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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

설악산 '신들의 정원' 가는 길에 만난 '인가목' 붉은 꽃송이 설악동-비선대-천불동계곡-양폭대피소-희운각대피소-소청대피소(1박)-봉정암-오세암-영시암-백담사-용대리로 이어지는 1박2일 산행이었다. 걸은 거리는 27km 가량. 25년 전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한겨울에 친구와 단둘이 걸었던 코스를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당시 오세암은 가지 않았다. 그게 벌써 25년 전이구나! 6월초 산행, 땀은 비오듯 쏟아졌지만 공기는 맑았고, 바람은 상쾌했다. 여전히 큰 산엘 가면 육체적 괴로움 보다는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먼저 드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무릎은 시큰거리고 장딴지와 허벅지 모두 딴딴하게 땡기지만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는 2016년의 한 마디를 잘 굳히고 내려온 느낌이다. 올 봄 비가 자주 왔기 때문에 계곡에 물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는데,생각만큼은 많지 않았다... 더보기
[뉴스의 시대](알랭 드 보통) [뉴스의 시대](알랭 드 보통) 반쯤은 실용적 필요에 의해 읽은 책. 번역서 제목인 [뉴스의 시대: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보다는 원서 제목인 [The News: A User‘s Manual]이 좀 더 잘 들어맞는 것 같다. '홍수'라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로 뉴스가 넘쳐나는 시대. 뉴스와 언론사, 기자의 속성에 대해 알랭 드 보통은 꿰뚫고 있다. 매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지만 그 경쟁의 이유와 목표, 결과가 아주 임의적이고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딴판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 나 자신이 뉴스매체에 근무하지만 한발 떨어져서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많이 안겨준다. 우리가 뉴스와 얽힌 정도에 비하면 안타깝게도 많은 언론기관 내부에는 공정하고 중립적인 ‘사실’ 보도가 가장 품격 있는 저.. 더보기
휘파람 부는 사람(메리 올리버) 하얀 입김이 호호 나오지만 너무 춥지 않고, 눈이 내렸지만 건조해서 바람이 불 때 마른 나뭇가지에서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들리는 아침과 같은 청명한 느낌을 주는 책을 만났다.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이다. 이 시인이 자연과 사물을 대하는 자세가, 한글자 한글자가 깊은 울림을 준다. 휘파람 부는 사람 -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마음산책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우리가 자연을 사랑하는 자세는 올바른가. 이명박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낙마한 박은경씨 같은 경우 땅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한다"라는 어록을 남기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는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유용, 확용의 대상으로 대하는 게 사실이다. 또한 우리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찬할.. 더보기
동물농장 날이 추워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벛꽃이 피었다고 신문에 사진이 실렸다. 아닌게 아니라 겨울도 한참 겨울인데 올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다. 비가 와야할 때 오지 않아서, 더워야 할 때 덥지 않아서, 추워야 할 때 춥지 않아서 걱정인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파리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렸다는데, 기후변화의 위협은 점진적이어서 각 나라와 개인의 대처는 굼뜨기만 하다. 은 풍자소설이지만 슬프다.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암퇘지 스퀼러였다. 스퀼러는 독재자 나폴레옹을 비롯한 돼지들의 전횡이나 모순이 드러나면 그럴듯한 거짓말과 선전선동으로 동물들의 논리와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의 언변과 설득력은 대단해서 동물들의 기억을 조작해내기까지 한다. 스퀼러는 소련 공산당의.. 더보기
[로그인]연말 골목길을 걸으며 올해 순서가 돌아오는 마지막 칼럼이 신문에 실렸다. 연말이기도 하고, 몇번 아니지만 올해 썼던 칼럼들이 모두 딱딱하고 강한 비판이 담겨 있었기에 마지막 칼럼은 조금 가볍고 훈훈하게 써보고 싶었다. 결과는 그리 신통치 않았다. 한해를 정리해보려 했지만 머릿속이 어수선하기만 하고 정리가 되질 않았다. 그렇지만 올해 나에게 돌아올 마지막 순번을 마감하고 나니 홀가분하긴 하다. 지난주 교보문고가 내놓은 올해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사가 떴길래,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 집계 업무를 하시는 분과 잠깐 얘길했는데, 자신은 이미 2015년은 지났고 2016년에 가 있다고 농담했다. 그 기분을 알겠다. 아듀, 2015! 올해 걸은 곳 가운데 중국의 만리장성도 있었는데 만날 여행만 다니는 것처럼 보일까봐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