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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에 있으면서 마지막으로 쓴 인터뷰 기사. 실은 문화부 근무 마지막날 간담회가 열렸다. 보통 갖으면 그냥 건너뛰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더구나 그날은 무지무지 추운 날이었다. 그런데 황선미씨가 주인공이라 그럴 수 없었다. 어린이 책 편집자들이 책을 홍보하기 위해 전화나 이메일을 보낼 때 “이번 책은 누구의 작품이거든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당연히 읽고 소개를 해줘야 하는 ‘중요’ 작가라는 뜻이다. 황씨가 그런 작가중 한명이었다. 그간 황씨의 동화를 한편 정도 본 것 같다. 몇달 전 리뷰 기사를 썼던 <뻔뻔한 거짓말>이다. <뻔뻔한 거짓말>은 초등 자학년 동화로서 학교가 주요 배경이다. 이 작품은 빈부차에 따른, 가정환경의 차이에 따른 갈등이 주요 테마다.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출간과 관련해 간담회가 사전에 공지되고 며칠전 책이 배달됐지만 너무 정신이 없어 ‘예습’을 할 틈을 내지 못했다. 이럴 때 제일 괴롭다. 어쩔 수 없이 간담회가 열리는 장소로 갔다. 다행히도(?) 차가 많이 막혀 작가와 출판사 관계자들이 늦어졌다. 그 찰나의 시간 동안 ‘벼락치기’로 작품을 훑어 봤다. 말 그대로 눈으로 훑는거다. 처음 간담회에 갈 때는 기사를 짤막하게 쓰고 말아야지 했는데, 결코 그래서는 안되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다. ‘갈등과 상처, 아픔과 외로움에 처한 청소년의 상큼 발랄한 성장기’류의 청소년 소설과는 결이 다르다. 작가도 굳이 대상 연령을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고, 나 역시도 동의하지만 이 작품은 청소년 소설을 표방하고 있지만 독자층이 꼭 그에 국한될 작품이 아니다. 청소년에겐 아프고 어렵지만 약이 되는 작품이라고 본다.

논술을 가르치는 친구와 청소년 소설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다. 그 친구가 들어본 바로는 청소년들이 보기에 요즘 나오는 청소년 소설들이 너무 시시해서 재미를 못느낀다고 한단다. 그래서 아예 일반 소설을 읽는다는거다. 짐작되는 바가 있었다. 여하튼 이 작품을 읽는 내내 가슴에 끊임없이 찬 바람이 굴러다니는 것 같았다.

“70년대 성장기 아픈 기억, 요즘 시대는 달라도 같은 이야기”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 - 10점
황선미 지음/사계절출판사

황선미씨(47)는 1995년 동화작가로 등단한 이래 거의 매년 작품을 발표해 왔다. 특히 2000년에 출간된 <마당을 나온 암탉>은 ‘1990년대 이후 새로운 전성기를 맞은 어린이문학의 결정체’라는 찬사를 받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은 성인 버전으로도 만들어졌고,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되고 있는 중이다. 그는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를 많이 썼지만 우화적인 세계에 머물기보다는 현실과 연관된 뚜렷한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1990년대 이후 등단한 여성 동화작가들이 대체로 발랄한 상상력을 앞세우는 경향과는 대비된다.

