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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구워진 글

2010년 여름휴가를 달콤새콤하게 만들어줄 책 10선

이번주 나온 신간들의 함량이 출판면을 넉넉하게 꾸미기엔 좀 부족한 것 같아 고민한 끝에 부장을 비롯해 문학, 학술, 출판담당 2명 등을 출판회의에 참석하는 5명이 2권씩 여름휴가용으로 추천을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책 추천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는 편인지라 걱정이 좀 되긴 했지만 해보니 나름 재미가 있었다. 같은 부에 일하는 선배 한분이 누가 어떤 책을 추천했는지 짐작해보는것도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제가 무슨 책을 2권 추천했을까요?

이번 배낭엔 ‘마음의 비타민’도 챙기세요
휴가 가실 때 가방 한구석에 책 몇 권 넣어 가시는 건 어떠신가요? 이동하는 도중에, 또는 쉬는 게 좀 지겨워질 때 펼쳐볼 만한 비타민 같은 책 말이죠. 그렇다고 너무 욕심내진 마세요. 적당히, 읽을 만큼만 챙기세요. 뭘 챙겨갈지 고민이 되신다고요? 그래서 마련했습니다. 경향신문 문화부가 가벼운 마음으로 뽑은 ‘2010년 여름휴가를 달콤새콤하게 만들어줄 책 10선’입니다. 휴가를 벌써 다녀오셨다고요? 부지런도 하시군요. 심심한 위로와 함께 역시 책 몇 권을 권합니다. 이미 써버린 휴가 후유증에 시달리는 분들에게도 분명히 위안이 될 겁니다.



군침 참고 읽는 세계 음식 이야기

미식견문록 - 10점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마음산책

폭염이 기승이다. 푹푹 찌는 날씨에 입맛조차 잃어버리기 십상. 그런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의 장점이자 부작용은 바로 책을 읽으면 10분 이내에 입에 군침이 돌면서 강렬한 식욕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러시아어 동시통역사이자 작가인 요네하라 마리는 대단한 독서가로도 유명하지만 ‘냠냠공주’라는 별명을 가진 미식가이자 대식가이기도 하다. 그녀는 음식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담아 동시통역사로 세계 각지를 누비며 맛본 음식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다. 개인적 경험이나 사연에 그치지 않고 음식과 관련된 문화적 배경과 역사를 함께 소개해 지적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프라하에서 유년을 보낸 저자가 어릴 때 한 번 맛 본 ‘할바’라는 러시아 과자 맛을 몇 십년째 잊지 못해 우즈베키스탄, 루마니아, 스페인의 유사한 과자 조리법과 어원을 추적하며 ‘할바’에 관한 모든 것을 밝혀내는 식이다.
저자가 특유의 감칠맛나는 이야기 솜씨로 풀어내는 음식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더위를 잊고 입맛을 다시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주의할 점. 다이어트 중인 분들이라면 식전에는 독서를 삼갈 것을 권한다. 식후 포만감에 젖어 있을 때 책을 펴 들도록.
나와 세계를 잇는 ‘77가지 개념’ 풀이

새 인문학 사전 - 10점
A. C. 그레일링 지음, 윤길순 옮김/웅진지식하우스(웅진닷컴)

