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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숭배·유일신 잘못 해석, 예수의 ‘보편적 사랑’ 놓쳐
리영희 프리즘 - 10점
고병권.천정환.김동춘.이찬수.오길영.이대근.안수찬.은수미. 윤형.김현진 지음/사계절출판사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 중 기독교도 비율이 높은 편에 속한다. 2005년 인구총조사에서 전체 인구 가운데 약 30%가 개신교(18%)나 가톨릭(11%) 교도로 조사돼 있다. 기독교를 한국보다 일찍 도입한 일본에서 같은 시기 기독교 인구 비율이 0.8%(개신교 0.45% + 가톨릭 0.35%)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높은 기독교 인구는 연구대상임에 분명하다.
<리영희 프리즘>의 필자로 지난 3일 밤 서울 마포의 아트앤스터디에서 열린 연속강연에 나온 이찬수 목사(종교문화연구원 원장·사진)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인들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후에 분단을 겪으면서 전통적인 것에는 더 이상 기대지 못하고 새로운 것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 새로운 것은 대체로 서양, 특히 미국 문명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종교인 기독교를 믿으면 미국처럼 부강해질 거라고 생각했지요.”
이 목사는 한국 기독교의 비극이 여기서 싹텄다고 했다. 한국에 들어온 기독교, 특히 개신교는 미국의 보수적 근본주의 신앙이었다는 것이다. 불상 앞에서 허리 굽혀 절을 했다는 이유로 강남대 교수 재임용에 탈락한 뒤 복직투쟁과 종교대화 운동을 벌여온 이 목사는 일찍이 한국 기독교의 본질을 꿰뚫은 이로 리영희 선생을 꼽았다.

리영희는 스스로 종교인이 아니라고 했고, 때로 종교 혐오적인 발언도 했다. 이 목사는 “리영희가 비판한 종교의 90% 이상은 기독교였다”고 했다. 그는 리영희의 기독교 비판은 본말이 전도된 제도 종교에 대한 것이었지 종교성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리영희의 사회비평서인 <스핑크스의 코>(2006)에 종교 관련 발언이 나온다. “나는 ‘종교’가 없지만, 부처의 자비의 가르침과 예수의 사랑의 계율을 정신생활의 지침으로 여기고 살아간다. … 일요일에 예배당이나 성당에 가서 신부나 목사의 설교를 듣는다든가 성경책과 찬송가책을 옆구리에 눈에 드러나게 끼고 다니면서 ‘예수 믿으시오!’를 외치는 식의 ‘종교’라면 그런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 나는 다만 나의 삶에서 성경을 읽고 불경을 읽으면서 석가모니와 예수의 삶을 따르고 싶어할 뿐이다.”(48쪽)
이 목사는 여기서 ‘무신론적이지만 가장 유신론적인’ 리영희 종교관을 읽는다. 이 목사가 리영희를 원용해 비판하는 한국 기독교의 가장 큰 폐해는 우상숭배와 유일신에 대한 오해이다. “한국 기독교인들은 여전히 문자주의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허리 굽혀 불상에 절 하는 것이 우상숭배가 아니라, 욕망과 마음을 굽히고 돈에 허리를 굽히는 행위가 사실상 우상숭배라는 사실에는 눈을 감습니다. 또한 유일신이라는 말은 ‘하느님이 모든 것 안에 계시다(無所不在)’라는 뜻인데, 그저 숫자 ‘하나’라고만 여깁니다. 이것은 초등학생 수준의 종교 이해입니다.”
유일신과 관련, 이 목사는 리영희의 군 시절 당시 회고를 인용했다. “최전방에서 축복기도를 하는데 결국 북쪽을 저주하는 식으로 기도하더랍니다. 신은 없는 데가 없는 보편적 존재인데 인간의 욕망 때문에 전쟁을 벌여놓고는 신의 이름으로 국군만 축복하고, 북쪽 사람들은 저주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겁니다. 리영희의 이 말은 종교학자들이 해온 신학 연구의 정곡을 찌른 겁니다.”
문장과 강연으로 독재에 대항해 험난한 길을 걸으면서도 예수나 붓다의 마음도 동시에 살아 내려고 했던 지식인. 교도의 수는 많지만 종교가 진정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한국 사회에서 리영희는 성찰을 촉구하는 존재이다. 손제민 기자 <2010.4.6>

Posted by 까만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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