황씨가 최근 출간한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사계절)은 ‘첫 청소년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그리고 자전소설이다. 작가가 작정하고 자신의 어두웠던 어린 시절을 돌아봤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황씨는 “사건의 순서가 조금 다를 뿐, 90% 이상이 실제 겪었던 일”이라며 “너무나 아픈 기억이어서 정말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털어놔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배경은 1970년대 중반, 경기도 평택의 황량한 마을 객사리. 11살 소녀 연재는 엄마가 외삼촌 빚보증을 잘못 서주는 바람에 넉넉하던 고향 생활을 뒤로 한 채 미군 부대 근처의 객사리 단칸방으로 이사를 온다. 엄마는 생선행상을 하고, 아버지는 전국을 돌며 막일을 하느라 한 달에 한 번 집에 들른다. 의젓하고 공부 잘하는 오빠 밑으로 연재와 두 여동생이 있다. 그나마 형편이 더 어려워지자 연재네는 외숙모네가 세들어 사는 집에 얹혀 살게 된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스산하고 황량하다. 가족은 위태위태하게 관계를 이어가고, 객사리 사람들은 애나 어른이나 강퍅하기만 하다. 연재는 그들을 무시하면서도 그들에게 합류하고픈 욕망 사이에서 갈등한다. 제목 ‘바람이 사는 꺽다리 집’은 ‘나랏님들’이 새마을운동을 한답시고 연재네가 살던 초가집 지붕을 불태우는 바람에 집이 없어져 버리자, 목수인 외삼촌이 얼기설기 판자를 덧대 만든 집을 모티브 삼아 쓰였다. 집 때문에 가족의 유대감이 무너져 버리지만, 반대로 방 한 칸에서 온 식구가 살을 부비며 잘 수 있었기에 서로를 한몸처럼 여겼던 시절의 이야기인 것이다.

지금의 청소년 독자들은 매우 까마득하게 느낄 수 있는 시대배경이다. 황씨는 “물론 요즘 청소년들은 70~80년대 사회문제를 알지 못하고 대부분 개인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대배경은 소통을 위한 소도구이자 장치에 불과하다”면서 “자라면서 겪는 신체적·정신적 변화나 어려움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자신이 어렸을 적엔 먹을 것과 입을 것의 결핍이 힘들게 했지만, 지금의 청소년들도 상대적 박탈감, 가족 간 유대 및 공동체 의식의 부족 등으로 인한 결핍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처량한 얘기일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사람에겐 모두 힘든 시기가 있어요. 이 이야기를 가족 이야기로 읽거나, 시대 이야기로 읽거나 독자마다 다르겠지만 결국 별개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2010.12.17)
Posted by 까만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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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역사, 사회, 과학 등 각 교과목별로 교사모임이 있다. 이 모임이 설립된 시기는 대체로 전교조가 설립되던 즈음이다. 처음엔 전교조 산하로 출발해 지금은 별도의 모임으로 독립한 것으로 안다. 각 교과별 교사모임은 아동학습서 분야에선 ‘파워 라이터’ 그룹에 속한다. 직접 책을 내기도 하고 감수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교사로서 일선 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따로 책을 낸다는 것은 아무리 자기 전공 과목이라 하더라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인터뷰에 응한 김육훈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노가다’, 오세운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가정의 평화를 깨는 주범’이다. 그런데 이분들이 가정생활과 주말을 반납하면서까지 책을 쓰는 것은 열정 때문일 것이다.

인세는 어떻게 받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동안은 소위 말하는 ‘매절’ 개념으로 집필진에게 일정액을 주고 인세는 역사교사모임이 만든 연구소가 수령해 다음 책을 위한 자본으로 쓴다고 했다. 너무 고생스러워서 이번엔 인세 개념을 약간 적용했다고 한다. 김육훈 선생님은 인터뷰 하던날 첫째 따님이 수시 면접이 있었던 날이라 거기에 다녀 왔다면서 따님이 같이 나왔다. 그런데 둘째 따님도 인터뷰 장소에 나왔다. 둘째 따님의 장래 희망이 기자라서 부르셨단다. 인터뷰가 끝난 뒤 같이 저녁을 먹었는데 옆자리에 앉았는데 “출판인을 하지 뭣하러 기자를 하려고 하느냐”는 웃기지도 않는 농담만 던지고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했다. 내내 마음에 걸린다.

