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시골집이 살아났어요.

동화책 보는 아빠 2010/07/29 18:14 posted by 까만주름
여름과 시골집, 얼핏 보면 별로 상관 없어 보이는 소재인데 조금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관계쌍이 만들어진다. 지금도 시골에 친척이나 조부모가 사는 아이들은 방학만 되면 시골에 머물러 가는 경우가 많은데 예전엔 더 많았다. 나 역시 시골에 살았음에도 방학만 되면 시골의 할머니 댁에 가서 한달씩 지내다 오곤 했다. 지금은 개축을 했고 고모가 살고 계시지만 지금도 시골집의 구조가 앞 뒷 마당의 풍경이 눈에 선하다. <시골집이 살아났어요>는 이런 느낌이 매우 잘 살려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윤정주 작가는 <황금똥을 눌테야>에서 재밌게 봤는데 이번 작품도 스타일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탁월한 그림을 그려냈다. 무더운 여름의 분위기가 살아있으면서도 서늘하고 선선한 바람이 그림에서 불어온다고 할까? 여하튼 유쾌해서 좋다.

뒷간 각시·부엌 조왕신과 마주친 세쌍둥이

시골집이 살아났어요 - 10점
박수현 글, 윤정주 그림/책읽는곰

개구쟁이 세쌍둥이 강이, 산이, 들이가 시골집으로 이사를 왔다. 시골집은 도시의 아파트와 달리 아래층도 위층도 없다. 쿵쾅쿵쾅 뛰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신이 난 세 쌍둥이의 장난에 조용하던 시골집이 들썩거린다. 세 쌍둥이는 대청마루를 뛰어다니고, 대문에 매달리고, 우물에 돌을 던지고, 장독대 위에 올라가며 숨바꼭질을 한다. 엄마가 어딜 간다고 해도 따라나설 생각이 없는 세쌍둥이. 집이 더 재밌으니까.

그런데 저녁이 되자 왠지 으스스해진다. 너무 조용해서다. 때마침 뒤가 마려워 뒷간으로 달려간 세쌍둥이 앞에 뒷간 각시가 나타난다. 대문간의 수문장, 지붕 위의 바래기, 우물 속 용왕님, 장독대의 철융님, 부엌의 조왕신, 대청마루의 성주신이 겁을 집어먹고 달아나는 아이들 앞에 차례로 나타난다. 오랜만에 나타난 장난꾸러기 때문에 몸이 뻐근해진 집 지킴이 신들이 우르르 모여든 것이다. 세쌍둥이를 구해준 건 삼신할머니다. 삼신할머니는 아이들을 지켜주는 신이다. 지친 세쌍둥이는 삼신할머니의 부채 바람을 맞으며 스스르 잠이 든다.

자연과 사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었던 우리 조상은 집에도 공간마다 지킴이 신들이 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자기 집에서도 예절을 지켰다. 아이들이 집 지킴이 신들의 뜻을 모두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상상을 해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것이다. <황금똥을 눌 테야!>를 그린 윤정주의 그림이 시원한 바람처럼 유쾌한 느낌을 준다. (20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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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뻐꾸기 엄마

동화책 보는 아빠 2010/07/28 14:18 posted by 까만주름
나뭇가지와 나뭇잎, 망사, 감꼭지 등을 동원해 콜라주 형태로 만든 이 그림책은 발상이 기발하다. 스토리는 어둡고 좀 슬프다. 엄마새가 남(뻐꾸기)의 알을 알면서도 품어주지만 갓 태어난 뻐꾸기는 본능적으로 한 둥지의 다른 알들을 밀어서 깨뜨려버리고, 엄마새는 그런 뻐꾸기를 본능에 의해서 키운다고 하는데, 이 책에선 엄마새가 이 모든 사실을 '인지'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즉, 제새끼를 죽인 원수임에도 뻐꾸기 새끼를 품어주고 키워준다는 내용이다. 그림체는 이런 스토리와 적절히 어울린다.

사물을 이용한 콜라주는 크리스티앙 볼츠라는 작가가 애용하는 기법이다. 구리 철사 두개를 둥글게 말아서 눈을 만들고, 당근으로 코를 만들고, 털실로 머리카락을 만드는 등의 방식이다. 볼츠의 작품은 황당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밝고 유쾌하다.

