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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끼어? 말어? 무시할 수 없는 블로거들의 세계 지난주 인터넷에 블로그 계정을 하나 텄다. 블로그를 ‘만들었다’가 아니라 ‘계정을 텄다’인 것은 일단 공간을 확보했을 뿐 아직 ‘공사 중’이란 뜻이다. 블로그 개설이 처음은 아니다. 몇년 전 기자들에게도 블로그 바람이 불었는데 이때 만들어 제법 진지하게 글을 몇개 써서 올렸지만 얼마 안가 그만 뒀다. 게으름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조각 글이라도 메모를 해놓고 나중에 찾아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더 큰 이유는 출판계 사람들을 만날 때 파워 블로거나 블로그 세계의 현안을 모르면 머쓱해지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로쟈가 뭐뭐라고 썼던데…”라고 말을 시작하는데 내가 “예? 무슨 ‘쟈’라고요?”라고 되묻고, 상대방이 한심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더보기
"고전 읽기, 행복한 줄 알아!" 어린 시절 책에 관한 나의 최초의 강렬한 기억은 아버지가 초등학교 졸업기념으로 사주신 40권짜리 이다. 외딴 산간마을을 찾아온 책 외판원을 통해 구입한 이 전집은 한 권에 200쪽이 넘었는데, 방학 동안 모두 읽어버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책에 대한 강렬한 기억이 별로 없다. 넉넉지 않은 형편이라 새로 전집을 선물받는 일도 없었고 학급문고에 꽂힌 책들은 대부분 허접했다. 사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학교 시험 준비에 허덕이다 보면 남는 시간은 놀기에도 빠듯했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동서양 고전은 참고서가 ‘친절하게’ 요약해준 줄거리를 밑줄 치며 외웠다. 허다한 고전들은 이처럼 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한 ‘학습’을 통해 앙상한 기억들만 남겼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널리 읽히고.. 더보기
노 前 대통령의 책읽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치러졌다. 그의 죽음을 해석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우리가 추모의 염을 담아 그의 죽음을 ‘서거’로 부르는 데 대해 “파렴치범에게 웬 존경”이라느니 “자살로 불러야 한다”느니 하는 저급한 딴죽이 들려오는 것도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정치의 세계에선 하나의 색깔이 누구에겐 검게, 다른 누구에겐 희게 보이는 게 일상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워낙 충격적인 방식으로 이뤄진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둘러싼 해석쟁투는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이다. 검은 것을 희게 보는 사람이나, 흰 것을 검게 보는 사람이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팩트’는 뭘까. 노 전 대통령이 꽤나 책읽기를 좋아한 독서가였다는 게 그중 하나일 것이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 더보기
산티아고, 넌 늘 똑같구나 “또 산티아고야?” 새로 나온 (김희경/푸른숲)을 받아들고 떠오른 생각이었다. 올해 들어서만 산티아고 가는 길을 소재로 한 세번째 책이다. (김효선/바람구두), (최미선/넥서스BOOKS)가 먼저 나왔다. ‘산티아고’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지난해에 나온 것까지 헤아리면 번역서를 포함해 10권이 훌쩍 넘는다. 여행서 모으기가 취미인 동기에게 산티아고 여행서 좀 보자고 했더니 다음날 여섯권을 재까닥 가져왔다. 모두 지난 2년 이내에 나온 것들이다. 스페인 북서쪽에 있는 작은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는 예수의 12제자 가운데 한 명인 야곱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산티아고는 유럽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순례의 대상으로 자리잡았고, 여러 갈래의 순례길이 만들어졌다. 특히 프랑스의 소도시 생 장 피르포르에서 .. 더보기
사라지는 '우리'의 교과서 얼마 전 작가 한 명을 만났다. 자신의 작품이 어느 출판사의 중학교 1학년용 국어 교과서에 수록됐다며 싱글벙글이었다. 학교 교과서에 작품이 실리면 작품성이 검증된 작가라는 명예와 함께 인지도가 높아지므로 독자들의 관심도 올라갈 테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 ‘국민 작가’의 반열에 오른 거네요”라고 치켜세웠더니 “그건 아니고 일선 학교에서 얼마나 선택하느냐가 남았지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선택? 국어 교과서는 모든 학교가 다 똑같은 걸 사용하는 것이 아닌가? 그게 아니었다. 자녀가 미취학 아동이거나 학교에 다니더라도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부모들은 잘 모르겠지만, 현재 일선 학교에선 꽤 큰 변화가 진행 중이다. 교과서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교과서는 크게 국정과 검정으로 분류된다. 국정 교과서는 국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