"무엇보다 연령에 맞는 교재와 교수법이 필요하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국·영문판 출간한 전국역사교사모임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한국어판) - 10점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휴머니스트
A Korean History for International Readers (영어판) - 10점
전국역사교사모임 지음/휴머니스트
"교사가 쓰는 역사책은 장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교사들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죠. 사람들이 무엇을 궁금해하는지를 알고 있고, 알기 쉽게 대화하는 방법도 알고 있습니다. 교사들이야말로 외국 독자들에게도 우리 역사를 알기 쉽게 풀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역사 교과서 문제, 동북공정 등 한국사 문제로 이웃 나라들과 싸움이 벌어지면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아래로는 건달까지 대한민국은 온통 들끓는다. 인터넷 게시판은 ‘○바리’ ‘○놈’ 같은 날선 욕설로 넘친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잊는다. 그리고 서양인이 한국 역사를 잘 모르는 건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렇게 반복돼왔다.

학교에서 매일 학생들과 부대끼며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국·영문판을 동시 출간한 배경도 그것이다. 김육훈 교사(49·서울 신현고)는 “이기백 선생의 <한국사 신론>을 비롯한 몇 권이 영어로 번역돼 있긴 하지만 모두 전문 학술서인 데다 외국 독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쓰인 것”이라면서 “외국의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쓰인 한국사책은 없었다”고 말했다. 2002~2006년 전국역사교사모임 대표를 역임한 김 교사는 신용균 경남 거창고 교사와 함께 이 책을 대표집필했다. 대표집필자 외에 편찬위원 9명, 검토위원 12명이 참여했다. 이 책은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고찰한 통사다. 김 교사는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쓰기 시작해 이듬해 초에 1차 초고가 나왔다”면서 “1차 초고를 편찬위원·검토위원들이 돌려 읽으며 역사인식, 서술방식 등에 대해 지적하면 다시 쓰는 작업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모두 현직 교사들이므로 책을 쓰고, 검토하는 것은 가욋일이다. 김 교사는 “주말과 방학을 온통 반납한 것은 그렇다고 치고 비용 자체가 엄청났다”고 말했다. 자료비, 회의 진행비, 검토수고료, 번역료 등 민간에서 감당하기 벅찰 정도였지만 앞서 출간한 책들의 인세와 역사교사모임 재정 등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이 책은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 책이라고 해서 자화자찬이나 일방적인 홍보로 흐르지 않는다. 오히려 외국인이 읽을 책이므로 세계사적인 관점이 녹아있고, 중국·일본 등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 등을 설명하는 데 신경을 썼다. 지도와 그래픽, 사진 등이 풍부하게 실려 있어 교과서로 쓰기에도 손색없어 보인다. 영문판은 이강한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감수해 영어로 쓰인 용어 등의 신뢰도를 높였다.

2000여명의 교사가 회원으로 가입한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살아 있는 한국사 교과서>(2권), <살아 있는 세계사 교과서>(2권), <마주보는 한일사>(2권), <행복한 한국사 초등학교>(10권) 등 역사책을 꾸준히 출간해 왔다. 2010년부터는 ‘처음 읽는 각국사’ 시리즈를 순차적으로 내고 있다. 이미 <터키사>와 <미국사>가 나왔으며 중국·일본·인도·프랑스·영국 등의 역사가 단행본으로 나올 예정이다.

역사교사모임은 저술가 그룹이기 이전에 교사들의 모임이다. 학생들과 역사 교육이 1차적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사>의 편찬위원이기도 한 오세운 역사교사모임 대표(46·서울 용산고 교사)는 “연령에 맞는 교재와 교수법이 필요하다”면서 “예를 들어 초등생을 위한 역사 교육의 경우 이야기 방식 등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한데, 중·고교 방식의 축소형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신기한 것은 나이 서른이 넘으면 다들 역사를 좋아한다”면서 “이건 학교에서 역사를 교육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역사교사모임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하면 수업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임”이라고 강조했다. (2010.12.11)
Posted by 까만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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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최근 북한의 3대세습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을 묻는 사설에 대해 민주노동당 측이 강하게 반발하자 어느 글에서 '기자는 허락받고 물어보지 않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10년 넘게 기자로 일하다가 잠깐 사장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어느 방송사 기자는 "물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권력인지 깨달았다"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기자로 일하던 시절 자기는 언제 어디서나 거리낌 없이 상대방에게 물어볼 수 있었는데 사장 비서는 질문에 대답해야 할 의무만 있을뿐 물어볼 권리는 없더란 얘기였다.

