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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반죽글

이광훈 고문을 추모하며 우리는 흔히 '살다보니 해괴한 일도 참 많이 일어난다'고 쉽사리 말하곤 하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경향신문에 오랫동안 몸담았고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던 이광훈 전 고문이 하필이면(?) 지난 2일 별세하신 것이다. 기나긴 설 연휴의 첫날 돌아가셨으니 신문으로서 당연히 했어야 할 부고기사를 연휴가 끝나고 나서야 실을 수 있었던거다. 당연히 경향신문 구성원인 나도 연휴기간 동안 이 사실을 몰랐다가 신문이 나오고 난 다음에야 알게 됐다. 이광훈 고문은 내가 입사했을 당시 이미 논설주간인가를 맡고 계셨기 때문에 내가 같이 일을 해볼 기회는 없었다. 사실 같이 식사를 해본 적이 딱 한번 있을뿐이다. 어르신들 드시는 점심자리에 끼어서 몇마디 이야기를 나눠본 것이 전부이다. 개인적인 인연은 사실 거의 없다고.. 더보기
산악만화 'K 케이'를 계기로 돌아본 산악책들 첫눈 치고는 눈이 꽤 많이 내렸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왔음을 알리는 것 같다. 가까운 인왕산에도 희끄무레 하게 눈이 약간 쌓인 것을 보니 멀리 심산은 이미 한참 전에 눈쌓인 겨울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오가는 버스 안에서 산악만화 를 읽었다. 눈덮인 그곳, 히말라야 얘기다. 일본 만화 특유의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케이’라는 주인공의 카리스마가 압권이었지만 역시 일본만화 특유의 과장이 좀 거슬렸다. 그런데 ‘케이’처럼 ‘고독한 알피니스트’ 운운하는 것이 산악문학에는 공통적으로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목숨걸고 산에 오르는 행위 자체가 어떤 숭고미·장엄미 같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K 케이 - 도사키 시로 지음, 오주원 옮김, 다니구치 지로 그림/세미콜론 만화 를 읽고나서 .. 더보기
로그분석이란게 이런거구나. 내 블로그는 보통 하루에 20~30명 정도가 방문한다. 경향신문 홈페이지에 내 글이 노출되거나 하는 날은 100명이 넘어가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별로 없다. 티스토리 쓰는 사람은 잘 알텐데 플러그인 기능 가운데 '유입 키워드'란이 있다. 통상 구글 검색을 통해서 이 블로그에 들어왔을 경우 그 검색어가 무엇이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블로그를 개설한지 1년이 넘었지만 이 유입 키워드에서 어떤 유의미한 현상을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찾아온 사람들이 사용한 검색어가 워낙 제각각이어서 겹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특이한 현상이 발견됐다. 김성룡 교보문고 대표를 검색해서 내 블로그에 찾아온 사람들이 급증한 것이다. 얼마전 김성룡 대표 인터뷰를 해서 그 기사를 갈무리 해뒀는데 그걸 보러들.. 더보기
요럴 때 기자하는 재미가... 으쓱 기자를 하면서 가장 즐겁고 짜릿할 때가 '특종'이라는 것을 하는 때다. 다른 기자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단독으로 알아내 쓴 기사를 특종기사라고 한다. 반대로 특종기사를 놓치는 것은 기자들 은어로 '물먹는다'라고 한다. 당연히 가장 맥빠지고 기분 나빠지는 상황이다. 개인의 자존심도 상하거니와 심한 질책을 당하기도 한다. 내 기자생활 동안 당연히, 특종은 한손에 꼽을 정도인 반면 물먹은 횟수는 콧수염 숫자보다 조금 적을거다. 2주전 '책동네 산책'이라는 기명칼럼에서 출판계의 과도한 '하버드 마케팅'을 꼬집은 적이 있다. 오늘 연합뉴스가 똑같은 주제를 다루었다. 부장이 이걸보고 나에게 귀뜸해 주었다. 사실 이 아이템은 우리부서의 후배가 귀띔해준 것이다. 이런걸 특종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같은 사안을 .. 더보기
[비공식 리뷰]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좁게는 출판 담당, 넓게는 문화부 기자가 다른 부서 기자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예를들어 정치부 소속 기자는 출근해서 정치인, 관료들을 만나고 정책과 공익에 관한 사안을 취재하고 고민하고 기사를 쓴다. 그런데 그가 퇴근해서도 '정책'을 검토하고 '공익'에 대해 고민할까? 물론 그렇게 하는 '훌륭한' 기자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그런 정치부 기자를 찾아내는 건 풀밭에서 네잎 클로버를 찾는 것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문화부 기자는 일과 생활속 오락의 거리가 매우 좁은 편이다. 자기가 담당하는 분야를 극도로 싫어하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대체로는 영화면 영화, 영극이면 연극, 미술이면 미술, 또는 문학이면 문학,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담당한다면 쉬는날 일부러 시간을 내서 그 장르의 작품을 감상하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