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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동화책 보는 아빠

[리뷰]시골집이 살아났어요. 여름과 시골집, 얼핏 보면 별로 상관 없어 보이는 소재인데 조금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관계쌍이 만들어진다. 지금도 시골에 친척이나 조부모가 사는 아이들은 방학만 되면 시골에 머물러 가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엔 더 많았다. 나 역시 시골에 살았음에도 방학만 되면 시골의 할머니 댁에 가서 한달씩 지내다 오곤 했다. 지금은 개축을 했고 고모가 살고 계시지만 지금도 시골집의 구조가 앞 뒷 마당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는 이런 느낌이 매우 잘 살려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윤정주 작가는 에서 재밌게 봤는데 이번 작품도 스타일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탁월한 그림을 그려냈다. 무더운 여름의 분위기가 살아있으면서도 서늘하고 선선한 바람이 그림에서 불어온다고 할까? 여하튼 유쾌해서 좋다. 뒷간 각시·부엌 조왕신과 마주친.. 더보기
[리뷰]뻐꾸기 엄마 나뭇가지와 나뭇잎, 망사, 감꼭지 등을 동원해 콜라주 형태로 만든 이 그림책은 발상이 기발하다. 스토리는 어둡고 좀 슬프다. 엄마새가 남(뻐꾸기)의 알을 알면서도 품어주지만 갓 태어난 뻐꾸기는 본능적으로 한 둥지의 다른 알들을 밀어서 깨뜨려버리고, 엄마새는 그런 뻐꾸기를 본능에 의해서 키운다고 하는데, 이 책에선 엄마새가 이 모든 사실을 '인지'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즉, 제새끼를 죽인 원수임에도 뻐꾸기 새끼를 품어주고 키워준다는 내용이다. 그림체는 이런 스토리와 적절히 어울린다. 사물을 이용한 콜라주는 크리스티앙 볼츠라는 작가가 애용하는 기법이다. 구리 철사 두개를 둥글게 말아서 눈을 만들고, 당근으로 코를 만들고, 털실로 머리카락을 만드는 등의 방식이다. 볼츠의 작품은 황당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밝.. 더보기
[리뷰]나는 작은 배의 용감한 선장 그림책에 대해 잘 몰라도 보고 있으면 '포스'가 느껴지는 작품이 있다. 유리 슐레비츠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대단한 힘을 가진 작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이를 간단하게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고, 단지 그 상상의 세계에 머물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긴장감을 부여하고, 어린이 스스로 이 긴장을 해소하게 만든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폭풍우도 끄떡없어 왜? 난 용감하니까 나는 작은 배의 용감한 선장 - 유리 슐레비츠 지음, 최순희 옮김/시공주니어 나는 선원 옷을 입고, 선원 모자를 쓰고 위층 민츠 아저씨네 집으로 간다. 서랍장 위에 있는 작은 돛단배를 내려놓고 항해에 나선다. 방은 곧 넓은 바다로 변한다. 잔잔하던 바다에 폭풍우가 치지만 나는 끄떡하지 않는다. 선원은 용감해야 하니까. 낯선 .. 더보기
[리뷰]연꽃 공주 미도 '할머니 빨리 나으세요' 연꽃관 선물하는 손녀 연꽃 공주 미도 - 이상교 글, 정은희 그림/웅진주니어 미술 시간에 선생님은 “얼굴이나 머리에 쓰는 것을 만들어보라”고 한다. 짝궁 인성이는 “선생님, 저는 액션 가면 만들래요”라고 씩씩하게 말하곤 곧장 도화지를 집어 들지만 조용하고 여린 미도는 뭘 만들까 우물쭈물이다. “꽃관을 만들까?” 미도는 지난 봄 할머니와 함께 본 연등행사가 떠오른다. 밤하늘에 두둥실 떠 있던 분홍 연꽃들. 할머니는 미도더러 탐스러운 연꽃을 닮았다며 그날 이후 ‘연꽃 공주 미도’라고 부른다. 그런데 요즘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며칠째 병원에 계신다. ‘그래, 연꽃 모양 꽃관을 만들어야지. 할머니가 빨리 나으시라고 연꽃에게 기도하면 내 소원이 이루어질거야.’ 무얼 만들지 결정했지만 뭣부터.. 더보기
[리뷰]철수는 철수다 어찌보면 이 작품은 르포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적 기법을 그닥 앞세우지 않고 담담하게 현실을 그리는데-상황을 극단화 했을 순 있겠다-그 현실이 놀랍다. 중학생을 둔 부모라면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한두시간이면 읽을 수 있다. '엄·친·아'와 비교 마세요 나는 나일 뿐! 철수는 철수다 - 노경실 지음, 김영곤 그림/크레용하우스 이 시대의 슬픈 유행어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가 어린이·청소년들을 얼마나 옥죄고 반발하게 만드는지를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등장인물과 이야기 전개는 ‘엄친아 괴담(?)’의 기본 골격을 그대로 차용했다. 학력 높은 중산층 부모, 전교 1등에다 모든 면에서 훌륭한 옆집 친구, 공부가 바닥이다보니 모든 면에서 구박받는 나, 그리고 아이의 성적이 곧 자신의 서열인 동네 엄마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