어제(24일) 계간 '창작과 비평' 통권 150호 발간 기념 기자간담회는 약간의 긴장이 흘렀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것인지 모르지만 연평도 사건 다음날이었기 때문이다. 백낙청 선생은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라는 경력이 말해주듯 통일운동을 펼쳐온 분이라 연평도 사건은 곤혹스런 사건일 수 밖에 없을 터였다.

상대방이 곤혹스러워 한다고 해서 안물어볼 수 없는 노릇. 그게 기자의 특권이자 의무이다. 질문이 너댓개 나왔지만 연평도 사건에 관한 것은 없었다. 궁금한 사람이 직접 물어볼 수 밖에. "기자간담회 나오실 때 이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셨겠죠?"라고 운을 떼며 백낙청 선생의 의견을 물었다. 당신도 "오늘 간담회를 나오면서 그에 대한 질문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네번째인가, 다선번째인가에 이 질문이 나온 것을 보면 여기 오신 가자분들이 참을성이 있으시거나, 역시 문화부 기자분들이라 문화적 소양이 있으시기 때문 아닌가 한다"고 농담섞일 말로 운을 뗐다. 질문을 던진 사람으로서 백 선생의 답변은 그리 명쾌하게 들리지 않았다. 추가로 질문을 할까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피차가 겪을 심리적 부담이 귀찮기도 했고 에둘러 말하기로 작정한 분과 말싸움 하듯 할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간담회 자리가 연평도 사건에 관한 백 선생의 견해를 듣는 것이 주목적이 아니라는 배려심도 작용했다.
 
그렇지만 독자를 위한다면 그래선 안됐다. 나는 아직도 야성이 많이 부족하다.

참, 이날 간담회의 주제였던 계간 '창작과 비평' 통권 150호 발간 기사는 다음주 화요일자에 실릴 예정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72·사진)는 24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에 대해 “이유와 경위가 어떠하든 북측이 자신들도 인정하는 남쪽 영토에 포격을 하고, 민간인의 신체와 재산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이날 자신이 편집인으로 있는 계간지 ‘창작과 비평’이 1966년 창간된 이래 44년 만에 통권 150호를 발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연평도 사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상임대표를 지낸 바 있는 백 교수는 “먼저 희생된 해병대원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당한 분들이 하루빨리 쾌유하시길 빈다”며 말문을 열었다. 백 교수는 “길게 보면 이런 일은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며 정부의 ‘한반도 평화관리’ 책임과 한반도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백 교수는 “한반도 평화관리를 소홀하게 해 대통령의 기본 임무인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못한다면 정부로서의 직무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한반도 평화를 안정되게 관리할 수 있는 평화체제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가만 있자니 체면이 상하고, 응징하려면 새로 사건을 일으켜야 하는데, 그것이 전쟁으로 갈 수 있다”며 “정부가 당장의 상황에 매몰되지 말고 좀 더 거시적인 방안을 세워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백 교수는 또 “북측으로서도 이로울 것이 뭐가 있겠는가”라며 “일시적으로 자기들이 이겼다고 선전할지 모르지만 경제적으로도, 어떤 면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백 교수는 북한의 3대세습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이 펼쳐온 ‘분단체제론’에 입각한 설명을 내놓았다. 자유화·민주화를 상당히 성취한 남한과 달리 여전히 분단체제의 억압을 강하게 받고 있는 북한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북한이 정상적인 사회주의 국가냐에 대해 극히 일부를 빼놓고는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며 “세습은 사회주의에서 점점 멀어지고 왕조적인 성격이 강화돼온 흐름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3대세습이 발표됐다고 해서 갑자기 새로운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 흥분하기보다는 북한의 비정상성, 왕조적인 성격이 한 단계 더 드러났구나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교수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며 “북측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지명한 이후 남북대화와 6자회담 복귀 의사 등 여러 제안을 했지만 우리의 태도는 조금만 더 기다리면 (북측이) 무너질 것이라며 ‘전략적 인내’ 운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2010.11.25)
Posted by 까만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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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반 동안 수요일은 '장날'이자 '대목'이었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대목이면 좋을텐데, 실은 일거리가 '대박'이 터지는 요일이다. 목요일 점심 이전까지 출판면을 마감해야 한다. 북리뷰 큰 것 하나, 어린이 책 리뷰 하나, 사진기자, 단신들을 마감해야 한다. 격주로 칼럼이 더해진다. 오래 전부터 영화를 담당하고 있는 내 후배는 나와 함께 출판도 같이 담당하는데 새벽까지 야근을 하지도, 투덜대지도 않고 연이어 다가오는 마감을 잘도 지키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여하튼 징징대면서 매주 수요일 새벽 퇴근을 해왔다.