휴가 때 꼭 말랑한 책만 읽어야 할까. 집중과 인내가 좀 필요해도 지식 욕구도 채우고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은 어떨까. 그렇다고 누구나 인용하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고전에 도전해보라고 하긴 민망하기도 하고. 추천하고 싶은 건 개념 책들. ‘무개념’이나 ‘개념을 밥 말아 먹는다’는 말 따위가 일상어가 된 지금, 진짜 ‘개념’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좋을 듯. 연구공간 수유+너머R의 고병권씨는 <개념어 총서 What 가이드북>(그린비)에서 “개념은 당신이 살고 있는 세계”라고 했다.
개념 책은 최근 출판 키워드 중 하나. 개념사전의 대명사 격인 <코젤렉의 개념사 사전 1~5권>(푸른역사)도 나왔다.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고 짤막하게 읽기 좋은 건 ‘나와 세계를 연결하는 77가지 개념’이란 부제가 붙은 <새 인문학 사전>. ‘1년을 복역할 것인가, 10년을 복역할 것인가-게임이론’에서 ‘기독교보다 500년이나 오래된 불변의 가치-휴머니즘’까지 인문사회 개념을 쉽고 재밌고 깊이있게 풀었다. 지은이 그레일링은 “개념어 사전은 백과사전이 아니라 출발점”이라고 했는데, 학습 과정에 필요한 예비 과정이라기보다 독자 스스로 탐구하는 데 필요한 단서들을 제공한다는 취지. 개념을 바로잡고 세워본다면, 괜찮은 재충전 기간이 될 터.
연어사냥꾼, 뒤늦은 ‘생명 존중’의 깨달음

북태평양의 은빛 영혼 연어를 찾아서 - 10점
프리먼 하우스 지음, 천샘 옮김/돌베개

‘나는 물소리를 듣고 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세차게 흐르는 물소리는 생명력으로 가득한 하나의 거대한 소리로만 들린다. 그러나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소리들을 분간하려 해보면, 곧 약동하는 물소리가 수천개의 다양한 소리로 갈라지며 그중 어떤 소리는 물속에, 또 어떤 소리는 내 마음속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커다란 돌들이 강바닥을 굴러간다.…약동하는 물소리를 듣는 것은 자발적인 환각으로 빠지는 지름길이다.’
지은이가 밤에 고무장화를 신고 물에 들어가 자연산 연어를 기다리는 장면이다. 그는 젊은 시절 ‘연어사냥꾼’으로 일했지만 황폐화를 넘어 회복의 가능성마저 잃어가는 자연과 인간성을 목도하고 ‘생명운동가’로 변신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 메톨강 유역에서 연어의 번식과 회귀를 돕는 일에 뛰어든 것이다.
이 에세이집이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시적인 언어에 강과 바다의 냄새가 실려 있다. 그리고 자연과 하나됨, 자연과의 소통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맺기가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천샘 옮김.
‘기쁨과 울분’ 공존…농촌 현실 다룬 소설

갈보 콩 - 10점
이시백 지음/실천문학사

“인간이구 콩이구 밖에서 굴러온 것들이 문제여.”(단편 ‘갈보 콩’ 중에서)
조금 멀게는 김유정의 소설을 읽는 듯하고, 가깝게는 이문구의 소설이 재림한 듯하다. 농촌의 피폐한 삶을 능청스러운 문체와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써온 작가 이시백의 소설집 <갈보 콩>은 읽는 맛이 구수하다.
작가는 4대강 사업, 직불금 제도, 사료값 폭등, 농가부채 문제 등에 시달리는 농촌의 현실을 직시한다. 그러나 투박한 구호나 절규로 써내려간 소설들이 아니다. 때로는 포복절도할 유머와 눈물 나는 에피소드를 곁들여 읽는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부평초 같은 도회적 삶을 다룬 소설들은 많지만 농촌현실을 이처럼 리얼하게 다룬 소설이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소설가 송기원은 “논두렁에 퍼질러 앉은 육덕 좋은 시골 여편네들의 방담처럼 걸걸한 입담”이라며 “비스듬히 누워서 읽던 그의 소설들을 벌떡 일어나 정색을 하고 읽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소설을 읽고 나면 휴가철에 만나는 이 나라 농촌 풍경에서 진한 인간냄새도 함께 느껴지지 않을까.
50년 전 어머니의 죽음, 다시 수사해보니…