자신의 알과 뻐꾸기의 알을 함께 돌보는 엄마새의 '본능'

뻐꾸기 엄마 - 10점
이형진 글.그림/느림보

자신이 낳지 않았지만 자신이 낳은 알과 함께 뻐꾸기 알을 돌보는 엄마 새의 이야기를 콜라주 기법으로 형상화한 독특한 그림책이다. 망사가 나무 줄기가 됐고, 나뭇가지는 엄마 새의 몸과 부리, 날개가 됐다. 나뭇잎도 실제 나뭇잎이다. 압권은 엄마 새의 눈이다. 엄마 새의 눈 자리에 놓인 감 꼭지는 기쁨과 놀라움, 분노와 슬픔 등을 놀랍게도 친근하게 표현해줬다.

하루 종일 둥지 안의 알을 지키던 엄마 새는 먹이를 구하러 잠시 자리를 비운다. 돌아와 보니 색깔도 다르고 크기도 큰 알이 하나 보인다. 밤새 무서운 폭풍이 친 다음날 엄마 새가 먹을 것을 구해 돌아와 보니 새로 들어온 알에서 아기 새가 태어나 있다. 그리고 둥지 밖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 있는 알 두 개. 엄마 새는 여우와 뱀이 그런줄 알고 눈물을 흘린다. 잠시후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진다. 아직 눈이 보이지 않는 아기 새는 둥지 안에서 버둥거리다 하나 남은 알마저 밖으로 밀쳐 버리는 것 아닌가.

분노로 가득차 부들부들 떨며 아기 새에게로 다가가는 엄마 새. “나도 밀어서 떨어뜨릴 거야!” 과연 엄마 새는 아기 새를 둥지 밖으로 밀어버릴 것인가.

다른 새의 둥지에서 부화된 뻐꾸기 새끼는 실제로 먼저 깨어나 등에 닿는 알들을 모두 둥지 밖으로 밀어내 버린다고 한다. 단 하나뿐인 새끼로 남아 엄마 새의 보살핌을 독차지하기 위함이다. 이건 본능이다. 그런가 하면 자신이 낳은 알들을 깨버린 뻐꾸기를 돌보는 것도 엄마 새에게 자연이 시킨 본능이다. 모성이라는 본능의 강력한 힘이 어두운 색조의 콜라주로 잘 표현됐다. (2010.7.17)

<크리스티앙 볼츠의 작품들>
내가 미안해! - 10점
크리스티앙 볼츠 지음, 이경혜 옮김/한울림어린이(한울림)

나비 엄마의 손길 - 10점
크리스티앙 볼츠 지음, 이경혜 옮김/한울림어린이(한울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책 - 10점
크리스티앙 볼츠 지음, 이경혜 옮김/한울림어린이(한울림)

내 잘못이 아니야! - 10점
크리스티앙 볼츠 지음, 이경혜 옮김/한울림어린이(한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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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 대해 잘 몰라도 보고 있으면 '포스'가 느껴지는 작품이 있다. 유리 슐레비츠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대단한 힘을 가진 작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이를 간단하게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고, 단지 그 상상의 세계에 머물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긴장감을 부여하고, 어린이 스스로 이 긴장을 해소하게 만든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폭풍우도 끄떡없어 왜? 난 용감하니까

나는 작은 배의 용감한 선장 - 10점
유리 슐레비츠 지음, 최순희 옮김/시공주니어

나는 선원 옷을 입고, 선원 모자를 쓰고 위층 민츠 아저씨네 집으로 간다. 서랍장 위에 있는 작은 돛단배를 내려놓고 항해에 나선다. 방은 곧 넓은 바다로 변한다. 잔잔하던 바다에 폭풍우가 치지만 나는 끄떡하지 않는다. 선원은 용감해야 하니까. 낯선 섬에 도달해 해적 선장이 떨어뜨리고 간 보물지도를 손에 넣어 보물을 찾아 떠나고 싶지만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나는 방 안으로 돌아와 있다. 나를 지켜보는 건 벽에 걸린 그림 속 남자다. 그 남자는 내가 어딜 가도 째려보고만 있다. 나는 테이블 밑에 숨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며칠이 지나도 그 아저씨 생각만 난다.
하지만 나는 그림 앞에 가서 말한다. “아저씨는 이 벽도 못 떠나고, 이 방에서도 못 나가죠. 하지만 난 멀리멀리 신나는 여행을 할 수 있어요”라고.