따라서 수요일엔 개인 약속도 잡을 수 없고, 간담회 등도 되도록이면 가지 않는다. 출판사들도 이걸 잘 알기에 수요일엔 간담회를 잘 잡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주는 차질이 생겼다. 캐슬린 스티븐슨 주한 미국 대사가 책을 냈다면서 수요일 오후에 대사관저인 하비브 하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겠다고 공지한 것이다.
 
평소 같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겼을 것이다. 그런데 주한 미국 대사보다 하비브 하우스란 곳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무리인 줄 알면서 직접 가마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동에 있다. 하비브 하우스도 덕수궁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동에 있다. 1970년대 대사로 근무했던 미국 정치인 필립 하비브의 이름을 따서 하비브 하우스로 불린다.
 
정동길을 산책하다보면 이 하비브 하우스, 즉 미국 대사관저를 지나게 된다. 근데 무지하게 담이 높다. 부지는 무척 넓은데 높다란 담장을 하고 있으니 당연히 호기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정청래 전 의원이 대학생 시절 미국 대사를 만나겠다며 다른 운동권 동료들과 함께 이곳 담을 넘은 적이 있다던데 1880년대부터 사용돼 미국의 해외 공관 가운데 가장 역사가 길다고 한다. 경복궁과 맞닿은 서울 요지 중에 요지에 성처럼 벽을 두르고 있는 미국 대사관저는 묘한 반발감과 동시에 호기심을 자아낸다.

당연히 서양식 건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한옥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깔끔한 잔디밭과 나무들이야 그렇다고 쳐도 왜 나는 서양식 건물일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맨 앞의 건물은 1984년에 지어져 공사관으로 사용되다가 리모델링 후 게스트 하우스로 상용되고 있다고 한다. 간담회가 열린 건물은 두번째 있는 건물이었는데 역시 한옥 스타일이었다. 아늑한 느낌이었다. 해가 짧아져 어둠이 일찍 찾아온 바람에 정원 풍경은 제대로 볼 수 없었다.

외교관들이야 워낙 친근하게 말을 잘 하도록 훈련받은 사람들이므로 간담회는 무리 없이 잘 끝났다. 책을 간담회 장소에서 받느라 책 내용 자체에 관한 질문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처럼 간담회 장소에서 책을 받는 간담회를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여하튼 간담회를 마치고 와서 기사를 마감했는데 크나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주한 미국 대사의 이름은 '캐슬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이다. 캐서린은 많이 들어봤지만 '캐슬린'이란 이름은 내 귀엔 그리 익숙한 이름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어 이름 '심은경'까지 등장한다. '캐서린'이 아니라 '캐슬린'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이 그만 '스티븐스'를 '스티븐슨'이라고 쓰고 말았다. 한 7~8군데 된다. 죄다 스티븐슨이라고 썼다. 성을 바꿔치기 해버린 것이다.

