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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내가 읽은 책

요네하라 마리 '교양노트' 중고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는 학년마다 수필 작품이 꼭 수록돼 있었는데 그중 가장 많이 기억나는 작품이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면서’와 피천득의 ‘인연’이다. 중·고교를 다니던 시절 국어 시험에 두 작품의 지문이 단골로 나왔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참고해야 하기도 했고, 두 작품 모두 어찌보면 청승맞게 느껴지는 페이소스가 담겨 있어서 나름 인상적으로 받아들였다. 피천득의 ‘인연’ 자체가 일본인 소녀와의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거니와 작자에 대한 이런저런 논란을 나중에 알고 입맛이 좀 쓰긴 했지만 어린 시절 읽었던 글이어선지 느낌이 오랫동안 남아 있다. 그런데 수필이라는 장르를 정의하면서 참고서에서 맨먼저 나왔던 ‘생각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쓴 글’이라는 항목은 요령부득이었다. 기자랍시고 잡글을 써온지 10년이 넘.. 더보기
정치적 용서와 화해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새벽-김대중 평전' 새벽 : 김대중 평전 - 김택근 지음/사계절출판사 김대중 평전이 ‘새벽’이라는 제목을 달고 출간됐다. 2010년 방대한 ‘김대중 자서전’을 집필하고 그 해 말 경향신문을 정년퇴임한 김택근 전 논설위원이 썼다. 지은이는 책의 마지막에 실린 ‘후기’의 끝부분에서 ‘김대중’을 ‘새벽’으로 은유하며 이렇게 마무리했다. 책의 제목을 ‘새벽’으로 붙인 이유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다시 어둠이 세상을 지배하면 그가 올 것이다. 새벽처럼 돌아올 것이다. 죽어서도 죽지 않을 것이다. 그는 주어진 생을 한 점 남김 없이 태웠다. 온몸을 바쳐 평화를 만들고 그 속에 들었다. 최선을 다해 살았던, 참 아름다운 사람을 역사에 묻고 그에게 마지막 인사를 드린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깨어 있겠습니다.” 새벽에 길을 떠나 민족의 .. 더보기
단 한권의 책도 너무 고귀하게 여겨지는 곳 '유럽의 명문 서점' 세상 사람들과 맺게 되는 인연이 천차만별, 기기묘묘하듯이 책과 맺어지는 인연 가운데서도 유별난 것들이 있다. 그 책에서 얻은 지식이 너무 풍부해서, 그 책이 주는 감동이 너무 깊어서, 또는 그 책의 저자와 직간접적으로 알고 있어서 등등 어떤 책을 각별히 기억하게 되는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러나 독자로서 책과 맺게되는 인연은 거의 대부분 그 책을 읽거나 감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지난주 내가 두고두고 각별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책 한권이 내 손에 들어왔다. 실은 이 책을 받아들고 매우 흥분했었다.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는 순간 책을 펼쳐 보기도 전에 흥분이 밀려왔다. 책 제목은 '유럽의 명문 서점'이다. 유럽의 명문 서점 - 라이너 모리츠 지음, 레토 군틀리아지 시몽이스 사진,.. 더보기
둥글둥글한 김홍모의 둥굴둥글한 작품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내게 모자란 것들이 여러가지 눈에 띈다. 재력이나 외모 같은 사회적으로 각광받는 요소들은 물론이거니와 '아, 이런 걸 좀 잘했으면 좋았을 걸' 하고 아쉬움이 드는 능력들 말이다. 이런 것은 아마도 사회적인 기준에서 느껴지는 결핍에서 오는 것도 있겠지만, 개인적 취향에서 출발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내 출입처의 내 책상 위 자그마한 책꽂이엔 이런저런 자료들과 책 몇권이 꽂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못말리는 일러스트 백과'라는 책이다. 손쉽게 할 수 있는 일러스트 기법들을 담고 있는데 아직 제대로 연습해 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언젠가 시간이 좀 나면 끄적거려볼까 하는 생각에 꽂아두었다. 안그런 사람 없겠지만 어렸을 적 나도 그림 꽤나 그린다는 소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로 그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