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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동화책 보는 아빠

[어린이책 리뷰]신기한 독

재일 조선인인 홍영우 작가는 연세가 꽤 많은 분이다. 그런데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아 한국을 오가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보리 출판사와 함께 많은 작품을 했다. 민속도감을 그리기도 했고, 여러 이야기책을 냈다. 얼마전엔 청소년판 열하일기에 삽화를 그리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작품이 꽤 마음에 든다.

이야기는 가난하지만 성실한 주인공이 받은 복을 욕심 많고 음흉한 인물이 뺏으려 한다는 '흥부놀부'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또하나의 구조가 겹쳐진다. 마을 원님이라는 지배자, 권력자가 등장하는 것이다. 앞서 나오는 농사꾼 대 부자 영감의 대결구도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간다면 부자 영감이 골탕을 먹고 농사꾼이 복을 누린다는 해피엔딩이었을 테지만 원님이 등장하면서 다른 쪽으로 흘러간다. 농사꾼이나 부자 영감이나 둘 다 닭쫓던 개의 꼴이 되고 만다. 복덩이를 탐낸 원님이 뺏어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제 농사꾼과 부자 영감은 둘 다 피해자가 된다. 대신 원님이 복덩이를 혼자 차지하는 듯 하지만 역시나 헛된 욕심을 부린 죄로 골칫거리만 떠안고 끝난다.

홍영우 작가의 그림은 동양화 기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번 작품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색깔을 조금 더 진하게 입힌 듯한 느낌이다. 홍 작가는 옛이야기 그림을 많이 그렸기 때문에 복색에 대한 노하우가 상당한 듯 하다. 매우 자연스럽다. 동양화 기법임에도 불구하고 음모를 꾸미는 음흉한 표정, 신나하는 표정, 곤경에 처해 난처해 하는 표정 등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서양화에선 파스텔로 그린 그림이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데, 한지에 동양화 기법으로 그린 채색화도 꽤 따뜻하게 다가온다.

그나저나, 출판사에서도 그런 카피를 뽑았던데, 여러분은 이런 독이 생기면 거기다 뭘 넣고 싶으신지?


무엇이든 나오는 독에 욕심부린 원님에겐 어떤 일이

신기한 독 - 10점
홍영우 글.그림/보리

남보다 많이 가졌으면서도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이 가진 행운이 탐이 나 꾀를 부리다가 결국 낭패와 봉변을 당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옛이야기에서 자주 눈에 띄는 구조다. ‘흥부와 놀부’ ‘혹부리 영감’ 같은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선악구도가 긴장감을 안겨주고, 마지막엔 통쾌함과 함께 권선징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부산과 평북 선천지방에서 전해지는 민담을 바탕으로 한 <신기한 독> 역시 비슷한 전형을 따라간다. 농사꾼이 밭을 일구다 땅속에서 크고 못생긴 독(항아리)을 발견한다. 알고보니 뭐든지 넣었다 꺼내면 그 물건이 자꾸만 나오는 신기한 독이었다. 이 소문이 퍼지자 욕심 많은 부자 영감이 농사꾼을 찾아가 자기 할아버지가 묻어뒀던 독이니 내놓으라고 우긴다. 임자를 가리기 위해 원님을 찾아갔지만 원님마저 탐을 낸다.

원님은 주인을 가리기 어려우니 독을 나라에 바치라고 명령한다. 독을 자기 집으로 냉큼 가져간 원님은 속으로 ‘돈을 넣을까? 먹을 것을 넣을까? 이 보물단지에 무엇을 넣을까?’ 궁리하면서 입이 헤벌어진다. 그런데 집안 대청마루에 모셔둔 독을 원님의 아버지가 보게 되고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진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독은 와장창 깨져버리고 원님에겐 두고두고 골치 아픈 일만 남는다.

재일 조선인 동화작가 홍영우의 수묵채색 그림은 등장인물들의 표정을 익살스럽게 그려냈다. (201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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