이건 뭐 전임 대사인 알렉산더 버시바우처럼 철자가 어려워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의 성은 'Vershbow'이다. 그가 부임한 초기에 언론들은 버슈보, 브시바오, 버시바우 등 제각각 썼었다. 그래서 대사관측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브시바오'로 써달라고 언론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외교부 기자들과 미국 대사관은 난데 없는 발음법 논쟁을 벌였고 결국은 버시바우로 낙찰됐다. 근데 스티븐스는 어려운 철자도 아니다. 100% 내 잘못이다.

문제는 이걸 발견한 시각이 새벽 2시였다는 것이다. 부랴부랴 인터넷 기사에선 수정을 했지만 인쇄되는 신문에선 수정할 방법이 없었다. 헌데 재미있는 건 인터넷 기사를 검색해보니 스티븐슨으로 잘못 적은 기사들이 적지 않더라는 것이다. 요즘 크고 작은 오탈자가 많이 난다. '오탈자는 읽는 이의 즐거움을 위해 남겨두는 것'이라는 애교 섞인 변명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변명이다.

“블로그 댓글 달면서 한국어 실력 늘었어요”
-에세이집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 낸 캐슬린 스티븐스 美대사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57)는 2008년 9월 부임하자마자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미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주한 미국 대사가 관심을 끌지 않은 경우는 없었지만 스티븐스 대사에게 쏠린 관심은 인간적인 차원까지 이어졌다. ‘최초의 여성 주한 미국 대사’이자, 한국어를 할 줄 알고, ‘심은경이라는 한국 이름을 가진 미국인’이라는 수식어 자체가 호기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앞서 근무한 미 대사들보다 훨씬 폭넓게 한국인들을 만나고 있기도 하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한국인들의 호기심을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보답하고 있는 것이다.


스티븐스 대사가 책을 펴냈다. 제목은 <내 이름은 심은경입니다>(중앙북스). 주한 미 대사관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Cafe USA’와 ‘심은경의 한국 이야기’란 제목으로 개설된 블로그에 올린 글들을 출판사의 권유로 갈무리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17일 저녁 자신의 책 출간을 맞아 서울 정동의 유서 깊은 미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한옥 양식으로 지어져 지붕의 서까래와 들보가 훤히 보이는 접견실에 들어서면서 “안녕하십니까. 환영합니다. 제가 조금 늦었는데 많이들 와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한국어로 쾌활하게 인사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먼저 “사실 한국을 떠나면서 (심은경이란) 이름을 잊어버렸는데 제가 대사로 부임했을 때 기자들이 찾아내서 돌려줬다”고 말했다. 심은경이라는 한국명은 그가 1975~77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서 머물 때 얻은 것이다.

스티븐스 대사는 부임 이후 일주일에 한 번꼴로 블로그에 글을 올려왔다. 그는 “아직 한글 타이핑을 잘 못하고 철자법도 약하다”며 “영어로 쓰고 대사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한글로 번역해 올린다”고 말했다. “댓글도 일일이 다 읽습니다. 덕분에 한국어 읽기 실력이 많이 향상됐죠.”

글의 소재는 다양하다. 그는 자전거광이자 여행광이다. 주말마다 자전거를 타고 야외로 나가거나 등산, 여행을 한다. 자전거를 타고 한국전쟁 격전지들을 답사하기도 했다.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 느낀 감정, 찍은 사진들이 글감이 된다. 얼마 전 전남 담양, 증도 등을 다녀와서는 ‘가을여행’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지방선거와 천안함 사건, 광복절, 산악인 박영석과 피겨스케이트 선수 김연아 등 한국인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거나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슈들에 대한 단상들도 빠지지 않는다. “블로그에 글쓰는 것이 일상이 되고 난 이후 대사이기도 하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의 한 명으로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글을 쓰려 합니다. 한국의 오랜 친구로서 한국에 중요한 순간이 있을 때 소감을 많이 올리는 것이죠.”