어린이 책을 대상으로 주는 상의 대명사인 ‘캇데콧’ 상을 단골로 수상하는 유리 슐레비츠의 최신작이다.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그림동화는 리얼리즘과 판타지의 절묘한 결합이라는 작가 특유의 작품 성향을 잘 보여준다. 주인공 소년은 진짜 선원이 된 것처럼 자유롭게 상상하고 뛰어논다. 엄마와 민츠 아저씨 등 어른들은 아이가 상상의 세계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상상을 방해하는 요소, 즉 그림 속 남자가 등장하고 아이는 두려움에 빠진다. 그림 속 남자의 시선은 어쩌면 아이 마음 속에서 자라난 것일 수도 있다. 결국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했을 때 아이의 상상놀이는 다시 시작된다. (20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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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제3권 개봉박두(일부 내용 공개)

반죽글 2010/07/25 16:47 posted by 까만주름
예약판매중인 <1Q84> 제3권의 1쪽부터 30쪽까지의 내용이 출판사에 의해 공개됐다. 놀랍다. 일단 출판사의 마케팅 상상력이 그렇다. 영화에만 예고편이 있는게 아니라 책에도 예고편이 있음을 알게됐다. 두번째는 3권의 첫번째 챕터가 앞권에서 뭔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냄새를 강하게 풍겼던 못생긴 탐정(덴코를 따라디니며 괴롭힌)이 화자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오금이 저리게 만드는 하루키의 솜씨는 3권에서도 이어지는 모양이다....

<1Q84> 3권 내용 일부 공개된 알라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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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프리딕셔니어>에 이어 이번주에 게임이론 혹은 인간행동 예측에 관한 책이 3권이나 쏟아졌다. 게임이론은 개인적으로 꽤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라서 책이 나올 때마다 눈여겨 보고 있는데(다 읽는다는게 아니라 이런 책이 나왔구나 하는 정도), 비슷한 시기에 연관되는 주제의 책이 이처럼 몰려서 나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여름철 독서용으로 이 주제가 어울린다고 출판사들이 생각한 때문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의 일치일까. 여하튼 미래를 점친다는 사람들은 대체로 '천재'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폰 노이만이 그랬고, 우리가 잘 아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존 내시가 그랬다. <버스트>의 작가 바라바시 역시 프로필을 보아하니 '헝가리가 낳은 천재'라는 소릴 들을만 하다.
여하튼 이렇게 한꺼번에 나오셨으니 한바구니에 모시는 것이 예의일 것이다. 세권을 혼자서 한꺼번에 감당하기엔 버거워서 <두뇌를 팝니다>는 선배에게 맡겼다. 기사에 물릴 그래픽이 고민이었는데 상당히 도식적인 방식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위키피디아를 통해 폰 노이만의 <게임이론과 경제적 행위(Theory of Games and Economic Behavior)> 원문이 그대로 올라 있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여기서 일단 수식을 캡쳐했다. 그리고 <버스트>를 상징하는 네트워크 도식을 하나 건지고, 그 다음엔 인간을 상징하기 위해 다빈치의 인체비례도를 건졌다. 이제 이걸 적절히 합성해 달라고 편집자에게 요청했더니 편집자는 이걸 손바닥 위에 올려 놓은 것으로 만들었다. 흑흑, 정말 빈곤한 상상력이다. 여하튼 2주 연속 게임이론 책들을 봤더니 좀 어질어질 하다. 그들의 구라빨이 장난이 아니다. 허기사 인간행동을 예측한다고 하는 천재들이니 오죽하겠는가.

철학자 칼 포퍼는 1959년에 쓴 에세이('예측과 예언')에서 "인류의 가장 오래된 꿈이 바로 예측의 꿈이다. 눈앞의 미래를 우리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꿈, 그렇게 알아낸 지식에 맞게 정책을 조정함으로써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꿈이다. 우리는 일식을 아주 정확히, 그것도 아주 한참 전부터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혁명을 예측하는 것도 혹시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포퍼는 곧바로 인간이 관련된 문제에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므로 괜히 고민할 가치조차 없다고 답했다.(<버스트> 100쪽) 그러나 포퍼가 말한 꿈의 실현이 눈 앞에 와 있다고 믿는 이론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게임이론이다. 인터넷 네트워크의 확산과 함께 발달하고 있는 네트워크 이론도 인간행동의 과학적 예측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인간행동의 법칙규명을 모토로 내건 이론들의 과거·현재·미래와 이런 이론들을 바탕으로 현실 정치와 정책결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나란히 출간돼 눈길을 끈다.

