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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동화책 보는 아빠

[리뷰]한자는 즐겁다

한자에 워낙 자신이 없다보니 한자 관련 책만 나오면 우선 눈길이 간다. 그런데 나처럼 어중간한 한자실력을 가진 사람의 눈높이를 맞춘 한자 책은 찾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간만에 한자의 글자 형성원리, 한자 단어의 원리, 오묘한 뜻 등을 재미나게 풀어놓은 책이 나왔다. 청소년 독자를 염두에 두고 쓰였기 때문에 눈에 불을 켜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다.

삽화 곁들여 재밌는 한자 세계로의 초대

한자는 즐겁다 - 10점
박은철 지음/뜨인돌

몇 년 전부터 한자교육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우리말의 주요 개념들이 한자어로 돼 있는 마당에 한문을 모르고는 교과서에 등장하는 주요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이로 인해 한자를 소재로 한 어린이 학습만화 <마법천자문>이 어린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아류작까지 등장했다. 학습만화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한자에 대한 아이들의 거부감을 덜어주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한자는 즐겁다>는 학습만화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한자와 한문에 대해 좀 더 심화된 이해로 유도한다. 청소년은 물론 성인이 읽기에도 좋다. 총 40개의 표제어를 앞세워 각각의 글자를 이리 저리 쪼개고, 분해하고, 전방위적 지식들을 이용해 살을 붙이고, 확장해가며 설명했다. 자연과 인간, 역사에 대한 성찰이 배어나는 예화들과 지은이가 직접 그린 익살스러운 삽화와 손글씨가 오랫동안 잔영을 남긴다. 굳이 한자학습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읽어도 재밌다.

‘용수철(龍鬚鐵)’이라는 단어를 보자. 지은이는 각각 용, 수염, 쇠라는 뜻을 가진 글자로 이뤄진 이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용의 머리를 그렸다. 그리고 용수철을 ‘용의 수염처럼 탄력이 좋게 만들어진 꼬불꼬불한 쇠’라고 뜻을 풀이했다. 수염은 한자로 ‘鬚髥’이라고 쓴다. 비슷한 모양인데 ‘수’는 코밑수염이고, ‘염’은 구레나룻과 턱수염을 뜻한다. 용의 수염은 콧구멍 아래에 두 갈래로 났다. 그래서 용염철이 아니라 용수철이 된 것이라고 지은이는 설명했다.

<삼국지>의 관우에게 붙여진, ‘멋진 턱수염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의 별명이 미수공(美鬚公)이 아니라 미염공(美髥公)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월간교육’ 등에 연재됐던 글을 묶었다. (20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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