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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중얼중얼

올해 당신은 몇권의 책을 읽으셨나요?


서울 통인동 겸재 정선의 집터에서 바라본 눈덮인 인왕산 모습(<신인왕제색도> 중에서)

'나 책 이만큼 많이 읽었소이다'라고 자랑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행동이겠으나 이번 포스팅은 그런 낯간지러움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다. 오래간만에 '칼바람'이란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날씨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한지 일주일 가량 됐는데 오늘 아침 의사당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국회 본관건물까지 오는데 얼굴이 아프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은 매서웠다.

어제와 그제, 연이틀 송년행사가 있었다. 연이틀 술을 먹었다는 뜻이다. 그제는 부서 송년회식이었고 어제는 친한 출판사 대표 2분과 저녁을 함께 했다.  해마다 요맘때쯤이면 방송에서 보도되는 뉴스가 있다. '흥청망청 송년회는 이제 그만, 달라진 송년회 문화'라는 주제의 리포트다. 올해도 며칠전 어느 방송에선가 합창대회나 봉사활동 등으로 송년행사를 대신한 기업들 얘기가 나왔다. 그토록 송년문화가 오랫동안 달라져 왔다면 지금쯤이면 상당히 많이 달라져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좀 억지스런 뉴스인 것이다. 여하튼 역시 연말은 송년회를 핑계로 만들어진 자리에서 술을 퍼먹으며 보내야 제 맛(?)이다. 대신 몸이 축나지만 술독에 푹 빠져 한달을 보내다보면 몸이 '아 연말이구나'라고 느끼는 것 같다.

문화부에 남아있었더라만 원래 내가 했어야 하는 일을 선후배가 했다. 올 한해 매주 토요일자에 경향신문 출판면에 가장 크게 실렸던 책의 목록을 정리하는 일 말이다. 후배가 지난 지면을 일일이 찾아서 정리한 목록을 낼롬 복사해 왔다. 회의를 거쳐 걸정하긴 했지만 대체로 내가 소개하기로 고른 책들이다. 책 제목들을 보면서 이제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2010년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되살아 난다.
 
마침 오늘 아침 출판저널이 보내온 뉴스레터를 보니 올해 나온 신간들의 제목 트렌드를 분석한 꼭지가 있다. 출판저널에 보내진 홍보용 신간 2786권의 제목을 분석했더니 '나/내'가 112회로 가장 많이 사용됐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이야기'가 93회, '우리'가 71회, '한국'이 61회, '세계'가 52회 순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올해 고른 책들에서는 이런 단어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출판저널 보기)

올해를 풍미했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가 나왔을 때 이 책을 눈여겨 본 것은 기자로서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 책의 무게를 가늠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좀 민망했을 것이다.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저자가 책 출간을 즈음해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으므로 그 기사로 갈음했다.

자, 이런 책들을 기억하시는가? 여러분은 이 가운데 몇권이나 보셨는지요?

2010년 경향신문 ‘책과 삶’이 주목한 책

▲케인즈는 왜 프로이트를 숭배했을까(베르나르 마리스/창비)
▲통감관저, 잊혀진 경술국치의 현장(이순우/하늘재)
▲두려움 없는 미래(게세코 폰 뤼프케/프로네시스)
▲북핵 롤러코스터(마이크 치노이/시사인북)
▲감정노동(앨리 러셀 혹실드/이매진)
▲인빅터스(존 칼린/노블마인)
▲나는 노비로소이다(임상혁/너머북스)
▲공자 최후의 20년-유랑하는 군자에 대하여(왕건문/글항아리)
▲세계 금융위기 이후(경향신문 특별취재팀/한스미디어)
▲미국 외교의 역사(권용립/삼인)
▲다석 마지막 강의(류영모/교양인)
▲새로운 빈곤(지그문트 바우만/천지인)
▲능지처참(티모시 브룩/너머북스)
▲제인 구달 평전(데일 피터슨/지호)
▲곤충의 밥상(정부희/상상의숲)
▲평화의 사진가(디디에 르페브르 외/세미콜론)
▲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박성관/그린비)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좋아할까(엘레나 코스튜코비치/랜덤하우스코리아)
▲돈을 다시 생각한다(마거릿 애트우드/민음사)
▲다시읽는 조선교육사(이만규/살림터)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김영사)
▲옛 화가들은 우리 땅을 어떻게 그렸나(이태호/생각의 나무)
▲조선 풍속사 1~3(강명관/푸른역사)
▲지배자의 국가 민중의 나라(서중석/돌베개)
▲조선의 사나이거든 풋뽈을 차라(천정환/푸른역사)
▲전쟁미망인 한국현대사의 침묵을 깨다(이임하/책과함께)
▲책 사용법-한 편집자의 독서 분투기(정은숙/마음산책)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슬라보예 지젝/창비)
▲허영만과 열 세 남자 집 나가면 생고생 그래도 나간다(허영만 외/가디언)
▲불편해도 괜찮아(김두식/창비)
▲호모루두스(톰 지그프리드/자음과모음)
▲버스트(A L 바라바시/동아시아)
▲두뇌를 팝니다(알렉스 아벨라/난장)
▲장인,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리처드 세넷/21세기 북스)
▲고종 44년의 비원(장영숙/너머북스)
▲아주 평범한 사람들(크리스토퍼 R 브라우닝/책과함께)
▲좌우파 사전-대한민국을 이해하는 두 개의 시선(구갑우 외/위즈덤하우스)
▲연산군-그 인간과 시대의 내면(김범/글항아리)
▲스마트 스웜(피터 밀러/김영사)
▲나는 왜 쓰는가(조지 오웰/한겨레출판사)
▲책을 읽을 자유(이현우/현암사)
▲언더 커버 리포트(귄터 발라프/프로네시스)
▲모나리자 훔치기(다리안 리더/새물결)
▲공감의 시대(제레미 리프킨/민음사)
▲탁신-아시아에서의 정치 비즈니스(파숙 퐁파이칫 외/동아시아)
▲스티글리츠 보고서-세계 경제의 대안을 말하다(조지프 스티글리츠 외/동녘)
▲맛있는 식품법 혁명-식품법 100년이 숨겨온 밥상 위의 비밀과 진실(송기호/김영사)
▲죽음의 무도-왜 우리는 호러 문화에 열광하는가(스티븐 킹/황금가지)
▲엥겔스 평전-프록코트를 입은 공산주의자(트리스트럼 헌트/글항아리)
▲보수는 어떻게 지배하는가(앨버트 O 허쉬먼/웅진지식하우스)
▲프로이트의 환자들(김서영/프로네시스)
▲어디 사세요-부동산에 저당 잡힌 우리 시대 집 이야기(경향신문특별취재팀/사계절)
▲빛으로 그리는 신인왕제색도(이갑수 글·도진호 사진/궁리) & 인왕산일기(이갑수/궁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