나는 네가 할 일을 손바닥 보듯 알고있다


게임 이론을 통하여

게임하는 인간 호모 루두스 - 10점
톰 지그프리드 지음, 이정국 옮김/자음과모음(주)

 구 소련 태생의 미국 생화학자이자 유명한 공상과학소설가였던 아이작 아시모프(1920~92)가 1950년대에 발표한 공상과학소설 <파운데이션> 시리즈에는 ‘심리역사학’이 중요한 테마로 등장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심리역사학은 인간행동을 지배하는 법칙을 하나의 수학방정식으로 집대성한 것으로, 정치·경제·사회적 사건들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묘사된다. 한마디로 인간 역사의 미래를 보여주는 학문인 것이다. 여기서 예측은 단순한 짐작이 아니라 수학공식을 통해 계산된 것이다.
 당신은 ‘인간행동을 지배하는 법칙’ 또는 ‘인간행동을 지배하는 비밀코드’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 여기서 법칙은 ‘배가 고프면 밥이 먹고 싶어진다’는 유의 생물학적 법칙이 아니다. 인간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함에도 특정한 상황에서 반드시 특정한 행동을 한다는 것을 말한다. 어떤 물이건 온도가 0도 아래로 내려가면 얼음이 되고, 100도 이상 올라가면 기체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쉽게 그렇다고 말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일례로 선거만 봐도 정치학자들이 아무리 분석과 가설을 내세워봤자 빗나가기 일쑤다. 그래서 자연과학과 달리 정치학·경제학·사회학 등은 명색이 사회 ‘과학’이라고 불리면서도 계량적 정확성이나 미래 예측력이 떨어진다는 조롱을 받아왔다.
 그런데 자연계의 물리적 법칙과 마찬가지로 인간행동에도 법칙이 있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 <게임하는 인간 호모루두스>의 지은이 톰 지그프리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저명한 과학저술가인 그는 언젠가는 게임이론이 모든 과학의 문법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은 대표적으로 많이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나 ‘치킨 게임’과 같은 것이다. 게임이론은 규칙이 정해진 게임에서 두 명 혹은 다수의 ‘선수’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하는 전략적 행동을 연구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폰 노이만과 존 내시를 중심으로 현대 게임이론의 기원을 소개하고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을 막론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는 게임이론의 실태를 살폈다. 냉전시절 미국은 소련에 대한 대응전략을 게임이론에 기대 개발했고, 경제학도 주가예측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게임이론을 적극 수용했다. 현대의 진화론도 게임이론에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워낙 취재가 조밀해 게임이론에 관한 최첨단 지도라고 보면 된다.
 그럼에도 과연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고 예측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은 남는다. 지은이는 게임이론이 아직도 진행 중이며 논란이 많은 분야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가능성에 대한 믿음은 버리지 않는다. 지은이의 믿음에 동참할지 말지는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게임이론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영향력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우선순위를 엿봐서

버스트 - 10점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동아시아

 2002년 국내에 소개돼 ‘네트워크 이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링크>의 지은이가 2010년에 쓴 최신작이다. 네트워크 이론은 ‘아무리 멀리 떨어진 두 사람도 6단계만 거치면 연결된다’는 가설로 유명하다. 지은이는 <링크>에서 세포에서부터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네트워크의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혀 학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링크>는 전형적인 크기가 없는, 다시 말해 크기의 분포에 제한이 없는 네트워크는 ‘멱함수 분포’(극소수만 크기가 크고 나머지는 크기가 작은 분포)를 보인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구글, 야후 같은 엄청나게 많은 링크를 보유가 사이트가 몇개 있고 나머지는 다 고만고만한 링크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상상하면 된다. 새 책에서 바라바시는 인간의 행동에도 같은 패턴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부제가 말해주듯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이 있다는 것인데 이름하여 ‘인간역학’(Human Dynamics)이다.
 그는 ‘인간행동은 긴 휴지기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격렬히 활동하는 짧은 기간이 오는 패턴이 반복된다’고 말한다. 이메일 발송을 예로 들어보자. 평소 이메일 발송을 거의 하지 않거나 한두건 발송하다가 어느날엔 수십통의 이메일을 발송하는 패턴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 자신의 ‘보낸 편지함’을 열어 보낸 시각을 한번 체크해 보기 바란다. 지은이는 마찬가지로 휴대전화 사용, 프린터기 사용, 학생과 교직원의 도서관 대출에서도 비슷한 ‘폭발성’(burst)이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링크>에서 보여준 네트워크의 특징이 공간적 요동 현상에 따른 것이라면, <버스트>에 등장하는 현상은 시간적 요동 현상에 따른 것이다. 주식 가격의 폭등 또는 폭락, 어느날 갑자기 터지는 네티즌의 댓글, 예기치 않게 터져나온 촛불시위 등도 버스트의 예이다.
 만약 인간의 행동이 철저히 무작위적이라면 이런 패턴은 발견될 수 없다. 그럼 이런 폭발성을 낳는 이유는 무얼까? 지은이가 찾은 답은 인간의 우선순위 설정이다. 인간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늘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우선순위가 개입되는 순간 행동이 폭발적으로 몰리는 시기가 등장하고 어처구니 없이 큰 예욋값이 나타난다.
 한편 바라바시는 이런 식으로 나간다면 내가 일주일 뒤 어느 식당에서 밥을 먹을지부터 한달 뒤 오전 10시에 어디에 있을지까지 남이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에 대한 정교한 데이터만 있다면 말이다. 우리는 이미 인터넷, 스마트폰, CCTV가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이런 기기들은 축적한 개인의 행적에 관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지금도 특정인의 미래 행동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지은이는 이런 체제가 ‘빅 브러더’ 사회가 될 우려를 제기하면서 ‘미래의 프라이버시권’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누적된 데이터를 가지고 누군가가 나의 미래행동을 들여다보는 것 역시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형식도 특이하다. 지은이는 헝가리 태생인데 16세기 십자군을 이끌었던 비운의 헝가리 장군의 인생행로를 팩션 형식으로 삽입해 넣었다. 역사의 무작위성과 인간 행동의 예측성을 교차해서 보여주기 위한 의도에서다. <링크>를 재밌게 읽은 독자라면 꼭 챙겨봐야 할 책이다.


