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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반죽글

산악만화 'K 케이'를 계기로 돌아본 산악책들


첫눈 치고는 눈이 꽤 많이 내렸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왔음을 알리는 것 같다. 가까운 인왕산에도 희끄무레 하게 눈이 약간 쌓인 것을 보니 멀리 심산은 이미 한참 전에 눈쌓인 겨울에 접어들었을 것이다. 오가는 버스 안에서 산악만화 <K 케이>를 읽었다. 눈덮인 그곳, 히말라야 얘기다. 일본 만화 특유의 치밀한 취재를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케이’라는 주인공의 카리스마가 압권이었지만 역시 일본만화 특유의 과장이 좀 거슬렸다. 그런데 ‘케이’처럼 ‘고독한 알피니스트’ 운운하는 것이 산악문학에는 공통적으로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목숨걸고 산에 오르는 행위 자체가 어떤 숭고미·장엄미 같은 것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K 케이 - 10점
도사키 시로 지음, 오주원 옮김, 다니구치 지로 그림/세미콜론

만화 <K 케이>를 읽고나서 내가 그동안 읽었던 등산가, 고산등반 관련 책들을 꼽아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사람의 산>이다. 이 책을 쓴 박인식씨는 대학 산악반 출신으로서 ‘월간 산’ 기자와 편집장을 하는 등 평생을 산과 같이 살았던 사람이다. 이분은 경향신문에 ‘인사동 사람들’ 제목으로 인사동에 모이는 술꾼들, 문화인들에 관한 뒷얘기들을 담은 연재를 하기도 했었다. 나는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데 이분과 친한 선배에 따르면 ‘구라’가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여하튼 <사람의 산>은 대한민국 등반사, 산악인사다. 열악한 장비와 기술을 무릎쓰고 산에 살고 산에 죽었던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내가 죽기 전에 꼭 한번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이 책을 보면서였다.

사람의 산 - 10점
박인식 지음, 강운구·김근원·김상훈 사진/바움

그 다음은 <텐징 노르가이>. 텐징은 잘 알다시피 에드먼드 힐러리가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할 때 함께 올랐던 셸파다. 그는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오른 2인 가운데 한명이 됨으로써 많은 명성을 누렸지만 갑작스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흔히 그러하듯 이후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 못했다. 특히 에베레스트 정상에 발을 디딘 것은 힐러리보다 텐징이 먼저라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는데 그는 침묵을 지켰다. 힐러리는 나중에 텐징이 앞장섰고 정상에서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끌어올려주었다고 인정했다. 히말라야로 먹고사는 셸파족들을 이해하기 위해 좋은 책이다.

텐징 노르가이 - 10점
에드 더글러스 지음, 신현승 외 옮김/시공사

<하늘 오르는 길>은 우연히 집어든 책이었다. 1998년 9월29일 히말라야 탈레이사가르 북벽이라는 이름도 낯선 산을 오르다 원인 모를 사고로 숨진 한국의 젊은 산악인 김형진, 최승철, 신상만에 관한 이야기다. 만화 <K 케이>의 주인공 케이가 있었다면 그들을 구해낼 수 있었을까?

하늘 오르는 길 - 10점
손재식 지음/그물코

마지막은 <촐라체>다. 평소 소설을 읽을 시간이 별로 없어 읽지 못하는데 이 책 역시 우연한 기회에 잡게 됐고 완독할 수 있었다. 역시 가슴 시린 이야기다. 그러고보면 고산등반은 고독과 인간 사이의 연대, 우정 등을 확인하기 위한 좋은 무대인 것 같다. 아! 설악산에, 지리산에 눈이 많이 쌓였을텐데…. 아이젠에 스패츠 차고 뽀드득 소리를 내면서 그곳을 걷고 싶다. 아마 올 겨울도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촐라체 - 10점
박범신 지음/푸른숲

**어제자로 정치부로 발령이 났다. 만 2년 2개월만에 여의도로 돌아가게 됐다. 나름 블로그를 책 이야기로 꾸며왔는데 성격 변화가 불가피할 것 같다. 어떤 방향이 될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