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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밑줄긋기

동물농장 날이 추워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DC에 벛꽃이 피었다고 신문에 사진이 실렸다. 아닌게 아니라 겨울도 한참 겨울인데 올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다. 비가 와야할 때 오지 않아서, 더워야 할 때 덥지 않아서, 추워야 할 때 춥지 않아서 걱정인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최근 파리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렸다는데, 기후변화의 위협은 점진적이어서 각 나라와 개인의 대처는 굼뜨기만 하다. 은 풍자소설이지만 슬프다. 등장인물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암퇘지 스퀼러였다. 스퀼러는 독재자 나폴레옹을 비롯한 돼지들의 전횡이나 모순이 드러나면 그럴듯한 거짓말과 선전선동으로 동물들의 논리와 이성을 마비시킨다. 그의 언변과 설득력은 대단해서 동물들의 기억을 조작해내기까지 한다. 스퀼러는 소련 공산당의.. 더보기
작가수업 오탁번 '병아리 시인' 오탁번 선생의 자전 에세이가 손에 들어 왔다. 연속으로 나오는 단행본인 모양인데, 뒷날개를 보니 앞서 천양희 시인의 자전 에세이가 나왔다. 대학 다닐 때 '문청'들로부터 오탁번 선생의 이름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문청'도 아니었고, 그 학과도 아니었으니 그럴 일은 없었지만. 동화, 소설, 시로 각각 신춘문예에 당선돼 문단에 이름을 올린 오탁번 선생은 시에 쓰이는 '말'을 무척이나 강조하는데, 1980년대 강단에서 학생들과 논쟁을 꽤 벌였을 듯 하다. 칠순이 넘었는데도 책을 보면 그는 여전히 꼬장꼬장해 보인다. 작가수업 오탁번 : 병아리 시인 - 오탁번 지음/다산책방 장자(壯者)에 포정해우(포丁解牛)라는 말이 나온다. 포정이라는 사람은 소를 수십 년 동안 잡았는데도 소 잡는 칼이 하나도 녹.. 더보기
바이오그래피 매거진5-최재천 워낙 책을 닥치는대로 보긴 하지만 근래 갈무리한 책들이 중구난방이다. 게다가 주요 독서시간이 버스타고 이동하는 시간이다보니 부담이 적은 짧고 가벼운 책들이 손에 들어온다. 최재천 교수. 워낙 유명한 인물이어서 더 설명을 보탤 게 없다. 그의 고향 강릉 이야기는 내가 유일하게 통독한 그의 수필집 에서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이라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가 경복중-경복고-서울대-미시건대-하버드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주류 인사로만 알았는데, 그가 살아온 인생의 솔기마다 이야깃거리가 솔찮게 많은 줄은 몰랐다. 그를 수식하는 '시인을 꿈꿨던 동물학자'가 그저 멋부리용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나는 최재천 교수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한국 사회에서 이분.. 더보기
테러리스트의 아들 '예상했던 대로' 며칠새 기온이 급속히 내려갔다. 이 정도 챙겨 입었으니 되겠지 싶어 밖에 나가면 서늘한 기운이 바짓가랑이 사이로, 겨드랑이로 비집고 들어온다.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는지도 모르고 잠들었다 깨어보니 11월의 첫날이다. 성급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송년인사를 건네고, '해 넘기기 전에 얼굴 한번 보자'는 사람들도 나오겠지. 남아있는 올해는 두달. 바늘 허리에 실 묶어 못쓴다고 올해 허둥지둥 일거리는 많았는데 아직 절반도 다 못마친 것 같다. 남은 기간에라도 최대한 숙제에 매달릴 수 밖에. 우연히 손에 들어온 책은 두께는 가벼운데 하필이면 갑작스레 서늘해진 날씨가 더욱 섬득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아버지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인 지은이는 TED 강연에서 자신의 사연을 담.. 더보기
'노인정치'(고장난 저울)와 '청년정치'(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젊은 세대의 절망과 분노를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올 한해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단어의 하나로 꼽았다.(헬조선의 사회학) 김호기 교수의 탄식이 아니더라도 한국 사회의 청년문제의 심각성은 정치적 성향과 부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한국인 모두가 우려하고 근심하는 문제가 된 지 오래이다. 청년문제 못지 않게 노인문제 역시 그 심각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그런데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과 해고요건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부측 '노동개혁'안에서 보듯 청년문제와 노인문제는 서로 맞닿아 있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일자리가 줄면서 청년세대와 노인세대가 서로 경쟁하는 모양새가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치의 권위적 배분'(데이비드 이스턴) 과정이어야 할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