과학집단의 머리로

두뇌를 팝니다 - 10점
알렉스 아벨라 지음, 유강은 옮김/난장

 아마도 게임이론에 가장 관심이 높은 집단은 군부일 것이다. “핵공격을 하게 된다면….” “핵 억지력을 가지려면 얼마나 많은 탄두가 필요할까?” 이런 가상 질문을 통해 군부는 군사전략을 세우게 마련이다. 그러나 군인들 스스로가 게임이론에 매달려 연구하기는 어렵고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은 과학자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랜드연구소가 그런 역할을 맡아왔다. 전쟁전략 수립뿐 아니라 경제·사회분야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끼쳐왔다.
 책은 랜드연구소의 탄생과 걸어온 길을 통해 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는지를 분석했다. 랜드연구소는 1948년 창립된 이래 2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정계와도 끈끈하게 연결돼있다. 수학자 존 내시를 비롯해 케네스 애로, 폰 노이만, 프란시스 후쿠야마, 브루스 호프먼, 잘마이 칼릴자드 등이 이 연구소 출신이다. 럼스펠드와 곤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도 연구소 이사를 역임했다.
 문제는 랜드연구소가 내놓은 이론이 전쟁에서의 승리만을 앞세우는 강경일변도의 핵 경쟁을 가속시키기도 했다는 것이다. 보수적이고 강경한 군인들에 의해 탄생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구소련을 무너뜨릴까 연구해온 군인들이 2차대전 중 야전의 지휘참모부를 성공적으로 도왔던 것 같은 과학집단을 만들기 위해 연구소를 세웠다. 미 공군의 전신인 육군항공대의 커티스 르메이 장군의 주도 아래 해병대 출신의 콜 붐 같은 보수주의자들이 주축이 됐다. 당시 군부는 구소련이 공산주의를 확산시키기 전에 미국이 핵공격을 해야한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랜드연구소의 연구 결과는 군사적 측면을 넘어 신자유주의의 확산에도 기여했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항해 만든 애로의 합리적 선택이론은 심리현상을 아예 무시하고 모든 행위를 수치화함으로써 공공의 이익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강조하게 된다. 이는 작은 정부를 추구하는 레이건 정부의 방향과 맞아떨어져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토대가 됐다. 핵선제공격의 이론적 바탕을 제시했던 체계분석이론은 복잡한 계산의 필요성 때문에 컴퓨터 개발을 앞당기기도 했다. 죄수의 딜레마 이론은 핵 전쟁을 당연시했다. 이 밖에 패킷 이론은 인터넷의 모체가 되기도 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위험성을 경고한 군산복합체의 주체는 바로 랜드연구소다. 랜드연구소는 베트남 전쟁에서 ‘더러운 전략’을 제시했고, 이는 내부 분석가 엘스버그에 의해 뉴욕타임스에 그 내용이 폭로되기도 했다. 연구소는 정의를 희생하면서까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해왔다. 게임이론에는 정의와 도덕보다 승리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20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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