내 어둠의 근원 - 10점
제임스 엘로이 지음, 이원열 옮김/시작

작가는 한(恨)을 파는 장사꾼이다. 작가 자신이든 친구든 가족의 한이든, 팔 수 있는 건 다 팔아야 한다. 대신 정직해야 한다. 거짓말로 한을 지어내 팔면 명민한 독자들에게 금세 들킨다.
영화화되기도 한 , <블랙 달리아>의 작가 제임스 엘로이는 10살 때 어머니를 잃었다. 이혼 후 홀로 제임스를 키우던 어머니는 술에 과도하게 의지하는 버릇이 있었고, 주말이면 한량들과 밤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 엘로이 부인은 성폭행당한 뒤 살해돼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녀를 살해한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다. 제임스 엘로이는 전직 형사와 함께 50여년 전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 시작했다.
<내 어둠의 근원>은 제임스 엘로이의 자서전이다. 어머니의 죽음과 이로 인한 상처, 약물 중독과 범죄, 수사 기록이 생생하게 드러나 있다. 작가는 자신의 가장 내밀한 상처와 치부를 직시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아프겠지만, 읽는 사람은 흥미진진하다. 작가 개인의 기록은 1950~60년대 미국 서부의 어두운 역사를 함축한다. 이원열 옮김.
‘티격태격’ 궁금했던 남녀간 속사정 탐구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 - 10점
대리언 리더 지음, 김종엽 옮김/문학동네

제목만 보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류의 ‘남녀탐구생활’처럼 보인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대리언 리더는 자크 라캉의 이론을 영미권에 소개하는데 기여했다는 영국의 정신분석가다. <여자에겐 보내지 않은 편지가 있다>에서 리더는 프로이트와 라캉의 이론틀을 가져와 남녀의 성차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남자와 여자를 생물학적으로만 구분한다면 오해의 소지가 있겠다.
고전, 대중문화 작품, 임상 사례를 고루 들며 남성성과 여성성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남자와 여자의 관계가 조화로울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장에선 이런 문장이 나온다. “문제는 여성이 요구하는 사랑의 순수성을 구현할 남성을 경험적으로 찾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이 여자들이 보증된 사랑, 예컨대 신의 사랑을 확신하는 쪽을 택하는 이유이며, 일반적으로 여성이 목표하는 남자가 결코 진짜 남자가 아닌 이유이다.”
알렝 드 보통과 슬라보예 지젝이 함께 추천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라캉의 원전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 들 수도 있다. 김종엽 옮김.
죽음을 기억하되, 죽음은 또 병이 아니다

메멘토 모리 - 10점
후지와라 신야 지음, 양억관 옮김/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후지와라 신야의 사진집을 ‘카메라로 쓴 시집’이라고 평하는 것은 과언이 아니다. 20년 가까이 인도·티베트 등지를 떠돈 작가는 곳곳의 원경과 근경, 사람들을 독특한 질감과 깊이로 잡아낸다. ‘메멘토 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 개에게 뜯어 먹히거나 해변가에 해골이 돼 엎어져 있는 인간의 풍경은 절로 철학적 사색을 하게 만든다. 죽음을 기억하되, 죽음은 또 병이 아니라는 신야의 토막글도 읽을 만하다.
한국도 몇차례 찾은 작가의 ‘사진 시집’엔 1960~70년대 아스라한 한국의 산천과 사람 모습도 담겨 있다. 새까만 교복을 입은 채 나룻배에 자전거를 싣고 등교하는 학생들, 밭일 하는 어머니 등에 고개를 푹 담근 채 곤히 잠든 아기의 모습을 통해 죽음과 순환하는 삶의 풍경 또한 담았다. 들뜨고 신나는 휴가보다 자기 속으로 침잠하는 내면의 여행이나 자연 앞에 겸허히 자신을 열어보는 기회를 가지려는 이들이 챙겨가면 좋을 책이다. 출사도 겸하는 산천 여행을 계획한다면, 신야의 깊이 있는 프레임을 흉내내며 풍경과 사람을 담아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양억관 옮김.
내 집이 있어도 왜 행복하지 않을까

