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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_2019/산, 들, 바다

제주, 걷고 또 걷다

아이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좋아지는 것 하나는 함께 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어렸을 때도 되도록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 노력했지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는 대체로 아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최근들어 아이가 나와 함께 '놀아주는' 활동 목록에 추가된 것이 영화보기, 등산하기, 걷기, 배드민터 등이다. 아이는 어릴 적 영화관 가는 걸 무척 싫어했다.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영화를 몇번 본 적이 있는데 그마저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상상력이 풍부해 영화 속 무섭거나 아슬아슬한 장면을 보는걸 싫어한다고 좋게 생각하고 지내왔다. 그런데 영화관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라지는가 싶더니 요샌 새 영화가 나올 때마다 영화를 보러가자고 조른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3편이 나왔을 땐 1편과 2편을 찾아서 본 다음 영화관에 갔다. [마다가스카의 펭귄], [채피]도 함께 봤고, 막 개봉한 [어벤저스2]를 보러가자고 졸라댄다.


걷기도 아이가 참 싫어했던 것 중 하나였다. 그런데 오래된 승용차를 처분하고 장을 보러 갈 때나, 도서관에 갈 때, 그리고 학교에 갈 때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도록 했더니 많이 달라졌다. 전엔 10분만 걸어도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느냐, 다리가 아프다며 징징거렸는데 곧잘 걷는다. 전 같으면 등산을 가자고 하면 온갖 핑계를 대면서 싫은 내색을 하더니 올해 들어선 등산도 잘 따라와준다. 고마운 노릇이다.


지난 2월 말 늦은 겨울휴가로 제주도엘 다녀왔다. 5년 전 처음 제주도에 갔을 땐 테마가 탈 것이었다. 배, 잠수함, 카트, 말, 수륙양용차 등 온통 탈 것만 타고왔다. 아이는 이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었다. 이번엔 테마가 걷기였다. 올레길을 걸었고, 마라도를 두바퀴 걸었으며, 한라산 백록담까지 걸어갔다 왔다. 씩씩하게 앞서서 걷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면 거듭 감사하게 된다.





마라도의 봄꽃. 꽃 모양은 구절초나 쑥부쟁이와 비슷해 보이는데 그런 꽃들과 달리 지면에 거의 붙어 있는 듯 하다. 마라도 바람의 위력이런가?




마라도에서 보이는 산방산.




마라도의 팔자 좋은 백구. 우리가 간 날 마라도는 바람이 별로 불지 않고 볕은 따스했다. 너무도 튼튼해 보이는 이 녀석은 이정표 아래 풀밭에 가로로 누워 말그대로 늘어지게 자고 있었다. 





7년전 봄 올랐던 기억만 가지고 우습게 보고 시작했다가 큰 코 다쳤던 백록담. 이날 날씨가 별로였는데 그래도 백록담만큼은 깨끗하게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구름에 휩싸인 하산길.



Seaes호텔 인근 돌담에서 새 한마리가 바다쪽을 바라보며 풍욕을 즐기는 듯.



제주4.3평화기념관.



그리고 올레길의 예쁜 화살표와 표지판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