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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구워진 글

[리뷰]신인왕제색도 & 인왕산일기 이제는 그럴 기회도 사라져 버렸지만 나도 회사에서 내근을 할 땐 인왕산 자락을 종종 산책하곤 했다. 자주 갈 때는 일주일에 두세번씩 가기도 했다. 직장 근처에 이렇게 좋은 산책길이 있고, 짬을 내서 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그리고 회사 구내식당이 있는 9층 옥상에서 보면 멀리 인왕산이 건네 보인다. 참 좋은 산이다. 그런데 누구는 ‘참 좋은 산’이라고 감탄만 하고 지나가는데 누구는 그냥 산책만 하거나 등산만 하지 않고 열심히 생각을 길어올려 일기를 썼다. 이 책을 쓴 궁리의 이갑수 대표의 내공에 비하는 나는 한참 아래다. 인왕산 자락 산책의 목적을 그날의 스트레스 해소와 다리운동에만 뒀던 게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하기사, 쓴다고 해도 그 양반의 내공에 훨씬 못미쳤겠지만. 이갑수 .. 더보기
[리뷰]레논 평전 오늘은 존 레논이 죽은지 30년째 되는 날이다. 오늘자 여러 신문에, 그리고 지난 며칠간 여러 지면에 이에 관한 이야기들이 실렸다. 공교롭게도 눈이 많이 내릴 것이란 오늘은 리영희 선생의 영결식이 열린 날이기도 하다. 시인이자 대중음악평론가인 성기완은 추천사에서 레논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그날을 떠올렸다. 중학생이었던 그는 냉랭한 운동장에서 조회를 서고 있었는데 뒤에 있는 친구로부터 “존 레논이 총에 맞아 죽었대”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성기완은 “1980년이었고 한국에서도 까딱하다간 총에 맞아 죽을 수 있는 시절이었다. 나의 차려 자세는 더욱 뻣뻣해졌다. 그 간극을 똑똑히 기억한다. 조회와 차려 자세와 훈시말씀과 존 레논 사이의 거리를”이라고 회상했다. 의 저자 신현준은 레논이 살아있었다면 올해.. 더보기
[리뷰]프로이트의 환자들 끊임 없이 인용되고, 재해석되고, 변주되는 인물 프로이트. 다시 또 프로이트다. 프로이트가 얼마나 우리 일상에 가까이 들어와 있는지에 관한 일화 하나. 내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래서 나는 내년에 '지옥의 문'이 열린다고 농담하곤 한다. 여하튼 초등학교에서 취학전 아동 학습법 비스무리한 팸플릿을 하나 나눠줬나보다. 주말에 집에서 뒹굴대다가 이 자료가 눈에 띄길래 펼쳐봤다. 프로이트의 그 유명한 구강기·항문기·남근기·잠복기·성욕기 등으롷 이어지는 성적 발단단계와 단계별 특성에 대한 설명이 앞쪽에 떡하니 버티고 있었다. 대학 시절 내가 다니던 학과의 학생회실 가까이에 심리학과 학생회실이 있었다. 동아리에서도 심리학과 ‘학우’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들에게 프로이트 얘길 하면 웃으면.. 더보기
‘창작과 비평’ 44년… ‘통권 150호’ 발행 계간지 ‘창작과 비평’은 여전히 옛날 이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출판사 이름으로서 ‘창작과 비평사’는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대신 ‘창비’라는 이름이 쓰인다. 그런데 의외로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나 역시도 출판을 담당하기 전에는 ‘창비’가 그냥 ‘창작과 비평’ 또는 ‘창작과 비평사’를 줄여서 부르는 것으로 알았다. 출판사 이름을 ‘창작과 비평사’에서 ‘창비’로 줄여서 개명한 게 한참 전이란다. ‘창비’란 이름에 관해 들었던 재미난 에피소드 하나. 창비의 어린이 책 편집자로부터 들은 얘긴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무슨 일을 하냐고 묻길래 출판사에 다닌다고 했단다. 출판사 이름을 묻길래 ‘창비’라고 했더니 “아, 나 그 출판사 안다”고 답하더란다. 반가워하는 편집자에게 이어서 들려온 소리는 .. 더보기
[리뷰]거의 모든 것의 미래 vs. 사회적 원자 때로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면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지난 주말 각 신문 출판면들은 모두 와 를 주목했다. 각각의 책은 큰 각 언론사 출판담당 기자들에게 '어필'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두 책은 모두 '과학서'이다. 읽기 전에 대강 예상은 했지만 읽어가면서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책에서 다루는 사례들이 많이 겹친다. 인용된 연구 사례나 학자들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커스도 약간 다르고, 스탠스도 좀 다르다. 둘 가운데 하나만 고르기도 그렇고 해서 '책 대 책'이란 컨셉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2권을 동시에 읽고 비교해 보는 것 말이다. 문제는 분량이었다. 는 본문만 450여쪽, 는 250여쪽이었다. 이럴 때 쓰이는 말이 바로 '미친 척'이다. 미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