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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휘뚜루마뚜루

기억살인-아들님이 생애 최초로 쓴 소설 기억살인 김선호 #1 그 초밥집에 들어서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차올랐다. 부장으로 승진 했다는 성취감, 몇 년 동안의 노력이 이렇게 나에게 찾아 왔다는 뿌듯함, 그리고 아내와 이렇게 휴일을 같이 보낼 수 있다는 기쁨이 제일 컸다. 아, 얼마나 힘든 나날이었는가! 지난 20년 동안은 일만 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상사에게, 또 회사한테 인정받기 위해 다른 일들은 신경을 쓰지 못했다. 나뿐만 아니라 아내에게도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 동안 나를 믿어주고 배려해준 아내에게 감사하고 또 미안했다. 20년 동안 수고 한 나에게 주는 선물로 오늘은 아내와 함께 외식을 하기로 했다. 장소는 직장 동료가 휴일에는 아내와 함께 가보라고 극찬한 초밥집이였다. 젊은 청년이 하는 집인데 맛이 일품이라고 침이 튈 정도.. 더보기
[로그인]연말 골목길을 걸으며 올해 순서가 돌아오는 마지막 칼럼이 신문에 실렸다. 연말이기도 하고, 몇번 아니지만 올해 썼던 칼럼들이 모두 딱딱하고 강한 비판이 담겨 있었기에 마지막 칼럼은 조금 가볍고 훈훈하게 써보고 싶었다.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한해를 정리해보려 했지만 머릿속이 어수선하기만 하고 정리가 되질 않았다. 그렇지만 올해 나에게 돌아올 마지막 순번을 마감하고 나니 홀가분하긴 하다. 지난주 교보문고가 내놓은 올해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사가 떴길래,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 집계 업무를 하시는 분과 잠깐 얘길했는데, 자신은 이미 2015년은 지났고 2016년에 가 있다고 농담했다. 그 기분을 알겠다. 아듀, 2015! 올해 걸은 곳 가운데 중국의 만리장성도 있었는데 만날 여행만 다니는 것처럼 보일까봐 일.. 더보기
[로그인]충암고 사태와 박근혜의 염치 충암고는 나에게도 무척 친숙한 학교다. 나는 중3때 충암중고 길 건너편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왔고, 고등학교도 충암고 맞은 편에 있는 학교를 다녔다. 중고등학교 시절 농구가 대유행이었고, 나는 그리 잘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해질녘까지 농구를 했다. 당시 인기있는 농구장은 명지전문대와 충암고에 있었다. 흙바닥이 아니라 아스팔트 또는 우레탄 바닥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대에 농구 좀 한다 하는 중고생과 대학생은 다들 거기서 농구를 했다. 그런데 당시 충암고 건물(충암중 건물이었을지도 모르겠다)에 있는 남자 화장실엔 희안한 물건이 있었다. 소변통이었다. 기름통 같은 네모난 플라스틱 통에 깔대기를 꼿아놓았는데 아이들이 그 깔대기에 오줌을 싸면 큰 트럭이 와서 정기적으로 수거해갔다. 그 오줌을 수.. 더보기
빅데이터로 보는 언어의 진화 1월말에 이 출간됐으니 사실상 이 책으로 올해를 시작했는데 벌써 10월 말로 흐르고 있다. 이 책 번역을 하느라 생전 취재만 하던 대담에 사회자로 참여해보기도 하고, 나보다 훨씬 학식이 높으신 분들 앞에서 강연을 해보기도 했다. 쑥스러워서 친척이나 지인들에게 이 책을 번역했노라 널리 알리진 않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직간접적으로 이 책을 접한 지인들이 전화를 해오곤 한다. 며칠전에도 좀 늦은 저녁 회사 대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뜸 "네가 을 번역했니?"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말씀드렸더니 "정말인 모양이네"라는 말이 들려왔다. 술을 겸한 저녁자리였는데, 내가 이 책을 번역했단 사실을 아는 분이 내 얘길 꺼냈던 모양이었다. 여하튼 그 자리엔 다른 분들도 여럿 있었다 하는데 그 덕분에 책이 몇권 팔렸을 .. 더보기
[로그인]현대판 음서제의 진실 기자 출신의 출판사 대표 한분과 옛날에 기자가 쓴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화제는 내가 먼저 던졌는데 '기자가 쓴 책은 왜 대부분 재미가 없는가'였다. 출판담당 기자를 하던 시절 신간으로 나온 기자 선배들의 책을 여럿 접했는데 작정하고 어떤 주제에 대해 쓴 책은 그렇지 않았지만 과거에 쓴 칼럼을 갈무리한 책들은 영 아니올시다였다. 아무래도 그날 그날 짧은 글로 승부를 봐야 하는 신문과 긴 호흡으로 한 주제에 천착해야 하는 책이라는 매체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대표님은 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자신의 경험을 들어 그분의 지론을 더했다. 출판사를 하고 있다보니 후배 기자들이 이런저런 주제와 원고를 들고 책을 내고 싶다고 찾아오는데 자신은 딱 한마디로 일단 물린다고 했다. "어떤 주제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