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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구워진 글

<서평>언어의 진화(크리스틴 케닐리 지음/전소영 옮김/알마) 언어는 인간이라는 종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고 사회를 유지하고 예술활동을 한다. 그래서 언어의 기원은 고래로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해온 대상이었다. 책에도 나오지만 현대 언어학에 노암 촘스키가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언어학=촘스키'라는 등식이 성립할 정도다. 촘스키는 진보적 지식인으로서의 명성도 상당하다. 그러나 비전문가가 촘스키의 이론이 어떤 내용이며 왜 각광을 받게 됐는지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상당 부분이 촘스키 이론에 대한 다른 전문가들의 반박 노력에 할애됐다. 그만큼 촘스키의 영향력이 지대하다는 방증이다. 현대 언어학의 최전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래 서평에서도 언급했지만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 책에 등장하는 연구자나 책들 가운.. 더보기
두꺼운 책의 압박, 두꺼운 책의 즐거움... 짧은 시간 내에 리뷰를 써내야 하는 입장에서 두꺼운 책은 아무래도 부담이다. 솔직히 황당하게 두꺼운 책은-최근에 나온 는 큼지막한 크기에 942쪽이었고, (들녘)은 1239쪽이었다-물리적인 시간의 한계 때문에 일독을 포기하는 수 밖에 없다. 머릿말과 목차를 보고 읽을 부분을 골라 발췌읽기를 하는 것이다. 문제는 700~800쪽 분량에다, 개인적 관심사를 다루는 흥미있는 책일 경우다. 대개 그렇듯 앞부분을 조금 읽다보면 재미를 붙이게 되고 끝까지 읽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런데 속독법의 대가가 아닌 이상 700~800쪽 짜리 책 한권을 아무리 빨리 읽더라도 필요한 시간의 절대치가 있다. 동료들이 모두 퇴근한 뒤에도 남아 책을 붙들고 앉아 있을 수 밖에 없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페이지 끝을 접어가면.. 더보기
'출판계 리포트-자본주의 비판서 동향과 전망' 역습의 시작인가, '올드 스타'들의 막간 출연인가. 미국발 세계경제위기는 그간 시대정신으로 군림해온 신자유주의가 바꿔놓은 세계의 일그러진 맨얼굴을 일거에 보여주었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근원에서부터 분석했던 선현(先賢)들을 떠올리게 했다. 신자유주의가 강요한 제1계명인 '경쟁하라, 경쟁하라!'를 열심히 실천하던 사람들은 알토란 같이 쌓아뒀던, 그리고 한없이 부풀기만 할 것만 같았던 펀드들이 한순간에 녹아내리고 생계의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9·11 테러로 무너지는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떠올렸다. 란 책으로 돈을 번 사람은 저자가 유일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실은 농담이 아니라 사실이었음을 알아차린 것이다. IMF 금융위기 이후 국내 출판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던 경제·경영,.. 더보기
<서평>냉전의 추억 냉전의 추억 - 김연철 지음/후마니타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이 최근 책으로 묶어 낸 을 보면서 맨 먼저 떠오른 것은 지난 7월11일 일반에 개방된 우이령 길이었다. 1968년 북한 공작원 31명이 청와대를 습격하기 위한 침투로로 사용한 것이 밝혀지면서 폐쇄된 뒤 41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그 길 말이다. 남북 사이의 대결은 우리 내부에 있었던 길마저 끊어버릴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하물며 남북 사이의 길이야 말해 무엇 하리. 남과 북이 서로를 향해 물리적·정신적 선을 긋고 반목과 대결, 증오와 저주를 일삼던 시절을 우리는 '냉전'이라고 부른다. 1980년대 말 미·소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면서 담론의 영역에서 냉전이라는 용어의 사용빈도는 현저하게 .. 더보기
<서평>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서경식/철수와영희)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 서경식 지음, 송현숙 그림/철수와영희 태어나는 순간부터 '경계인'으로의 삶이 규정돼 있었던 재일 조선인 2세 서경식. 그의 두 형이 박정희 정권 시절 서울에서 유학생활을하던 중'형제 간첩단'으로 몰려 극심한 고초를 겪은 일은 널리 알려져 있다. 자신이 태어난 일본에서도, 부모님이 태어난 조국에서도 그의 형제들은 배제와 경원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평생을 타자로 살아야 했던 그에게 당연한 것은 없다. 그래서 어떤 이는 , , , , , , 등 전작들을 통해서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오던 것들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온 서경식을 '인식틀을 날카롭게 벼리게 해주는 숫돌'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서경식이 2006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