그는 지난달 미국 외교관으로는 두번째로 높은 직급인 ‘경력공사’로 승진했다. 대사로서 운이 좋아서일까,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이해’를 과시하는 그의 능력이 발휘된 때문일까. “부임할 때 한·미관계를 다음 단계로 격상시키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비자면제 프로그램 등 몇가지 성과가 있었지만 한·미관계를 최고 전성기로 끌어올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2010.11.18)


Posted by 까만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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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쁘게 보낸 지난주에 파주출판단지까지 가서 만난 사람은 그 유명하다는 서평 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PW)의 대표인 조지 슬로윅 주니어였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번역서 띠지나 홍보문구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매체다.   

슬로윅은 21살에 맥밀란 출판사에서 출판일을 시작했으며(편집인지 영업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영업쪽일 가능성이 높다), 1989~93년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발행인으로 일했다. 이후 자신의 사업을 개척했으며 지난 8월 PW를 매입했다고 한다.

미국의 권위지들의 북 리뷰 작성 시스템을 예전에 보고 들어서 대강은 알고 있었지만 슬로윅을 인터뷰하면서 새삼 부러웠다. 출판사들로부터 원고상태의 책을 출간 100일전쯤 받아 책이 정식 출간되기 2~3달 전에 리뷰를 쓴단다. 월요일 또는 화요일 받은 책을 후닥닥 검토해서 화요일과 수요일을 꼴딱 밤을 새운 다음 목요일에 마감해야 하는 나로선 뭐, 할 말이 없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이지 '초치기의 달인'이 되지 않고선 못할 짓이니까.

슬로윅은 출판전문지로서 전자책 시대를 선도적으로 헤쳐나가려고 애쓰고 있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일단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 대한 정보와 분석 자체가 '상품'이 될 수 있다. 출판사들은 전자책 시대에 독자들의 행태 변화, 새로운 수익모델 등에 대해 궁금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PW는 지속적으로 리서치를 해서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또한 자가출판(Self-publishing), 전자책 등 새로운 형식의 책에 대해서도 지배력(?)을 높이고자 애쓰고 있었다. 종이책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자가출판물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이지만 이렇게 되면 PW에 정보와 사람이 모이게 될 것이므로 향후에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론 PW의 수익구조가 궁금했다. 35% 정도가 광고수익이고 30% 정도는 구독료, 30% 정도가 저작권료로 들어온다고 했다. 상근직원은 32명, 리뷰를 쓰는 외부의 전문가풀은 250명이라고 했다.

포럼에서 슬로윅은 현상에 대한 정보와 분석에 초점을 맞춰 발표했다. 이후에 따로 만나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그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얘길 하길래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관련해 게재한 기사 제목 얘길 했다. 하나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전자책 전시회가 될 것인가?'와 '우리는 언제쯤 전자책 베스트셀러 목록을 갖게될까?'였다.

이 제목들을 거론하며 의문문으로 제목을 단 것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담기 위해서인가, 아니면 가능성이 낮다고 봤기 때문인가라고 물었다. 이 제목들을 얘기했더니 그의 눈빛이 빛나면서 미소를 지었다. 슬로윅은 전자의 경우 필자라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디지털 얘기가 판을 치면서 무슨 가전 박람회 분위기가 난다면서 약간은 비판조로 쓴 것이며, 후자는 전자책 베스트셀러 목록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실린 기사였다고 말했다.

여하튼 미국 출판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는 슬로윅은 출판의 디지털화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매체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서도 중립적인 입장인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한국 출판인들이 가장 궁금해 했을 대목, 전자책 시대의 수익모델 부분에 대한 얘기는 사실 맥이 좀 빠지는 느낌이었다. 

