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태풍이 지나가더니 연일 불볕더위다. 오늘도 섭씨 30도가 넘는 찜통 날씨. 점심 먹으러 나갔다가 땀을 한바가지 흘렸다. 주차장 옆 화단에 심었던 상추와 치커리는 오래 전에 추대(꽃대)가 올라왔는데 방치했다가 지난 주말 정리를 했다. 그런데 식물에게 '꽃대'란 꽃을 피우기 위한 기관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깜빡했다. 상추는 꽃이 피기 전에 정리를 해서 상추꽃은 못 봤는데 게으름을 피운 덕에 치커리 꽃을 볼 수 있었다. '치커리 꽃'은 전에 한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는데 의외로 화려했다. 민들레 꽃과 비슷한 모양에 보랏빛을 띤 저 꽃이 바로 치커리 꽃 되시겠다.
며칠 뒤 서대문에 있는 농업박물관 앞을 지나다가 역시 다른 채소의 꽃을 보았다. 바로 부추꽃이다. 전에 부추꽃은 본적이 있다. 부추는 한번 심어서 수확하고는 뽑아버리는 상추나 배추와 달리 텃밭 같은 데에 심어놓고 해를 바꿔가면서 뜯어먹기 때문에 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는 부추는 흰색 꽃도 꽤 예쁘다.
채소는 아니지만 과거 마당 있는 집이면 어김 없이 화단에서 한여름 뙤약볕을 받으며 씩씩하게 꽃을 피웠던 채송화. 우리 화단에도 어디서 씨앗이 날라왔는지 누군가가 심었는지 채송화가 자라더니 꽃을 피웠다. 내 머릿속에서 '채송화'를 떠올리면 한여름 뙤약볕-마루 아래 축 늘어져 쉬고 있는 누렁이-하늘을 찢을 듯 울어대는 매미-신작로가에 서 있는 미루나무 등등이 자동으로 따라온다. 적어도 내게 채송화는 작지만 여름 꽃의 대명사였는데 오랫동안 잊고 지냈다.
마지막은 북악산 팔각정에 갔다가 만난, 이름을 수소문중인 화려한 색채의 곤충이다. 어디 도감 같은데서 본 것 같기도 한데 기억이 안난다. 등판과 머리가 강렬한 빨간색에 희색과 검은색 땡땡이 점들이 박혀 있다. 생태 세밀화 그리는 이태수 선생님한테 한번 물어봐야겠다. 혹시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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