하우스 푸어 - 10점
김재영 지음/더팩트

MBC 의 프로듀서인 김재영이 쓴 <하우스 푸어>는 ‘부동산 서적’이다. 그렇다고 그동안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던 부동산으로 떼돈 버는 법을 가이드하는 그런 책이 아니다. 비싼 집에 살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얘기, 내 집이 있어도 행복하지 않은 사회를 고발하는 통렬한 사회학이다. 가이드북이 아니라 사회고발 르포다.
이 책은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룬 대한민국 중산층이 부동산 광풍의 피해자가 되어 고통받고 살아가는 당대의 살풍경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탐사 프로그램의 PD답게 꼼꼼하게 각종 자료를 챙기고, 이를 도표나 그래픽을 이용하여 설명하고 있다. 지금 집이 있는 사람들, 앞으로 집을 사야할 사람들, 더 나아가서 당대를 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내가 처한 현실을 되돌아보라고 충고한다.
왜 휴가철에 머리 아픈 책을 추천하냐고? 적어도 가장이라면 짧은 휴가 기간을 이용하여 가족을 위해 삶의 나침반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가정이라는 조각배를 난파시키지 않고 끌고갈 수 있는 해답이 이 책에 있다. 다만, ‘집’과 ‘밥’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읽지 않아도 된다.
자녀랑 함께 설레는 캠핑생활 꿈꿔봐요

모험도감 - 10점
사토우치 아이 지음, 김창원 옮김, 마츠오카 다츠히데 그림/진선출판사(진선북스)

어린 시절은 자연을 탐험하고 모험을 하는 상상으로 항상 들떠있었다. 예를 들어 커다란 나무 위에 오두막을 지어 우리만의 ‘비밀 아지트’로 삼고, 냇가에서 나무를 깎아 만든 창으로 물고기를 잡아 구워먹는 것 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바뀌고 환경 또한 바뀌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에 갇혀 산다. 등산과 캠핑을 즐기는 사람이 늘었다지만 무슨 ‘텍스’니, 무슨 ‘페이스’니 하는 고급 옷과 장비로 중무장 하기 일쑤다.
지난해 번역된 <모험도감>은 1986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책이다. 세상이 지금에 비해 훨씬 아날로그적이었던 시절이다. 배낭을 꾸리는 법부터 시작해 걷기, 먹기, 자기, 놀기, 동식물 관찰하기, 위험에 대처하기 등 자연에서 아날로그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 캠핑 경험이 많은 사람은 시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린이·청소년을 염두에 두고 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허술하거나 허황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아이와 함께 처음 캠핑을 나가려는 아빠는 아이보다 먼저 이 책을 읽어두면 분명 존경어린 눈빛을 받게 될 것이다. 김창원 옮김.
좌충우돌 ‘평균연령 49세’ 가족이 살아가는 법

고령화 가족 - 10점
천명관 지음/문학동네

어떤 때는 타인보다 못한 ‘웬수’가 가족이다. 그러나 아무 말 없어도 위로가 되고 묵묵히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또한 가족이다. <고령화 가족>은 <고래>로 독자들을 매료시켰던 천명관이 써내려간 웃기고 슬픈, 그리고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다.
평균연령 49세의 다소 난감한 가족이 있다.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지천명은커녕 인생의 패잔병이 되어 자기 몸 하나 운신할 곳 없는 자식들이 칠순 노모의 집으로 ‘기어들어’ 온다. 큰아들은 강간 전과자 백수이고, 딸은 바람피우다 두 번째 남편에게 이혼당하고 딸까지 데리고 온다. 그리고 둘째 아들은 실패한 영화감독으로 노숙자가 될 위기다.
그다지 좋은 조합으로 보이지 않는 이들은 서로 원수같이 싸우고 욕하며 아슬아슬한 동거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나 그렇게 각을 세우고 부딪치는 가운데 이들은 서서히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간다.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종국에 만나게 되는 것은 따뜻한 위로와 삶에 대한 믿음과 희망이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어머니가 끓여주신 따뜻한 된장국 같은 맛이다. (201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