“전자책 인기는 공짜 콘텐츠 덕 돈 내는 소비자 만드는 게 과제”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출판계는 지금 패러다임 전환에 직면해 있다. ‘전자책’이라는 새로운 책읽기 형식과 도구가 갈수록 저변을 확대해 가면서 ‘구텐베르크의 인쇄 혁명 이래 최대의 변화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진단이 점차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 이야기만 무성한 상황이긴 하지만 종이책 위주의 출판 및 독서 행태가 점차 디지털 기반으로 변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130여년 전통의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 위클리’(PW)의 조지 슬로윅 주니어 대표를 지난달 28일 만나 미국의 전자책 현황 및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는 지난달 28~29일 파주 출판도시에서 열린 제5회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슬로윅 대표는 이번 포럼에서 ‘콘텐츠 개발 전략과 출판’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는데 PW가 지난 2월과 5월, 8월 미국인을 대상으로 전자책에 관해 실시한 매우 구체적인 연구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분석하는 내용이었다. 슬로윅은 “연구에 참여한 3분의 1가량의 독자들은 최근 6개월 이내에 전자책 단말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전자책 단말기가 매우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패드가 등장하면서 기존 전자책 단말기 가격이 파격적으로 낮아진 것도 이 같은 확산속도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미국 독자들은 왜 전자책 단말기를 구입하는가. 슬로윅은 “사람들이 전자책 단말기를 사는 주요 이유는 무료 콘텐츠 또는 미리보기 챕터를 제공받기 때문”이라며 “단말기로 읽히고 있는 책의 52%는 무료”라고 말했다. 아마존 킨들로 대표되는 전자책 단말기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데에는 공짜 콘텐츠가 풍부하게 축적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책이 종이책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슬로윅 대표는 “지난 8월 조사에서 응답자의 4분의 1은 현재 전자책만 구매한다고 말했고, 4분의 1은 앞으로 종이책을 거의 사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면서 “독자의 절반 정도가 종이책을 거의 또는 전혀 사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은 콘텐츠 개발자인 출판사들에 위협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전자책 소비는 늘고 있는데 정작 소비자들은 공짜 콘텐츠에 먼저 길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슬로윅은 “무료로 전자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을 종이책이든, 전자책의 형식이든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 전자책 시장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종이책을 출간하고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 전자책으로 출간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슬로윅 대표는 “소비자들이 전자책 출판을 기다려야 하는 기간이 세달이라고 가정해보자”면서 “응답자의 3분의 1은 그들이 기다릴 것인지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미국 출판사들은 전자책과 종이책을 동시에 출시하는 계획들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슬로윅의 진단이다.

1872년 창간된 PW는 현재 5종의 잡지와 4개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1년에 7000여종의 책에 대한 리뷰를 싣고 있다. 맥밀란에서 출판 업무를 시작한 슬로윅 대표는 89~93년 PW의 발행인을 역임했으며, 지난 8월 PW를 인수했다. 대표 취임 이후 그가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자가 출판물에 대한 리뷰 제공 문제이다. 기존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 대행업체 등을 통해 출판된 책들의 내용과 가치를 평가해 언론과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슬로윅은 “자가 출판물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현저하게 늘고 있는데 전문적인 리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자가 출판된 책들에 담긴 가치를 알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1년에 4차례 특집판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자책 베스트셀러 목록 작성 문제도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사업이다. 여러 전자책 서점들이 각자 베스트 도서 순위만 공개할 뿐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이 수치들을 종합해 종이책처럼 신뢰도 있는 베스트셀러 목록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책 시대의 본격 개막이 독자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슬로윅은 “미국에 사는 한국어 독자가 오랜 시간 기다려 종이책을 배송받는 대신 곧바로 전자책으로 읽을 수 있는 것처럼 기술변화는 독자가 원하는 책을 좀 더 쉽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독자들은 책을 둘러싸고 지금 진행 중인 기술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종이책이든, 전자책이든 자유롭게 선택해서 읽으면 됩니다. 책을 읽기 위한 도구가 어떤 식으로 변화하든, 예를 들어 시계처럼 손목에 차고 읽을 수 있는 기계가 나오든, 이마 위에 올려놓고 보는 기계가 나오든 독자 스스로의 경험과 가치관에 따라서 선택해서 읽으면 됩니다. 어찌됐든 독자들이 콘텐츠를 접할 기회는 더욱 넓어지는 것이지요.” (20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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