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동화책 보는 아빠

[리뷰]철수는 철수다

어찌보면 이 작품은 르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적 기법을 그닥 앞세우지 않고 담담하게 현실을 그리는데-상황을 극단화 했을 순 있겠다-그 현실이 놀랍다. 중학생을 둔 부모라면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한두시간이면 읽을 수 있다.

'엄·친·아'와 비교 마세요 나는 나일 뿐!

철수는 철수다 - 10점
노경실 지음, 김영곤 그림/크레용하우스

이 시대의 슬픈 유행어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가 어린이·청소년들을 얼마나 옥죄고 반발하게 만드는지를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등장인물과 이야기 전개는 ‘엄친아 괴담(?)’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차용했다. 학력 높은 중산층 부모, 전교 1등에다 모든 면에서 훌륭한 옆집 친구, 공부가 바닥이다보니 모든 면에서 구박받는 나, 그리고 아이의 성적이 곧 자신의 서열인 동네 엄마들….

중학교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일부가 수록된 이 작품의 주인공 철수 역시 옆집에 사는 범생이 준태 때문에 자신이 말라죽어 가고 있다고 느낀다. 모든 면에서 뛰어난 준태도 밉지만 사사건건 준태와 비교하며 닦달하는 엄마도 밉다. ‘나는 나이고, 나는 김철수인데, 엄마는 박준태 엄마인가?’ 엄마는 엄마대로 “내 생각에는 성모마리아도 천사도 자식 문제 앞에서는 다 똑같을 거야”라며 물러서지 않는다. 이 소설은 말미에 아들과 엄마 사이의 화해의 가능성을 약간 비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으로 남겨둘 뿐이다.

이 소설은 억지화해를 끌어내기보다는 꿈에서마저 억누르는 ‘엄친아’ 때문에 괴로워하는 이 땅의 어린이·청소년에게 ‘너만 그런 게 아니야’라며 슬픈 위로를 보내고 있는 작품이다. 그들은 시험 성적이 나오는 날마다 철수가 엄마와 대거리를 하면서 엄마의 위선을 꼬집어내는 장면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법도 하다. 그리고 철수가 반복적으로 항변하는 것처럼 ‘나는 나다’라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201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