그의 인생에서 그 1년보다 더 행복하고, 더 건강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보일은 지금도 돈의 사용을 줄이자는 취지로 ‘프리코노미’(freeconomy) 운동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물질문명의 업악에서 벗어나 지구생태를 해치지 않는 삶을 실천한 모습을 담은 책이 자주 출간되고 있다. 이른바 ‘에코 어드벤처’물이다.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마크 보일/부글북스)가 그 중 하나이며, 근래에 소개된 <노 임팩트 맨>(콜린 베번/북하우스), <내 뒷마당의 제국>(매니 하워드/시작)이 그런 책이다. 전자는 뉴욕 한복판에 사는 일가족이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일회용품과 교통수단, 전기 등을 거부한 채 1년 동안 사는 모습을, 후자는 뉴욕 주택가 뒷마당에서 6개월간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운 뒤 한달간 그것으로만 자급자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지난해에 나온 <굿바이 스바루>(덕 파인/사계절)는 뉴욕에서 나고 자란 저널리스트가 친환경 삶을 살겠다며 뉴멕시코의 외딴 농장에 들어가 정착하는 모습을 그렸다.

요즘 책들이 비슷한 주제의 옛날 책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발랄하다는 것이다. 핸리 데이비드 소로나 스콧 니어링이 숲속으로 들어가 자급자족과 명상의 삶을 살았다면, 요즘 나오는 책의 주인공들은 훨씬 가볍고 경쾌한 마음으로 생활한다. 야생의 삶에 적응해가는 과정은 ‘좌충우돌’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재미난 돌발상황의 연속이다. 자신의 도전을 인터넷 등으로 중계, 지지와 조언을 구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다만 일부는 언론 등에 의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처럼 기획됐다는 느낌도 들어 거부감을 주기도 한다. 생태주의 작가인 최성각은 “각각의 문화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생태적 실천이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생태적 실천이 꼭 비장한 엄숙주의나 금욕적인 모습으로만 나타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2010.9.4)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 10점
마크 보일 지음, 정명진 옮김/부글북스
노 임팩트 맨 - 10점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북하우스
내 뒷마당의 제국 - 10점
매니 하워드 지음, 남명성 옮김/시작
굿바이, 스바루 - 10점
덕 파인 지음, 김선형 옮김/사계절출판사
날아라 새들아 - 10점
최성각 지음/산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