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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동화책 보는 아빠

[리뷰]나는 작은 배의 용감한 선장

그림책에 대해 잘 몰라도 보고 있으면 '포스'가 느껴지는 작품이 있다. 유리 슐레비츠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접했는데 대단한 힘을 가진 작가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린이를 간단하게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고, 단지 그 상상의 세계에 머물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의 긴장감을 부여하고, 어린이 스스로 이 긴장을 해소하게 만든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폭풍우도 끄떡없어 왜? 난 용감하니까

나는 작은 배의 용감한 선장 - 10점
유리 슐레비츠 지음, 최순희 옮김/시공주니어

나는 선원 옷을 입고, 선원 모자를 쓰고 위층 민츠 아저씨네 집으로 간다. 서랍장 위에 있는 작은 돛단배를 내려놓고 항해에 나선다. 방은 곧 넓은 바다로 변한다. 잔잔하던 바다에 폭풍우가 치지만 나는 끄떡하지 않는다. 선원은 용감해야 하니까. 낯선 섬에 도달해 해적 선장이 떨어뜨리고 간 보물지도를 손에 넣어 보물을 찾아 떠나고 싶지만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을 느낀다.
그 순간 나는 방 안으로 돌아와 있다. 나를 지켜보는 건 벽에 걸린 그림 속 남자다. 그 남자는 내가 어딜 가도 째려보고만 있다. 나는 테이블 밑에 숨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며칠이 지나도 그 아저씨 생각만 난다.
하지만 나는 그림 앞에 가서 말한다. “아저씨는 이 벽도 못 떠나고, 이 방에서도 못 나가죠. 하지만 난 멀리멀리 신나는 여행을 할 수 있어요”라고.

어린이 책을 대상으로 주는 상의 대명사인 ‘캇데콧’ 상을 단골로 수상하는 유리 슐레비츠의 최신작이다.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그림동화는 리얼리즘과 판타지의 절묘한 결합이라는 작가 특유의 작품 성향을 잘 보여준다. 주인공 소년은 진짜 선원이 된 것처럼 자유롭게 상상하고 뛰어논다. 엄마와 민츠 아저씨 등 어른들은 아이가 상상의 세계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상상을 방해하는 요소, 즉 그림 속 남자가 등장하고 아이는 두려움에 빠진다. 그림 속 남자의 시선은 어쩌면 아이 마음 속에서 자라난 것일 수도 있다. 결국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했을 때 아이의 상상놀이는 다시 시작된다. (201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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