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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책과 사람

23년만에 카뮈 전집 완간 김화영 선생

작년 연말에 김화영 선생을 인터뷰했는데 갈무리를 해두지 못했다. 김화영 선생은 깐깐하기로 소문난 분이라 긴장했었는데 카뮈를 주제로 얘기하는 자리에서 김 선생은 열정적이었다. 오전 10시에 뵙기로 약속을 잡고 인사동 경인미술관 안의 찾집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경인미술관 안에 있는 찻집이 홈페이지를 통해 오전 10시부터 영업을 한다길래 사진촬영을 위해서도 그곳이 좋겠다 싶었던거다. 그런데 정작 가보니 10시30분부터 시작한단다. 어쩔 수 없이 스타벅스에서 인터뷰를 해야만 했다.

2시간 가량 인터뷰를 했는데 카뮈에 대한 특강을 방불케 했다. 카뮈의 작품 지도가 김 선생 머릿속에 들어있는듯 했고 이것을 압축해서 듣는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카뮈에 대해선 '부조리'라는 키워드로 기억할 뿐 자세히 알지 못했는데 친절한 가이드를 얻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2010년1월이면 카뮈 사후 50주년이 된다. 사후저작관이 풀리게 되는 것인데 사후저작권은 올해 말까지 보호된다고 한다. 따라서 2011년이면 카뮈의 작품을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책세상판 카뮈 전집이 프랑스 갈리마르와 독점계약을 맺어서 국내에선 다른 판본이 출판될 수 없었다. 있었다면 그건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해적판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내년부턴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게 된다. 기왕에 세계문학전집을 내고 있는 출판사들에서 당연히 눈독을 들일 것이다. 김 선생도 이미 <이방인> 등의 작품을 새롭게 번역하자는 제안을 받아놓은 상태라고 한다.

한국어판이 20권으로 완간됐지만 각 권의 구성과 제목은 김화영 교수가 새롭게 재편한 것들도 많다고 한다. 리스트 자체가 김화영 선생의 작업인 셈이다. 그러므로 한국어판 전집은 카뮈의 전집이긴 하되 카뮈 작품에 대한 김화영판 전집이다.

"7년 예상 '카뮈 전집'번역 23년 씨름했어요"
-타계 50주년 앞두고 한국어판 전집 완간 김화영 교수

"이제 여기서 근 23년에 걸친 한국어판 '알베르 카뮈 전집'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지난 10일자로 발행된 카뮈(1913~60)의 책 <시사평론>(책세상) 번역자 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1987년 산문집 <결혼·여름>으로 시작된 카뮈 전집(총 20권) 번역을 끝낸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68)를 지난 11일 서울 인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카뮈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처음부터 전집 번역을 염두에 뒀던 것은 아니었다. "첫권인 <결혼·여름>은 너무나도 서정적인 산문집입니다. 일부만 번역돼 있었기에 '내가 한번 해볼까' 하던 차에 책세상 주간이던 소설가 호영송씨가 86년 제안을 해서 이듬해에 출간했죠." 출판사는 내친 김에 전집을 번역하자고 했다. 그래서 2권인 <이방인>부터 전집 23권의 목록이 책 뒷날개에 실리기 시작했다.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와 독점계약을 맺었는데 국내에서 카뮈의 작품이 정식계약을 맺고 번역되기는 이 전집이 처음이다. "독점계약이었기에 지금도 다른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에 카뮈의 작품은 올라있지 않습니다." 내년 1월4일은 카뮈가 죽은 지 50년째 되는 날이므로 2011년 사후 저작권이 풀린다.
김 교수에게 오랫동안 자신을 즐겁게 하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했던 카뮈에 대해 말하는 것은 신명나는 일인 듯 보였다. 그 앞에 놓인 머그잔은 인터뷰 초반에 이미 바닥을 드러냈고 카페라테가 남긴 거품이 말라가고 있었다. 첫권을 번역할 당시 40대 교수였던 그는 1년에 3~4권씩 번역하면 7~8년이면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학에서 은퇴해 지하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나이"가 돼서야 끝났다. "해제를 쓰는 작업이 더 고역이었습니다. 마라톤을 막 끝냈는데 한바퀴 더 돌라는 격이죠." 그래서 23권으로 계획됐던 전집은 한국 독자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시사평론> 2권과 3권, <알베르 카뮈·장 그르니에> 서한집을 제외시킨 채 20권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그동안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가 여러명 바뀌었고 번역문체도 변화를 겪었다. 언어환경 전반에 한자어 사용이 급격하게 줄면서 뒤로 갈수록 한글 구어체 비중이 높아졌다. "문자에 너무 얽매였던" 그의 번역 태도도 바뀌었다. "나이가 들수록 원문도 중요하지만 우리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나 김 교수는 이 부분에서 걸핏하면 "어렵다"고 하는 독자들을 질타했다. "원문 자체가 어려운데 독자들이 아무 노력도 안하면서 쉽게만 번역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게으름의 소치"라는 것이다.
카뮈는 1913년 프랑스 식민지 알제리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독일이 프랑스를 점령하고 있었던 42년 소설 <이방인>을 발표, 프랑스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신문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카뮈는 독일의 프랑스 점령기에 레지스탕스에 적극 가담했다. 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카뮈는 60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작가수첩>이라고 이름붙은 책이 3권 있습니다. 이걸 보면 카뮈가 얼마나 용의주도한 작가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일기와 비슷한 사적 기록들인데 작품 계획과 변동사항을 세세하게 기록해 뒀기 때문에 그의 생각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어요. 그는 항상 자기 문제와 시대의 문제로 씨름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카뮈의 작업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소설과 희곡, 에세이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사이클'을 이루는 방식이다. 카뮈가 천착한 첫번째 사이클은 인간과 세계의 '부조리'였는데 소설 <이방인>, 철학 에세이 <시지프 신화>, 희곡 <칼리굴라·오해> 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카뮈가 부조리에 대한 해결책으로 선택한 테마인 '반항'이 두번째 사이클이다. 소설 <페스트>, 에세이 <반항하는 인간>, 희곡 <정의의 사람들·계엄령> 등이다. "카뮈는 세번째 사이클인 '절도(節度)'에 대해 쓰다가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흔히 카뮈를 '실존주의자'로 부른다. 그러나 카뮈는 "나는 실존주의자가 아니다"라는 글을 발표할 정도로 사르트르 등의 실존주의와 거리를 뒀다. "실존주의는 인생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하는데 카뮈는 유의미할 수도, 무의미할 수도 있다고 봤습니다. 이게 사르트르와의 차이점입니다." 카뮈가 마지막으로 집중한 주제였던 '절도'가 철학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내세운 '중용'을 뜻하는 것처럼 카뮈의 사상 핵심은 '균형'이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카뮈는 절대로 낡은 고전이 아니라 21세기 한국에서도 살아 펄떡거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작가"라고 역설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카뮈는 레지스탕스 활동을 하면서도 '모든 부정 속에 긍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가 히로시마 원폭을 비판했던 것도, 사형제를 반대한 것도 이 때문이었죠. 이런 메시지는 시대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의미를 지닙니다."  <2009.12.15>


결혼.여름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이방인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전락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시지프 신화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행복한 죽음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안과 겉 - 10점
알베르 까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페스트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적지와 왕국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작가수첩 3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태양의 후예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작가수첩 1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칼리굴라.오해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정의의 사람들·계엄령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작가수첩 2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반항하는 인간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단두대에 대한 성찰, 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여행일기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스웨덴 연설.문학 비평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젊은 시절의 글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
시사평론 - 10점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책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