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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밑줄긋기

[애프터 다크](무라카미 하루키) 최근 번역돼 발간된이 소설책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데뷔 25주년 기념 장편소설'이란 수식어가 붙어 있다. 일본에서 발표된 게 2004년이라고 한다. 이 소설 역시 내가 읽어본 그의 다른 소설과 공통점이 많다. 뭔가를 상실한 선남선녀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각각 '관계'에 대한 상처 또는 아픈 추억을 안고 있다. 재즈, 팝, 그리고 클래식 등 다양한 음악이 바뀌는 배경의 공간마다 흐르고 서양의 의복과 역시 서양식 음식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 역시 이 작품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양장본이지만 말랑말랑한 촉감을 주는 짙은 청색의 표지는 책의 내용과 잘 어울리는 듯 싶다. 뒷표지엔 "모차르트 의 시련처럼 얼마간의 고통을 직접 겪으면서 스스로 공포를 헤쳐나가지 않으면 진짜 성장이란 없을 겁.. 더보기
[세상물정의 사회학]물정에 밝은 사회학자의 인생 사용 설명서? 사전은 '물정(物情)'이라는 말의 뜻을 '세상의 이러저러한 실정이나 형편'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세상물정이라는 말은 세상일이 돌아가는 현상과 구조에 대한 묘사 혹은 기술을 뜻한다. 보통 세상물정이라는 단어는 나이 또는 지혜와 연관돼 사용된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라거나 '세상물정도 모르고 날뛰는 바보'와 같은 관용어구가 그런 것들이다. 그런데 나이가 많다거나 많이 배웠다고 해서 반드시 세상물정에 밝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요즘처럼 해괴하고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사회에선 세상물정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 현대인은 대체로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사유(思惟)는 빈곤하다. 노명우 교수는 '사회학이 전문화의 길을 걷는 동안 잃어버린 세속적 삶으로 이끄는 '아리아드네의 실'을 찾기 위해 연구실을 .. 더보기
[80일간의 세계 일주]의 신 스틸러 파스파르투 요즘 새삼스럽게 생긴 취미가 명작동화 감상하기다. 어렸을 적 읽었던 것도 있고, 줄거리만 알았지 정독하지 않았던 것들도 있는데, 다시 봐도 흥미진진하고 자꾸만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지난주말 나들이를 가면서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집어들었다. 긴 설명이 필요없는 작품이다. 그간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이 이야기의 줄거리에는 80일간의 세계 일주라는 무모한 내기를 의연하게 해내는 댄디한 성격의 주인공 필리어스 포그(Phileas Fogg)와 그를 은행강도로 오해해 뒤쫓으며 방해를 일삼는 픽스(Fix) 형사가 주요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새롭게 읽으면서 포그의 하인으로 채용된 첫날 엉겁결에 세계 여행을 따라나서게 된 장 파스파르투(Jean Passepartout)라는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요새 드라마나 .. 더보기
마음의 진화와 문화의 진화에 관하여(스티븐 핑커) 경향신문이 '문명, 인간이 만드는 길'('마음' 전문가들과의 대화) 연재를 시작했다. 재미 저널리스트 안희경씨가 세계적인 '마음' 전문가들을 찾아가 대담을 나눈다. 첫번째 손님이 스티븐 핑커였다. 인상적인 구절에 밑줄을 그어본다. 안 = 인류 역사에서 과학과 인문학의 길은 한 갈래로 상승해왔고, 앞으로도 서로 보완해 가리라고 봅니다. 선생님은 진화심리학자로서 우리 마음은 아주 오래전에 디자인됐다고 하셨는데, 그럼 고고학에 대해 더 많이 안다면 현재 우리의 마음, 또 세상을 훨씬 잘 읽어낼 수 있다는 뜻인가요? 핑커 = 과거에 대해 더 알게 된다면 현재에 대해 보다 현명해질 수 있겠죠. 어린아이들은 읽기에 서툰 반면, 성인들은 독해능력이 높습니다. 이는 읽기가 아주 최근의 인간 역사에 나타났다는 것을 알려.. 더보기
[MD본색: 은밀하게 위험하게](정욱식/서해문집) 유명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차용한 것이 분명한 [MD본색: 은밀하게 위대하게]라는 제목은 경쾌하다. 그러나 책에 담긴 내용은 무겁고 어둡기만 하다. 한반도 주변에서 돌아가는 MD라는 톱니바퀴에 발목이 끼어 종아리, 무릎, 허벅지까지 차례로 끼어들어가는 한반도의 형국이 폭로되고 있어서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4대 열강이 각축하는' 한반도에서 외교와 안보는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 상황은 언제든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위기의 만성화 때문일까, 잠시나마 열렸던 남과 북 사이의 화해와 대화 무드 때문일까, 우리는 이런 위기에 종종 둔감하다. 그러나 우리가 눈을 감고 있는 이 순간에도 각자의 이익과 논리를 앞세운 열강의 각축은 치열하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의 피습사건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